AI와 과학혁명

제5의 과학혁명이 시작된 지금

어제 아침, 연구실에서 일상적으로 확인하던 논문 검색 결과를 보며 깜짝 놀랐다. ChatGPT를 활용한 연구 논문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검색이 나를 하나의 깨달음으로 이끌었다.


우리는 지금 과학사의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그래프가 말해주는 진실


최근 발표된 통계 자료를 보면, ChatGPT 출시 이후 AI를 활용한 과학 논문의 발표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컴퓨터과학에서 시작된 이 변화는 전기공학, 통계학으로 번지더니 이제 물리학, 수학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이것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신호다.


기계공학을 전공하며 수많은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해온 나에게도 이런 변화는 새롭다. 30년 전 대학원에서 한 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리기 위해 밤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은 AI가 몇 시간 만에 수백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최적해를 제시한다.


연구실의 일상이 바뀌고 있다


며칠 전, 한 젊은 연구자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박사님, 저는 이제 가설을 세우는 것보다 AI가 찾아낸 패턴을 해석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어요."


그 말을 들으며 나는 과학 연구의 본질이 바뀌고 있음을 실감했다. 전통적으로 과학자는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에서 시작했다.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하고, 데이터를 수집했다.


하지만 이제는 '데이터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에서 시작한다. AI가 발견한 패턴을 보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해석하며,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낸다. 순서가 바뀐 것이다.


프로젝트 관리자의 고민


PMP와 Agile 방법론을 현장에 적용하며 수많은 R&D 프로젝트를 관리해온 나에게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기존의 프로젝트 관리 방식으로 AI 시대의 연구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까?


전통적인 R&D 프로젝트는 명확한 목표와 단계별 마일스톤이 있었다. 1년차에는 이것, 2년차에는 저것, 3년차에는 최종 결과물. 깔끔하고 예측 가능했다.


그런데 AI를 활용한 연구는 다르다. 첫 번째 실험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면, 전체 연구 방향이 바뀔 수 있다. AI가 발견한 새로운 패턴이 기존 가설을 완전히 뒤집어놓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계획 대비 달성률"로 성과를 평가한다면 어떻게 될까? 정말 혁신적인 발견을 한 연구가 오히려 낮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다.


국가 R&D의 미래를 상상하며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기획과 평가를 담당하며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평가 기준과 관리 체계가 AI 시대에도 유효할까?


최근 한 연구팀이 제출한 중간보고서를 검토하던 중 흥미로운 대목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원래 계획했던 방향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얻었지만, 그것이 더욱 가치 있는 발견이었다. AI 분석을 통해 기존 이론의 허점을 발견한 것이다.


전통적인 평가 기준으로는 "계획 변경"으로 감점 요소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과학적 가치로 보면 당초 목표보다 훨씬 중요한 성과였다.


이때 나는 깨달았다. 평가 기준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연구자들의 새로운 역량


요즘 연구자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생각해보면, 전통적인 실험 설계나 통계 분석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AI 도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능력, AI가 제시한 결과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AI와 협력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지난주 참석한 한 워크숍에서 만난 젊은 연구자는 이렇게 말했다.


"AI는 저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지만, 그 결과가 실제 현실에서 어떤 의미인지는 제가 더 잘 알아요. 우리는 경쟁하는 게 아니라 협력하는 관계예요."


그 말에서 미래 연구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변화의 속도에 대한 경각심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은 아닐까?


최근 한 국제 학회에서 발표된 연구를 보면,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속도가 기존보다 10배 이상 빨라졌다고 한다. 소재 연구 분야에서는 새로운 물질의 특성을 예측하는 시간이 몇 년에서 몇 주로 단축되었다.


이런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우리의 연구 관리 체계는 따라갈 수 있을까? 연차 평가, 다년도 계획, 고정된 예산 배분... 이 모든 것이 새로운 시대에 맞게 재설계되어야 할 것 같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접근법


AI 시대의 R&D 관리에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내가 현장에서 적용해보고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싶다.


적응적 목표 설정: 고정된 목표가 아닌, 연구 진행에 따라 진화하는 목표를 설정한다. Agile의 스프린트 개념을 연구 프로젝트에 적용한 것이다.


실시간 모니터링: AI 모델의 성능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즉시 대응한다. 전통적인 연차 보고서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융합적 평가: 단일 분야의 성과가 아닌, 여러 분야에 미치는 파급효과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한국의 과학기술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변화의 파도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몇 가지 장점이 있다. 빠른 의사결정 구조, 우수한 ICT 인프라, 그리고 무엇보다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문화. 이를 잘 활용하면 AI 기반 과학 연구에서도 선도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 다른 나라들도 같은 변화를 인지하고 있고, 그들 나름의 전략을 세우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5의 과학혁명이라는 표현이 과장일까?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는 변화의 속도와 규모를 보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찰하며 천동설을 뒤흔들었듯이, 다윈이 진화론으로 생물학을 재정의했듯이,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으로 물리학을 혁신했듯이, 지금 AI는 과학 자체의 방법론을 바꾸고 있다.


우리는 역사의 전환점에 서 있다. 이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우리의 선택만 남았다.


AI R&D 전략플래너로 일하며 느끼는 현장의 생생한 변화를 담았습니다. 여러분은 이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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