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출장 왔다가 계획보다 하루가 더 연장되었다. 이틀 회의를 해도 결론을못 내고 더 이상 말해봐야 결론도 안 날 테니 내일 다시 협의하기로했다.잘 됐다.
바다가 보고 싶었다.
부산지사장이 오늘은 가까운시장 가서 돼지국밥을 먹잔다. 아니~돼지고기 보쌈도 아닌 돼지국밥이라니, 청사포로 가야지...
스물 스믈 돼지냄새가 날 것 같아 내키지 않는다.
"돼지국밥? 그거 맛있습니까?" , 지사장이
" 안 드셔봤나요? 맛있습니다" 며 가잔다.
바다는 언제 보고? 내심 내키지 않았지만 별
수 없어 따라나섰다. 걸어서 십 분 거리인서면역 옆 시장 골목으로 들어갔다. 부산에서 유명한 횟집 아닌 서면 돼지 국밥집엘 처음 갔다.
허연 김을 뿜는 가마솥을 내건 가게들이 줄 지어 섰다.잘한다는 가게에 들어가니 오후 6시인데도 겨우 네 명 자리를 잡았다.
식당 안은손님들대화소리, 주문받는 소리
에 귀청이 아플 정도다.메뉴는국밥, 수육, 순대뿐이란다. 50대로 보이는 도우미 아주 머니가 오더니 반찬접시를식탁 위에탕탕 놓으며 빨리 주문하란다. 뭐 이런 무례한...
생각이 든 순간, 지사장은 도우미에게 큰소리로뭐라고주문하는데 시끄러워 들리지 않는다. 자동주문이다.
조잡한 화장의 무표정한 도우미가 돼지고기 수육과소주를먼저가져온다. 불친절하지만 음식 나르기는 총알 같다.
돼지고기 수육 한 접시에는 삼겹살 수육,편육,내장수육, 찹쌀 순대가 섞여 나왔다.
어~괜찮아 보이는데... 맛있는 조합이다.
수육은 잘 삶 켜져서 맛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수육의 두께는 3mm 정도, 김이 날 정도로 따뜻하게 나오니 부드럽고 따뜻해 먹기에 좋다. 내장수육은 기름기 투성이라
서 주저하다가 먹어보기로 했다. 한점 집고 새우젓을 올려 먹어보니 물컹한 식감이 씹기 쉽다.비게 맛인데 물컹한 게고소하다.
순대는 처음 보는 진한 초콜릿색이라서 까만
색으로 보인다.지사장에게 왜 순대가 까만지 물었다.
서면 순대에는 찹쌀과 까만 수수가들어간단다. 순대 외피는 아주 얇게 벗겨서 찹쌀과 수수 맛을 느끼게 만드는데, 서면에만 있는 특별순대라며 많이 드시란다. 순대 속의 둥근 수수알이 입안에서 살짝 구르다가 씹혀마치 날치알 씹는 식감이다. 수수 맛은 심심해서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입안에서구르며느끼한 순대맛을순하게 한다.
국밥은 양이 넉넉하다. 뜨건 국물에 고추 양념과파를 띄어 밥을말아 훌쩍 먹을 수 있으니 사람들이 많이 오는가 보다. 8,000원.
처음으로 돼지고기 수육과 국밥을맛있게 먹었다. 청사포는 시간 여유 있을 때 가고, 서면에서 가끔 먹어도 좋겠다.
식당을 나오며 뭔가 아쉬움이 있었다.
무뚝뚝하며, 접시나 반찬을 툭 툭 내던지듯 하는 것이걸렸다. 이미 높은식문화를 즐기는 시민들이다. 어떤식당이던음식을 먹을 땐 편하고 기분 좋게 해 주며,손님이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줘야 하지 않을까? 전통시장 식당에서 뭘 그런 것까지 원하느냐고.... 차별화가 별 건가?
예전의 한국 식당들은 오로지 회전율을 올리기 위해(돈 벌기 위해 ) 고객의 감정은 그리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밥 먹는 행위는 배고픔을채우는 기능 외 사람과 사람의 접점이다. 입 벌리고 먹는 행위 자체는 아름다울 것 없지만 나를 그대로 드러내며 상대와 교감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그래서 식당은 음식맛이나 위생과 인테리어도 중요하지만 손님의 중요한 시간과 먹는 행위에 대한 주인장의 성찰이 그 식당의 운영에 어떤 식으로 던 나타나야 하지 않을까.
내 식당을 찾은 손님들이 자신의 식당에서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즐기고 다시 찾아와 주기를 소망하는 주인의 음식 철학과 문화가 우러나는 식당이 많아지면 좋겠다.아무튼 서면 돼지국밥은 다시 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