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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몬 Dec 23. 2021

     지하도 상가 깊이 알기(3)

                을지로 아랫길 '을지스타몰'

지하도 상가는 공공도로 밑에  만든 보도와 상가가 있는 지하공간이다.

지하상권이란 용어는 없지만 엄연히 하나의 상권을 형성하여 지상 상권을

보완하거나 경쟁한다. 사람들의 관심이 적은 지하도 상가지만 한 상가  

에 점포 50개~600여 개가 있는 지역 상권의 한 축이다.


지역 상권의 축인 지하도 상가는, 관련된 지자체, 상가 관리업체, 상인들 합심하면  

다시 상권을 성장 발전시킬 수 있다.


십여 년 간 계속된 불황을 맞고 다시 코로나 위기를 맞은 지하도 상가의

많은 분들은 어떻게 힘든 시기를 헤쳐 나가고 있을까?


서울시내  지하도 상가를 찾아가 본다. 



   을지로가 뜨고 있다. 한 때는 직장인들의 해방구였다가 십여 년 간 발길이 줄었던 을지로 노가리 골목.

골뱅이와 노가리와 생맥주를 말도 안 되게 싸게 팔았던 을지로가 다시 뜬다. 80년대와 90년대, 시청과 명동, 을지로 주변 직장인들은 퇴근길에 을지로 2가나 3가에 들러서 힘든 직장생활의 애환을 노가리와 생맥주 한잔에 날려 보냈다. 그 시절의 추억이 담긴 시끌벅적했던 그 골목을 많은 시민들은 기억할 것이다. 그때 그 골뱅이, 노가리, 생맥주 골목이 뉴트로와 가성비에 이끌린 젊은이들이 찾으면서 다시 '핫' 해지며 주변 상가로도 그 발길이 연결된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 일대가 '핫' 해진건 서울시내에서 보기 드물게 노가리, 골뱅이와 생맥주를 궁합 맞게 내놓는 유일한 골목상권 이고, 가격이 파격적이며 오픈 홀에서 이것저것 눈치 볼 것 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생맥주 한 잔 마시고 거저 주는 팝콘 안주를 먹고 가도 눈치 안 보이는 곳이다. 친구나 직장 동료와 함께 와서 술 값 부담 없이 가볍게 골목 파티를 할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 그 일대의 젊은이들이 엄청 늘었난 것도 한 이유다. '특별 개발 진흥지구'였던 을지로가 역별로 멋진 빌딩으로 변신하면서 완공된 빌딩마다 신설ㆍ 이전하는 회사 직원들이 유입되고 그 직원들이 퇴근길에 부담 없이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 들르면서 을지로는 다시 '핫'해졌다.   



실제 출퇴근 때 을지로 주변을 보면 3~4년 전과는 달리 길게 이어지는 사람 물결을 볼 수 있다. 을지로 입구역에서부터 하나은행, SK그룹을 시작으로 미래 에셋, 여러 증권 금융회사, 신한 금융그룹 건물들, 롯데시티 호텔, 공유 오피스들이 있는 을지로 3가까지 출퇴근 직장인들이  잇는다. 을지로 4가와 5가는 건축자재와 조명 상가, 대림상가, 벽지 장판 포장재를 파는 방산시장, 최대 건어물 시장 중부시장 등이 재정비됐고, 훈련원 자리는 이미 1997년에 공원과 지하주차장으로 개장했다. 그 옆의 미군 극동 공병단 부지에는 국립중앙의료원이 확장 이전해 올 계획이다. 이처럼 을지로는 오피스 빌딩, 건축 산업재 시장, 식품시장으로 사랑받으며 클래식한 건물 빌딩이 즐비한 거리로 변모했다.



