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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쏠라 Oct 10. 2023

열 번째 한 끼, 소불고기와 계란말이

오늘은 길었던 남편의 일주일 출장이 끝나고 드디어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다.

사실 5박 6일간의 해외출장으로 짧다면 짧은 출장이지만, 혼자 아이를 케어하는 내 입장에서 5박 6일은 굉장히 길고 긴 시간이었다.

혼자 아이를 케어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남편이 떠나기 전부터 긴장되었었지만, 그래도 별 탈 없이 잘 지냈다.


사실 3일은 아이와 둘이, 나머지 3일은 친정에 가서

가족들과 함께 지냈다.

아이와 둘이 지내던 3일도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고 느꼈는데, 친정에 가니 이게 웬걸?

편해도 너무 편할 수가 없는 거다.


나는 소파에 앉아 쉬고 있는데 누군가 아이와 함께 놀고 있다? 집에선 전혀 상상할 수도 없던 여유.

가만히 앉아 있어도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3일이었다.

특히 언니가 바쁜 업무를 끝내고 이틀이나 연차를 내, 친정에 있던 3일 내내 아이가 특히나 좋아하는 이모와 함께 지낼 수 있었다.

거기에 언니가 새로 바꾼 차까지 나와 새 차를 타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기도 했다.


언니와 나는 일종의 소울메이트이다.

어릴 때부터 함께 커와서 그런지 취향이나 관심사가 너무나도 비슷하다.

어느 날 만나서 봤는데 각자 구매한 물건이 똑같은 물건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려나?

언니와 나는 서로 여행메이트이기도 했어서 결혼 전에는 언니와 참 많이 여행을 다녔다.

특히 언니와 나는 일본을 좋아해 매년 둘이 일본여행을 다녀왔을 정도.


언니와 나는 둘 다 순한 기질의 사람이라 여행을 하며 싸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싸우지는 않지만, 대신 기분이 안 좋으면 서로 말이 없어진다.


결혼 후 자연스럽게 나의 여행메이트는 남편으로, 언니의 여행메이트는 친구로 바뀌었지만 가끔 언니와의 여행이 그리운 순간들이 있다.


귀여운 소품샵을 발견했다거나 예쁜 디저트가 있는 카페에 갔다거나, 그런 순간들.

언니와 나는 백화점보다는 소소한 소품샵, 잡화점을 좋아하고, 1일 2 카페가 가능할 정도로 빵과 커피를 좋아한다.

이는 남편과의 여행에서도 물론 가능하지만, 남편은 소품과 커피에 흥미가 없으니 언니와 내가 그러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 수 없다.


아무튼 친정에 가 있는 동안,  언니와 내가 만나면 늘 그러는 것처럼 우리가 좋아하는 쇼핑몰에 다녀왔다.

이번 쇼핑몰 나들이에는 특별히 아빠가 함께 했다.

아빠, 언니, 나, 아이 이렇게 넷이 함께 한 쇼핑몰 나들이.


도착하자마자 회전초밥집에 가서 신나게 초밥을 먹고, 쇼핑몰 구경을 하다가 예약해 둔 런던베이글뮤지엄에 들러 빵도 잔뜩 샀다.

여기저기 구경하기 좋아하는 딸들과 거기에 흥분하며 뛰어다니는 손녀딸까지 따라다니느라 아빠는 고생하셨겠지만, 오랜만에 아빠와 함께 한 나들이는 너무 좋았다.


나들이 후에는 다 같이 우리 집으로 와 잠시 쉬다가 집 앞 국숫집에 가서 국수를 먹었다.

저녁 시간이 되었는데도 배가 부른 우리가 고른 가벼운 메뉴였다. (배가 부르지만 그래도 저녁을 꼭 챙겨 먹는 우리는 대식가 가족)

비빔국수 한 그릇을 맛있게 드신 아빠는 내일 약속이 있다며 기차를 타고 집으로 내려가셨고, 언니는 우리 집에서 하룻밤 자기로 했다.


