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효

by 포시티브

1594년 1월 12일

아침을 먹은 뒤, 어머님께 돌아가겠다고 인사를 올렸더니, 이르시기를 “잘 가서, 나라의 치욕을 크게 씻어라”라고 두번 세번 거듭 깨우치고 타이르셨다. 이별하는 슬픔으로는 조금도 탄식하지 않으시는구나.


1595년 7월 1일

홀로 수루에 기대앉아 있었다.

내일은 바로 아버님의 생신날이다.

슬픔과 그리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또 나라의 형편을 생각하니, 아침 이슬처럼 위태롭다.

조정에는 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책략을 지닌 기둥과 들보같은 사람이 없고, 초야에는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도록 보좌할 만한 주춧돌 같은 사람이 없다. 종묘사직이 끝내 어찌될지 알지 못하겠다.

마음이 괴롭고 어지러웠다. 내내 엎치락뒤치락했다.


1597년 10월 14일

밤 2시에 꿈을 꾸었다. “나는 말을 타고 묘지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말이 발을 헛디뎌 냇물 속으로 떨어졌으나, 쓰러지지는 않았다. 막내아들 면이 안고 떠받친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다 깨었다. 이것이 어떤 조짐인지는 알 수 없었다. 저녁에 어떤 사람이 천안에서 와서 집안 편지를 전했다. 봉투를 뜯지도 않았는데 뼈와 살이 먼저 떨렸다. 마음도 아찔하고 어지러웠다.

겉봉투를 와락 펼쳤더니, 열의 글씨가 보였는데 바깥 면에 ‘통곡’ 두글자가 쓰여 있었다. 마음속으로 면이 전사한 것을 알았다. 나도 모르게 간담이 떨어졌다. 목 놓아 소리 높여 슬피 울부짖었다.

하느님께서는 어찌 이토록 모지신가. 간담이 타고 찢어졌다.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하늘이 정한 이치가 아니냐. 그런데도 네가 죽고 내가 살았으니 이치가 어찌 이렇게 어긋날 수 있느냐. 하늘과 땅이 캄캄하고, 한낮의 해도 빛이 바랬다. 불쌍한 내 어린 아들아!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갔느냐? 빼어난 기질이 세상을 벗어났기에,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머물지 못하게 한 것이냐? 내가 지은 죄 때문에 받아야 할 하늘의 재앙이 네 몸에 닿은 것이냐? 내가 지금 이 세상에 있지만 끝내 누구를 의지할 수 있겠느냐? 너를 따라 죽어 지하에서 같이 있고, 같이 울고 싶구나. 그러나 네 형, 네 누이, 네 어미 또한 의지할 곳이 없구나. 잠시 견디며 목숨을 겨우겨우 이어가겠지만, 마음은 죽었고 껍질만 남았구나. 목 놓아 서럽게 울부짖을 뿐이다. 하룻밤이 1년같다.

이날 밤 10시에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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