 

    교통측면에서 을지로는 명동, 종로, 청계천, 충무로, 퇴계로와 맞닿고 지하철 2호선, 3호선, 4호선,5호선 역이 있어 사통팔달 교통 요지이다. 이러한 교통축의 강점을 가진  을지로 지하축을 관광용 지하보도 네트워크로 개발하면 어떨까? 을지로입구역에서 명동 지하상가를 거쳐  회현역, 명동역, 남대문 세무서를 거쳐 을지로와 청계천은 물론 숭례문과 광화문까지 지하로 이어주면 서울 도심을 잇는 지하 둘레길이 완성된다. 그러면 시청 광장에서 지하로  내려가 신호등 없이 걸어서 남대문시장, 명동 일대와  을지로, 청계천을 돌아볼 수 있는 전천후 사계절 도심 도보 관광코스를 만들 수 있다. 아울러 광화문과 경복궁, 숭례문까지 연결한다면 금상첨화다.  도심의 고갈된 땅 생산도 어느 정도 공급 가능하다. 도심의 끊어진 지하도 구간만 이어주면 되므로 사업타당성과 투자효율면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이십여 년 전부터 언론에 보도되고 사라지고를 반복했을 만큼 시민들의 관심도 많고 필요성과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당시

서울시의 거부 반응은 도심으로의 교통유뱔  때문이었다. 과연 그럴까. 아니다. 그래서 다시 2011년에 서울시가 도심 지하공간 개발 연구용역을 수행했고 현지 조사도 했다. 그 이후 박원순 전임 시장 때는 박 시장이 캐나다 언더 그라운드 시티 방문도 했으며, 2017년엔 도심 지하 네트워크 디자인 국제공모도 했다. 이제는 장기 그랜드 플랜을 세워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을지로 아랫길에는 국내 최장 지하쇼핑몰, '을지 스타몰'이 있다. 여긴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만물상 같다. 을지로 아랫길은  개발한 지 30년이 되던 해에  대부기간 10년, 부분 리모델링 조건으로 (주)대현 프리몰이 낙찰받아 2013년 '걷고 싶은 거리 콘셉트'로  리모델링, 재개장했다.  을지로 지하 쇼핑센터의 넓이는 20,334제곱미터, 점포수 216개, 총연장 2.8Km이다. 점포의 업종은 식음료, 패션, 잡화, 인쇄 및 광고, 전자제품, 제화 등이 있으며 독특한 동대문 스포츠 의류센터가 있다. '을지 스타몰'의 개장 시간은 09~22시, 일요일과 국경일은 휴장이다. '을지스타몰'의 출입구는 을지로 2가 ~6가까지 2호선,3호선, 5호선의 모든 지하철 출입구로 연결되어 있다.  




을지로 아랫길은 길이가 시청역을 기점으로 3.3Km이다 보니 웬만한 지상의 랜드마크는 다 연결된다. 특히 눈ㆍ비 오거나 혹서기와 혹한기에는 '을지 스타몰'이 사람들로 꽉 찬다. 신호등이 없으니 시민들은 3.3km를 논스톱으로 걷다가 필요한 물건을 발견하면 즉석 구매를 한다. 아예 걷기 위해 오는 시민도 많다.


상권으로서도 입지가 좋은 편이다. 을지입구 ~을지 3가까지는 20 ~40대가 많고, 을지 4가에서 동대문 DDP까지는 50대 이상이 많다. 특별히 잘 되는 아이템이 있다기보다 실용적 중저가 생활용품이라면 해볼 만한 상권이다. 임대료는 현재 지상 상권의 50% ~70% 수준이나 위치에 따라 다르다. 지하도 상가의 소유자는 서울시이다. 지하도 상가를 개인이 사고파는 일은 불법이므로 입점하 고자 하는분은 유의해야 한다. 오로지 공개 입찰로 입주를 결정한다.


                          <시청역에서 동대문 DDP까지 연결된 지하상가>



을지로 입구역을 지나 을지로 3가 방향으로 지하 '을지 스타몰'로 들어오면 식음료 구역이 나온다. 이 구역엔 맛 솜씨를 자랑하는  퓨전 바비 공방 , 갓 구워 파는 파파 도너스, 싱싱한 야채로 만드는 액츠 샐러드, 일식 타마고 , 중식 마마스찬, 카페 크리미티, 디저트 스토리, 제과명장의 그라츠 제과점 등이 맛으로 손님들을 사로잡는다.