아이를 재우고 오랜만에 언니와 맥주 한잔씩 하기로 했지만, 아이를 재우다 우리 둘 다 깜빡 잠이 들었고 밤 11시에 정신을 차린 우리는 배도 부르고 내일을 위해 오늘은 그냥 자자며 같이 티비만 보다가 잠을 청했다.


그리고 오늘, 오늘은 아침 일찍 엄마가 기차를 타고 우리 집에 오셨다.

어제는 아빠가, 오늘은 엄마가.

또다시 할머니를 만난 아이는 반갑게 할머니를 맞이했고 우리는 다 같이 빵과 커피를 나눠 먹었다.


엄마에게 맛있는 점심을 만들어 드릴까 했는데 엄마가 쌀국수가 먹고 싶다고 이야기해 우리는 근처 아울렛으로 갔다.

우리 집 여자들끼리 쌀국수를 맛있게 먹고 아울렛 구경을 하다가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씩 마셨다.

아이의 재롱에 깔깔깔 웃음이 떠나지 않는 시간이었다.


출장에서 돌아올 피곤한 사위가 걱정되신 엄마는 남편이 도착하려면 한참이나 남았는데도 얼른 집에 가서 청소하고 남편을 맞이하라며 나와 아이를 집에 내려주고 부랴부랴 집을 떠났다.

더 있다 가시라고 말해도 사위 쉬어야 한다며 급히 떠나시는 엄마.

우리 남편은 원체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엄마가 있다고 해도 불편함을 못 느끼는 사람인데, 엄마는 뭐가 그리 걱정이신지.


그리하여 집에 나와 아이, 둘만 남게 되었다.

밖에서 신나게 노느라 낮잠도 안 잔 우리 딸은 집을 코앞에 두고 잠이 들었고, 저녁 7시가 다 되어가고 있는 지금도 내 앞에서 쿨쿨 자고 있다.

고요한 이 시간, 집 청소를 조금 하고 남편이 돌아오면 함께 먹을 소불고기를 재워뒀다.


일주일 만에 귀가하는 남편을 생각하며 만든 오늘의 메뉴는 소불고기.

거기에 아쉬우니 계란말이도 같이 만들어야지.

집밥이 그리웠을 남편을 생각하며 사부작사부작 소고기를 간장양념에 재워두고, 계란 4알을 깨뜨려 잘 섞어 두었다.

딸과 함께 먹을 것이니 당근도 잘게 다져 넣었다.

프라이팬을 예열하고 그 위에 계란물을 부었다. 거기에 모차렐라 치즈도 넣어 치즈계란말이를 만들었다.

양 끝으로 흘러나온 치즈가 너무 맛있어 보여 한 조각 잘라 맛을 본다.

내가 만들었지만 역시 맛있다.


벌써 저녁 7시 반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도착하지 않은 남편에게 다시 한번 연락을 한다.

도착까지 30분 정도 남았다는 남편의 답변.


쌀을 씻어 밥솥에 안치고 남편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따듯한 밥과 소불고기를 함께 먹으며 지난 일주일간의 이야기를 나누어야지.


오늘의 요리는 나를 위한 요리가 아니다.

일주일간 타지에서 고생하고 온 남편을 위한 요리이자, 오랜만에 아빠를 만나 기뻐할 아이를 위한 요리이다.

가족을 위해 만드는 요리에는 더 많은 사랑과 더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

나의 사랑과 나의 정성을 가족이 듬뿍듬뿍 먹어주길.

남편의 출장으로 또 한 번 가족의 소중함을 느낀다.




소불고기 recipe


불고기용 소고기 600그램을 준비한다.

진간장 4스푼, 맛술 4스푼, 매실액 2스푼, 설탕 1스푼, 갈은배 60그램, 간 마늘 1스푼, 간생강 조금, 후추 조금 넣어 재워둔다.

재워둔 고기에 냉장고 속 자투리 채소를 넣어 함께 볶아준다. (나는 양파, 양송이버섯, 대파를 넣었다.)

다 볶아지면 불을 끄고 참기름을 휘리릭 둘러준다.

그럼 아이와 먹기 딱 좋은 담백한 맛의 소불고기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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