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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쏠라 Sep 21. 2023

아홉 번째 한 끼, 참치김치찌개

오늘은 아이의 하원길에 동네 작은 도서관에 들렀다.

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걸 좋아한다.

물론 사서 읽는 것도 좋지만, 도서관 책꽂이에 꽂혀있는 많은 책 중 내 맘에 드는 제목을 고르고 표지를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다.

제목과 표지만으로 책을 골라 내가 읽기 어려운 책들이 종종 선택되기도 하지만.


그래서 이사를 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집 주변 도서관을 찾아보는 일이다.

첫 직장은 바로 옆에 도서관이 있어 점심시간에 종종 이용하기도 했었고,

자취를 시작하고도, 결혼 후 세 번의 이사를 겪으면서도 집과 가장 가까운 도서관의 회원증을 만들어 종종 이용했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동네에는 도보 5분 거리에 한 곳, 도보 10분 거리에 한 곳.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두 군데나 있다.

물론 작은 도서관이라 책의 권수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아이를 낳고서도 몇 번 책을 빌려 읽었었는데, 빌릴 때마다 꼭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어떤 날은 가방 속 아이의 물이 쏟아져 책이 흠뻑 젖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아이가 책을 잡아당겨 찢어지기도 했다.

똑같은 책을 새로 사 변상을 하면서도 말하는 게 얼마나 민망하던지.

몇 번의 변상을 경험하고는 책을 빌려 읽지 않게 되었다.


그 뒤로는 주로 아이패드로 e-book을 읽었는데, 아이가 커가면서 전자기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는  e-book조차 읽지 않게 되었다.

아이 앞에서는 최대한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를 만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아이패드로 책을 읽더라도 아이는 책으로 인식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에.


어쨌든 아이라는 핑계로 책을 멀리하고 지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하루는 아이를 데리고 바로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을 가게 되었다.

아직은 많이 어리지만 도서관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몇 번을 도서관에 데리고 다니다가 한동안 도서관을 찾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도서관을 지나 집에 가는 길에 아이가 나에게 말했다.

“아까 엄마랑 도서관에서 책 읽었어.”

(아이가 아직 어려 예전에, 어제 등 과거를 말하는 단어를 몰라 과거 일을 말할 땐 다 아까로 통일해 말한다. ㅋㅋㅋ)


몇 개월도 지난 일을 기억하고 나에게 이야기한 아이에게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고?

그 길로 나는 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다시 한번 가게 되었다.

이젠 제법 커서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을 스스로 빼내서 훑어보기도 하고,

재미있어 보이는 보드게임 장난감을 가져와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하는 아이.


그동안 우리 아이가 꽤 많이 커버렸구나.

도서관에서 아이가 골라온 우산 책을 같이 읽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도 아이는 하원길에 도서관에 가고 싶다는 말을 종종 한다.

물론 도서관에 간다고 아이가 앉아서 진득하게 책을 보는 것은 아니다.

도서관에 들어간 지 5분도 채 안돼서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할 때도 있고, 우다다다 뛰어다니며 큰 소리를 낼 때도 있다.


그래도 아이에게 도서관을 친숙하게 만들어주고 싶어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나갈 때 항상 도서관 회원증을 챙겨 나가는 요즘이다.

조금 더 크면, 스스로 책을 골라 혼자 읽는 날이 오겠지.

어린이 만화를 보며 깔깔대고 웃는 아이의 모습을 혼자 상상해 본다.

소중한 그 모습을 두 눈에 담아 꼭 간직해야지.


오늘도 어김없이 도서관에 가고 싶다는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들렀다.

도서관을 지키고 있던 자원봉사자분이 언제나처럼 반갑게 인사해 주셨다.

오늘은 웬일인지 도서관에 사람이 없어 아이가 큰소리로 말을 해도 조금 안심이 되었다.

그렇게 오늘도 도서관에서의 짧은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니 벌써 시간은 오후 다섯 시.

벌써 배가 출출해졌다. 혼자 먹은 점심을 가볍게 먹어서 그런가.


남편에게 몇 시에 퇴근예정이냐고 연락을 했다.

회사의 행사 준비 때문에 바쁜 남편은 요즘 매일 늦게 퇴근해 우리 세 가족이 함께 저녁밥을 먹을 기회가 없다.


여섯 시쯤 퇴근할 거라는 남편의 연락에 나는 오랜만에 남편과 아이, 우리 셋이 함께 먹을 저녁밥을 만든다.

미리 쌀을 씻어 불려두고는 냉장고를 열어 식재료를 확인한다.

오늘의 메뉴는 묵은지를 넣어 끓인 참치 김치찌개.

찌개용 고기가 없어 참치를 넣어 끓이기로 했다.

묵은지를 가위로 송송 잘라 냄비에 넣었다.

이로서 버릴까 말까 고민했던 묵은지를 알뜰히 다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들기름 듬뿍 넣어 약불에 달달 볶은 묵은지에 참치를 넣어주고,

남아있던 김치국물에 물을 섞어 부어주었다.

그대로 한소끔 끓이면 참치 김치찌개 완성.


요즘 거의 한 그릇요리로 차려주던 남편 밥상에 내심 미안해 오늘은 김치찌개 말고도 반찬을 더 만들기로 했다.

남편이 버스에 탔다는 연락에 가장 먼저 전기밥솥의 취사버튼을 누르고, 아이와 함께 먹을 멸치볶음도 만들었다.

그리고 남편이 도착할 즈음엔 숙주나물을 넣어 고기를 볶아야지.


오랜만에 세 가족이 앉아 저녁밥 먹을 생각을 하니 평소보다 조금 더 기합이 들어갔다.

언제나 내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이지만, 오늘 더 맛있게 먹어주길 바라며 사부작사부작 부지런히 요리를 만든다.


저녁을 먹으며 남편에게 하원길 아이와 도서관에 다녀온 이야기를 해줘야지.

오늘은 사랑과 온기가 가득한 저녁 식사가 될 예정이다.




참치 김치찌개 recipe

김치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다.

냄비에 들기름과 김치, 설탕을 넣고 달달 볶아준다. (나는 이때 다시다도 조금 넣어 볶는다.)

어느 정도 볶으면 캔참치를 넣어 살짝 볶아주고 물과 김치국물을 같이 넣어준다.

살짝 먹어보고 부족한 맛이 있으면 추가한다. (나는 설탕을 조금 더 넣어주었다.)

한소끔 끓여주고 먹기 전 두부, 대파를 송송 썰어 올린다.

맛있게 먹어주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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