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서포터스팀과 홍보팀의 등산 가는 날이다. 등산을 하면서 제품 홍보를 하러 가기로 했다. 진명은
“이번 신제품 수분 충전 선크림이 반응이 좋아요. 선크림을 바를 때마다 수분도 충전되고 시원한 느낌도 있어서 운동하시는 분들이 많이 쓰고 있어요. 등산할 때 쿨링 제품이나 선크림 라인을 시연도 하고 홍보도 하면 될 것 같아요.”
진명은 서포터스팀이 있는 곳을 보고 시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늘 각자 홍보하고 집으로 가는 겁니다. 같이 다니고 싶은 분들은 함께 가세요. 저 상관 말고 자유롭게 등산하시고 내일 출근하시면 돼요.”
제품 홍보는 등산 초입에서 잠깐 하고 등산을 하는 것으로 정했다. 진명은 서포터스 팀과 웃으면서 열심히 홍보를 했다. 이제 등산을 할 차례이다. 등산로는 쉬운 코스로 정했다. 진명은 평소에 운동이라고는 운동장 돌기와 헬스장 정도만 했다.
진명은 산을 오르면서 시원한 공기가 좋았다. 땅을 밟는 느낌도 좋았다. 한 시간 정도 올라가니 서포터스 팀들은 먼저 다들 먼저 올라간 것 같았다. 갑자기 바람이 엄청나게 불기 시작했다.
‘비가 오려는 건가?’
진명은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날아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회오리바람인가? 다른 사람들은 다 어디 갔지? 진짜로 날아갈 것 같아.”
진명은 몸이 뒤로 밀리는 것을 느꼈다.
“이 바람은 뭐지? 아악!”
진명은 몸이 붕 뜨는 것이 느껴졌다. 순간 정신을 잃었다.
진명이 눈을 떠보니 눈앞에는 어렸을 때 자주 왔던 산이었다. 진명은 답답할 때 이곳으로 와서 마음을 다스렸다. 그곳에는 꽃이 항상 예쁘게 피어있었다.
진명은 그 꽃밭에 가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꼈다. 진명은 어린 시절 가난과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컸다. 아버지에 대해 생각만 하면 분노의 감정을 느꼈다. 아버지는 진명의 미래는 중요하지 않았다. 항상 남에게 사기를 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
진명은 아버지를 모른 척하고 살았다. 그리고 가족사진에서 아버지는 전부 오리거나 버렸다.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을 때 이곳으로 왔다.
갑자기 저 멀리 누군가가 다가왔다. 진명은 그를 자세히 보았다. 그는 아버지 봉석이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었다.
“진명아 그동안 잘 지냈니?”
봉석은 따뜻한 눈빛으로 말했다. 진명은
“당신이 여기 왜 있어? 나는 당신이랑 할 말이 없어. 평생 당신 뒤치다꺼리하는 엄마를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알아? 나를 키우고 보호한 것은 엄마야. 당신이 아니고. 다시는 찾아오지 마.”
봉석은
“나도 너 먹여 살리고 싶어서 그런 거야. 그게 잘되지는 않았지만.”
진명은 화가 난 말투로
“그걸 말이라고 해? 당신은 범죄자야. 사기꾼이라고. 다시는 오지 마. 내 앞에서 당장 사라져.”
어머니는 봉석이 캐나다로 돈을 벌러 갔다고 했다. 캐나다에 직장이 있어서 못 오는 것이라고만 했다. 어머니의 말을 어릴 때는 믿었지만 고등학교 때쯤에는 그것이 거짓말임을 알았다. 캐나다에 가더라도 전화는 할 수 있을 텐데 한 번도 전화나 문자를 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가기 전까지는 진명도 아버지가 좋았던 때가 몇 번은 있었다. 가끔 아버지와 외식을 할 때 그때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 외식을 하는 날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초밥집에 갔을 때 진명은 아버지가 대단한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곰팡이 핀 바닥에 겨울에는 한기가 느껴졌다. 아버지는 돈이 생기면 다 썼다. 돈을 모아서 가족을 위해 쓰기보다는 자신을 위해 쓰거나 옷이나 신발을 샀다. 안방에는 아버지 옷이 많았고 신발장에도 신발이 가득했다.
집은 쓰러질 듯 판잣집이었지만 봉석은 항상 화려하게 옷을 입고 다녔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봉석이 부자인 줄 알았다. 봉석의 이러한 생활 때문에 진명은 어렸을 때 이사를 많이 했다. 길게는 1년 짧게는, 6개월에 한 번씩 이사를 갔다. 이사를 갈 때는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 밤에 몰래 이사를 했다. 친구들에게 작별인사조차 하지 못했다.
봉석은 선애가 모아둔 돈을 사업을 한다고 뺏어갔다. 하는 사업마다 망해서 돈을 전부 잃었다. 진명은 봉석과 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의 이 상황이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이곳에서 나가야 해.’
“팀장님 빨리 뛰어요!”
소희였다. 진명은 뛰기 시작했다. 소희가 있던 문으로 들어가자 진명은 깨어났다.
“여기는 어디죠? 내가 왜?”
소희는 진명의 어깨에 손을 대며
“이제 괜찮아요. 여기서 있을 게 아니라 쉴 수 있는 곳으로 가요.”
“제가 또 소희 씨한테 신세를 졌네요.”
진명은 나무 밑에 앉아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나무에 부딪힌 것 같았다. 해가 저물고 있었다. 바로 밑에 쉼터 같은 곳이 보였다.
“산장인가 봐요. 저기서 잠깐 쉬다가 해가 뜨면 내려가죠.”
진명은 소희와 산장으로 갔다. 산장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산장 안에 들어가자 그림이 많았다. 진명은 그림을 보며 의자에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