                                                             <파파도나스>



                                                       <액터 샐러드>



                                            <제과명장이 만드는 그라츠 제과>




을지로 아뜨리에는 오래된 공실 점포를 철거하고 갤러리를 만들어 시민작가들이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전시를 원하는 서울시민은 서울시설공단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예약 신청하면 심의 후 결정한다. 이미 내년 반기 예약은 꽉 찼고 지금은 내년 하반기 예약을 받는다. 전시는 무료이며 작품 설치 비용은 작가가 부담한다. (서울시설공단 02-2290-7272)    




                              <을지로의 진정한 가치와 숨겨진 이야기를 소개하는 전시장>


지하 을지로 입구에서 3가로 가노라면 보도 가운데 이제는 보기 힘든 제품 전시 부스가 보인다. 지상 상점가에서 지난 30년 간 판매 한 대표적인 제품을 투명한 누드 전시방법을 써서 전자제품, 기계류, 건축자재 시민들의 흥미를 끌게 전시했다.




                                                  <대림상가 지하 연결지점>


대림상가 연결 지하 지점 갤러리, 광고 디자인, 명함 인쇄 다수 있는데 대부분은 충무로의 비싼 임대료를 피해서 을지로 지하로 이전해 왔다. 빠른 납기와 저렴한 가격으로 충무로의 명함ㆍ인쇄업체와 경쟁한다.

이 구간엔 휴대폰, 전자제품, 남녀 의류, 제과, 한방건강식품, 신발, 레저용품, 화장품, 안경, 카메라, 인쇄 명함, 양복점, 모피, 갤러리, 이미용, 골동품 등 웬만한 중저가 제품은 다 있다. 오래된 카메라점은 옛날 필름 카메라로 출사 다녔던 노장 사진사들의 모임방 역할도 한다.

 

                                             <'을지스타몰' 동대문 스포츠 의류 쇼핑센터>


지하 을지로 6가로 진입하면 동대문 스포츠 의류상가 30여 점포가 전문상가를 구성하고 있다. 동대문 DDP를 짓기 위해 2007년 11월 동대문 야구장을 헐면서 그 안에 있던 스포츠 상가들이 여기저기로 쫓겨가고 일부 점포가 단결하여 서울시와 싸운 결과 현재 자리를 보장받아서 이전했다. 그 당시 동대문 운동장 스포츠센터의 철거 거부와 이전 점포 보장을 관철시킨 리더였던 김천수 사장은 지금도 스포츠 의류 영업을 하고 있다.


스포츠 상가의 점포는 작고 노점처럼 초라해 보여 언뜻 신뢰하기 어렵다. 하지만 스포츠 팀과 스포츠 스타 이름, 사진, 등번호, 디자인에 관한 데이터를 점포마다 적하고 있고, 의류에 즉석 인쇄하여 접착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서 회사나 각급 학교, 관공서로부터 단체 운동복 주문이 많다. 만일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 팀의 A선수 유니폼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30분 이내에 제작해 주며, 가격도 유명 브랜드보다 훨~싸다. 지방에서 직접 와서 주문하는 경우도 있으며 낱개 소매도 한다. 스포츠 상가도 코로나로 인해 운동회나 단합용 체육대회가 아예 열리지 않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하루빨리 매출이 회복되길 응원한다!




                                                         <르네상스 구두 패션>


르네상스 제화점 수제화 OEM 전문이며 김광래 사장이 30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 OEM은 주로 성수동과 염천교의 제화공장에 위탁해서 만들며 여성구두의 디자인과 품질은 어디 내놔도 손색없다며 자랑을 한다. 김광래 사장은 '을지스타몰'의 상인회장을 맡으면서 상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려 애쓴다. 특히 뭐니 뭐니 해도 장사 잘 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시설공단과 매년 을지로 아랫길 축제, 블랙프라이데이 개최하는 등 열심이지만 2년 간의 코로나로 인한 매출 타격 때문에 모든 상인회원들의 고통이 크다며 이를 극복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며 걱정이다. 얘기 도중에 단골손님들이 찾아와 댄스화를 사 간다. 그나마 단골손님 덕분에 생존한다. 김 회장은, " 전체 상점들이 코로나로 타격을 받아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나간 사람들도 있고..... 그러나 이것보다 더 나빠지겠느냐. 내년에 희망을 걸고 있다."며 극복 의지를 강하게 비친다. 모두의 매출 회복을 기원하며, 꿋꿋이 버텨 내년엔 매출 팍팍 오르길 응원합니다!




