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는 아버지가 대기업 상무이사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는 경기도에 있는 3교대인 곳에서 아버지 도움으로 낮에 일하는 부서로 바꿀 수 있었다. 다음에는 강남으로 옮길수 있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 자랑은 대화 중에도 계속 나왔다. 아버지의 성공이 그에게는 가장 큰 행복인 것 같았다.
나는 졸업식 이후로 그와의 미래에 대해 생각했다. K는 평소에 나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나랑 미래를 생각하는 게 있어?”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엄마, 아빠한테 물어보고 이야기해 줄게.”
그는 30살이었다.
“그게 물어봐야 하는 거야?”
“부모님한테 물어봐야 해서.”
“이제 그런 건 혼자 생각해야지. 30살인데.”
그는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내가 꺼낸 말들을 불편해했다.
그는 2주 뒤에 나에게 그 이야기를 꺼냈다.
“나 아직 너한테 확신이 안 들어. 나는 결혼을 35살 넘어서하고 싶어. 지금은 결혼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아.”
“8년을 사귀었는데도 확신이 안들어? 결혼을 말하는게 아니잖아.”
“미래에 대해 말하는 것도 부담스러워. 나는 완벽하게 준비가 되면 결혼할 거야. 그전에는 싫어.”
그는 내가 결혼할 사람으로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내가 끼고 있던 커플링을 던지듯이 그의 손에 주었다. 그는 반지가 떨어질까 봐 손에 꽉 쥐었다.
29살이었던 나는 내년에 30살이 된다는 걱정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나이였는데도 그때는 30살이 되는 것이 두려웠다.
K는 미안한 마음 때문인지 내 생일에 처음으로 고급스러운 음식점에 데리고 갔다.
“여기 비싼 데야.”
난 인생 처음으로 호텔에서 스테이크를 썰어봤다. 그는 계산을 할 때 종이로 된 디너 식사권을 두 장 냈다.
"엄마가 받은 거 있다고 주셨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