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왜 노키아의 길을 걷게 될까

AI 시대, 과거의 성공이 발목을 잡을 때

"애플은 노키아의 길을 갈 것입니다."


KAIST 김대식 교수의 이 단언은 충격적이었다. 한때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의 80%를 장악했던 노키아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처럼, 지금의 애플도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라니. 그것도 AI라는 새로운 물결 앞에서 말이다.


완벽주의가 독이 되는 시대


애플의 DNA는 명확하다. 퍼스트 무버가 아니라 '퍼펙트 무버'를 지향하는 기업. LG의 프라다폰, 삼성의 옴니아가 먼저 스마트폰의 형태를 제시했지만, 애플은 완벽한 터치와 앱스토어라는 생태계로 시장을 장악했다. 완벽하지 않으면 출시하지 않는 것, 그것이 애플의 브랜드였다.


그런데 AI 시대는 다르다. 베타 버전을 먼저 던지고, 사용자 피드백으로 빠르게 개선하는 것이 승리의 공식이 되었다. 태평양 상공에서 엔진을 갈아 끼우는 것 같은 이 방식을, 완벽주의에 갇힌 애플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문화의 충돌이다. AI 분야는 오픈소스로 성장했다. 누군가 코드를 올리면 한 시간 후 전 세계 개발자들이 다운로드해 개선한다. 이런 속도감이 AI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 하지만 애플은 논문 발표조차 금지하는 폐쇄적 기업이다. AI 과학자에게 애플은 '블랙홀'이다. 들어가면 세상과 단절된다. A급 인재들이 애플을 떠나는 이유다.


스마트폰 다음은 무엇인가


흥미로운 질문이 있다. 인터넷 시대의 디바이스가 스마트폰이었다면, AI 시대의 디바이스는 무엇일까?


메타가 최근 공개한 레이밴 스마트 글라스는 한 가지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직 답은 아니지만, 두 번 정도 반복하면 제대로 된 것이 나오겠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그 디스플레이 기술은 혁신적이다. 착용자만 보이고, 햇빛 아래서도 선명하다는 점에서 광학계의 돌파구를 열었다.


더 중요한 것은 컨셉트다. 안경에 달린 카메라는 당신이 보는 세상을 AI가 함께 본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추천 알고리즘은 당신이 검색한 것을 기반으로 했다. 하지만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 욕구의 70~80%는 지금 보고 있는 것에서 생긴다. 거리에서 누군가 입은 멋진 재킷을 보는 순간, 구매 욕구가 생기는 것처럼.


1인칭 시선을 공유하는 AI는 과거, 현재, 미래의 니즈를 동시에 예측할 수 있다. 검색 기록보다 훨씬 정확한 데이터다. 5년 후 우리는 안경을 쓰고 다니며, AI가 "대식님, 저런 거 좋아하지 않아요?"라고 속삭이는 세상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전화기가 필요 없는 세상


한 가지 더 생각해볼 점이 있다. 지금 젊은 세대는 전화를 싫어한다. 우리는 여전히 '스마트폰'이라 부르지만, 이미 '폰'이 아닌 것이다. 19세기 성인 남성이 당연히 말을 타고 활을 쏘았듯이, 전화는 이제 선택적 기능이 되었다.


노키아는 끝까지 '전화 회사'였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이해하지 못했다. 애플은 'IT 회사'였기에 컴퓨터를 작게 만드는 발상으로 성공했다. 그렇다면 AI 시대는? AI 네이티브 디바이스는 처음부터 AI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하지만 애플은 여전히 인터넷 디바이스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 DNA가 그렇기 때문이다.


기업도 사람도, 자신의 과거를 버리기는 어렵다.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김대식 교수는 한국의 딜레마도 지적했다. 향후 10년간 100조 원을 투자할 수 있다고 하자. 실리콘밸리는 연간 1,000조 원을 쏟아붓는다. 우리는 총알이 하나밖에 없다.


그 총알을 어디에 쏠 것인가?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 것인가, 제조업·금융·콘텐츠 같은 버티컬 AI에 집중할 것인가? 둘 다 중요하지만 둘 다 하기엔 자원이 부족하다.


지금까지는 메타의 라마 같은 오픈소스 모델을 가져와 RAG(검색증강생성) 방식으로 기업 맞춤형 AI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었다. 하지만 곧 오픈소스도 닫힐 수 있다. 중국 모델은 성능이 뛰어나지만 백도어 위험이 있다.


결국 '플랜 B'로 우리만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가져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주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AGI가 열 미래, 그리고 우리의 준비


AGI(범용 인공지능)는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다. 샘 알트먼은 5년, 김대식 교수는 10년 안에 가능하다고 본다. 어느 쪽이든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경험할 미래다.


AGI가 가져올 변화는 근본적이다. 노동의 가치는 떨어지고 자본의 가치는 올라간다. 샘 알트먼의 표현대로 "AGI는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자본주의"다. 연간 GDP 성장률이 20~30%에 달하는 세상. 5년마다 경제 규모가 두 배가 되는 세상.


그렇다면 우리는? 논리적 결론은 명확하다. 앞으로 10년간 미친 듯이 자본을 축적해야 한다. 노동이 아닌 자본이 가치를 만드는 시대가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일까? 기본소득으로 먹고살되 세금을 내지 않는 95%의 '디지털 농노'와, 기술과 자본을 가진 몇천 명의 지배층으로 나뉘는 세상.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미래인가?


질문을 던지며


김대식 교수의 인터뷰를 듣고 나니 한 가지가 명확해졌다. AI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알던 세상의 규칙을 근본부터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것.


애플의 미래는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미래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 강력한 DNA가 오히려 진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5년 차이로 세대가 갈리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


R&D 전략을 기획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묻게 된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우리의 제한된 자원을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가? 그리고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답은 아직 없다. 다만 질문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세상을 알아보는 기계를 만들고 싶었다. 70년이 걸렸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세상 자체가 바뀌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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