'을지 스타몰'은 중저가 생활용품과 스포츠 의류가 특화된 걷기 좋은 지하상가이다. 프랜차이즈 상점을 제외하고 대부분 영세하고 작은 가게이지만 한 가정의 삶을 책임지고 살아가는 성실한 가장들의 일터다. 부지런하고 성실하면 이 바닥에선 먹고살 수 있다고들 말한다. 비록 예전보다야 못하지만. 그래도 최근 을지로가 '특별 개발 진흥지구' 로써 새로운 건물과 회사들이 진입하고 금융산업, 건축 자재시장, 건어물시장이 조화로워서 볼거리 살 거리가 많은 핫 플레이스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무엇보다 구매력을 가진 젊은 층의 유입이 많은 것이 앞으로의 매출 회복에 고무적이다.


서울시내 지하도 상가는 26개, 점포수는 약 2,800개다. 점포는 대략 2~10인이 종사하므로 미니 회사 2,800개로 볼 수 있으며 대형 상가도 많으므로 유통산업에서의 비중이 작지 않다. 이를 발전시키려면 오래된 상가 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   


첫째 공간 구조 혁신이 필요하다.

현재 폭 6m의 좁은 복도 폭을 20m~25m로 넓혀서 구간별로 상업 구역, 휴게 구역, 문화예술 구역, 보행 구역으로 나누고 입주 점포도 새롭게 혁신해야 한다. 양재역 지하상가 정도의 공간을 확보해야 시민안전, 공기질 관리, 상하수도와 전기 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 점포 대형화가 가능하면 앵커 테넌트를 비롯하여 업종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으며 독특한 개성 있는 디자인 상점도 얼마든지 구성할 수 있다.   


그리고 반복하는 말이지만 을지로 지하와 명동 일대의 구간 구간 끊어진 지하보도를 이어 주기만 해도 서울 시내 중심가를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칠백 년 역사의 보고인 광화문ㆍ창경궁ㆍ숭례문과 여러 고궁을 잇는 지하 관광 보행로를 상상해보자. 관광버스 주차장 부지조차 없는 현재의 도심 관광의 어려움을 지하 보행길로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둘째 상가의 소프트 파워를 기르자.

상가의 소프트 파워는 상가와 상권 관리를 위해 상가의 정체성과 공동체 정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갖춰야 상가 스스로 도전하고 발전하는 원동력이 생긴다. 상가를 개점할 때 상점별로 입점 상인의 사업가 정신,  미적 감각, 영업력 등이 탁월한 상인 위주로 입점을 시킨다. 특히 형식적인 교육이 아닌 독일의 마이스터 제도처럼 한번 입학하면 우수한 상인이 될 때까지 교육을 시키는 상인 교육기관을 설치하거나 위탁 교육하여 꼭 성공하도록 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 전국의 지하도 상가 중 자체 교육시설을 갖춘 곳은 (주)대현프리몰의 창원점 밖에 없다.


상권 분석을 제대로 하기 위해 기존 방식과 달리 모종린 교수가 <골목길 자본론. 2017년>에서 제안한 상권 분석 방식인 <C-READI 모델>을 참고로 할 필요가 있다. 이 방법은 해당 모델의 성공 조건을 적용해서 성공시킨 사례가 없어서 입증된 성공 조건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가설로서 어느 정도의 객관적 타당성이 있어서 상권 관리에 참고할 가치는 있다. 이 모델을 활용하여 '을지스타몰'의 부족한 요인을 찾고, 그 Gap을 메꿀 방안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모종린 교수의 골목상권 성공 조건>



    '을지스타몰'은 을지로 노가리 골목처럼 스스로의 정체성과  차별화된 가치를 보여 주는 뉴트로 감성의 지하상가가 되면 좋겠다. '을지스타몰'이 아날로그 상가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공간 구조 혁신이나 상가 소프트 파워를 향상하기 전이라도 기존의 상점들이 좀 더 세련된 디자인으로 탈바꿈하고, 매력적인 상품을 늘리며, 브랜드 파워를 가진 앵커 테넌트를 유치하여 그 효과를 앞당기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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