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기술의 시대,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
우리는 지금 사상 최대 규모의 내적 공격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쏟아지는 무차별적인 정보, 끝없이 가속화되는 일상의 리듬, 그리고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성취해야만 한다는 사회적 압박. 마치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로 번지듯, 현대인의 마음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스트레스에 휩싸여 있다.
"도망갈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어요. 그럴 때 내 자신을 리셋시켜야 될 것 같다. 이런 마음이 드는 순간들이 많죠."
어느 순간 우리는 깨닫는다. 고도로 발전한 문명 속에서 인간이 마지막에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하나뿐이라는 것을. 바로 '생각'이다.
흥미롭게도 명상은 이제 '힙한' 트렌드가 되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이미 종교와 상관없이 명상을 캐주얼하게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았고, 한국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프랑스에서 진행하는 강연에서는 1,000~1,500명 규모의 청중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명상을 실천하고 있다고 답한다.
"지금처럼 정신적 가치에 관심이 많았던 시대는 없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물질주의가 극에 달한 지금, 동시에 내면의 평안과 의미에 대한 갈망도 극에 달했죠."
명상은 더 이상 비과학적인 신비주의가 아니다.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는 40년간의 명상 경험과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명확하게 말한다.
"명상 훈련을 30일 정도 하고 나면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이 올라갑니다. 명상은 뇌를 변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툴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명상은 인지능력의 변화를 가져오고, 무엇보다 주의집중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가수 이승환은 22년째 명상을 실천하며 무대에서 특별한 경험을 한다. 피아노와 하나가 되어 무아지경에 빠져 연주하다가도, 어느 순간 그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청중들의 숨소리까지 다 들리고 표정 하나하나까지 다 보이고 느껴져요. 그때는 시간을 내가 마음대로 갖고 놓을 수 있어요."
뇌과학자의 표현을 빌리면, 명상은 우리에게 '정지 버튼을 누르는 힘'을 준다. 감정에 휩쓸려 싸움으로 번지려는 순간, 큰 일을 당해 패닉에 빠지려는 순간에 잠시 멈춤으로써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자신의 현재 감정과 사고 상태로부터 한 발 벗어나게 만드는 거죠. 거기로부터 한 발 의도적으로 벗어나서 있는 그대로 바깥에서 이것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제3의 지점으로 우리가 올라갈 수 있는 지혜와 힘이 있다면 인생을 다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명상은 '존재의 여백'으로 가는 것이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우고 성취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잠시 비어있음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
실제로 한 고등학교에서 진행되는 명상 수업은 놀라운 효과를 보여준다. 학생들은 수업 후 "머리가 깨끗해지는 느낌"을 받고, 부모들은 "아이의 태도나 눈빛이 더 밝아졌다"고 말한다. 쉬는 시간마다 핸드폰 대신 그냥 멍하니 있거나 명상하는 것이 오히려 다음 수업 시간 집중력을 높여준다.
"모든 학원 숙제, 학교 수행평가 그런 것들을 다 내려놓고 잠깐 쉬어라"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자신의 변화를 이렇게 고백한다.
"내가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닌, 내 자신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순간부터 진정으로 존재하고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작가가 될 수 있었어요."
현재는 그 어느 때보다 개인이 자신의 삶의 의미를 직접 찾아야 하는 시대다. 과거처럼 신분이나 종교가 인생의 틀을 정해주지 않는다. 특히 한국은 60% 이상이 무종교인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많은 사람이 명상을 통해 자기만의 답을 찾고 있다.
현대 사회는 모든 것을 빠르게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명상이 알려주는 것은 정반대다. 때로는 멈춰서서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깊이 성찰할 때 진정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무엇을 물어야 할지"를 찾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표면적 증상이 아닌 진짜 문제를 발견하고, 서로 다른 영역의 지식을 창의적으로 연결하는 일 말이다.
명상의 목표는 욕망이나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들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욕망에 노예가 되는 게 아니라 욕망에 내가 주인이 돼요. 내가 화가 났을 때 그 화에 끌려가면서 화의 노예가 되는 게 아니라, '아, 지금 내가 화를 내야 되겠다' 욕망을 내가 사용하는 거죠."
결국 명상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이것이다.
"나는 뭐 대단한 걸 이루어서가 아니라 그냥 존재하니까, 그것만으로 이미 행복할 수 있는 거예요."
지구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살고 있지만 지문이 하나라도 똑같은 사람은 없다. 모든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 전무하고 유일무이하다. 이것을 알면 자신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더 빨리, 더 많이를 요구한다. 하지만 명상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과연 그 모든 것이 인간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가?"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내가 불편하고 괴롭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결국 자기 스스로 마음을 평안히 하는 것, 그것이 진짜 문제다.
명상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준다.
바쁘게 달려온 당신도 잠시 멈춰서 물어보자.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가? 그 답은 아마도 고요한 성찰 속에서, 존재의 여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왜, 지금, 명상에 빠져드는가? | KBS 20250913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