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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유리구두 07화

꿈을 펼치다

by 문엘리스

“딩딩딩”

알람 소리에 지영은 잠이 깼다. 지영은 아침 8시부터 주식에 대한 실시간 방송을 본다. 식탁에 앉아 뉴스를 듣고 메모를 했다. 어젯밤에도 잠을 자지 않고 뉴스와 주식 차트를 보며 늦게 잠들었다. 주식을 시작하면서 잠을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났다. 잠은 많이 자지 못했지만 지영은 기분이 좋았다. 지영이 산 주식은 신고가를 계속 뚫고 올라갔다.

지영은 주식으로 번 돈으로 무엇인가를 이루기에는 돈이 많이 없었다. 방송에 나오는 주식 고수는 아직 아니었다. 한 달에 몇백만 원을 번다면 부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생활비로 남는 돈은 별로 없었다. 그리고 주식이라는 것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었다. 지영이 산 주식 중에 비중이 높게 들어간 종목이 실적 발표를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경우도 많았다.

지영이 처음 주식을 시작할 때 산 주식은 대기업 주식이었다. 그 당시 좋다고 하는 주식들도 여러 개 샀었다. 한 주당 30만 원에 사서 물을 타다가 간신히 익절로 나온 적도 있었다. 처음에 국내 주식을 사고팔면서 지영은 수익이 좋지 않았다. 주식이 떨어질 때 싸다고 사면 더 떨어졌고 오를 때는 더 오를지 모르고 무서워서 먼저 팔기도 했었다. 하지만 반복되는 짧은 매수와 매도는 좋은 수익을 주지 못했다. 1년간 주식을 하면서 기업분석이라는 것도 해보기도 하고 주식에 대한 경제 방송도 열심히 들었다.

지영이 주식을 시작했을 때 엄청난 하락장이었다. 거의 1년은 바닥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주가는 떨어졌다. 지영은 방송을 보다가

‘미국 주식을 해야겠어.’

지영은 미국을 가본 적은 없지만 미국의 AI 기업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관심이 많아졌다. 지영이 미국 주식에서 처음으로 들어간 주식은 로봇 회사였다. 로봇 주식은 변동성이 커서 하루에도 10프로가 오르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했다. 미국 주식을 하다 보니 원 달러환율, 유가, 금 가격 등에도 관심이 생겼다. 지영은 장기투자보다는 단기 투자에 관심이 많았다. 나름대로 지영만의 노하우가 생겼다. 자는 동안 불안하게 자는 것보다는 고점에서는 주식을 다 팔고 마음 편하게 자는 것을 선택했다. 고점을 아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만의 기준과 목표를 세우면서 차트를 보고 결정을 했다.

지영은 오늘 정민이 친구 엄마들과 약속을 잡았다. 5명이 만났는데 다들 미국 주식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지금 달러가 너무 비싸서 고민이에요. 주식을 사려고 하니깐 달러가 엄청 올랐더라고요.”

지영은 평소에 주식에 관심이 없던 엄마들이 주식을 이야기한다는 것에 귀를 기울였다. 지영은 자신이 주식을 한다는 사실은 이야기는 했지만 전업 투자를 하고 있다고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전업 투자를 직업으로 말한다는 것이 조금 쑥스러웠다. 지영은 주식 이야기만 나오면 눈빛이 반짝였다. 그냥 신이 났다. 살면서 이렇게 몰입한 적은 없었다. 지영은 이번 주에 주식 비중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번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은 그 순간이 내 주식의 고점임을 알고 있었다.

지영이 수익을 많은 날에는 자신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 지영은 흰색 운동화를 샀다. 비싼 운동화는 아니었지만 지영에게는 소중했다. 지영은 예전과 입는 옷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원피스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트레이닝복을 입었다. 지영에게 트레이닝복도 잘 어울렸다.

지영은 요즘 현우와 대화를 하지 않았다. 집에서는 필요한 대화만을 했다. 현우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아보고 있었다. 기존에 하던 일은 매출이 많이 줄어서 계속 지속하기가 어려웠다. 현우는 중국과 동남아를 자주 다녀왔다. 그래서 그런지 현우와 지영이 함께 있는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새로 사는 집은 많이 낡아서 고칠 것이 많았다. 부엌은 등이 깨져있었고 창문과 현관문에는 틈이 많았다. 지영은 시간이 날 때마다 스스로 고쳐보려고 노력했다.

오늘은 지영의 생일이다. 오늘은 지영의 친구 지숙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지영의 생일파티를 해준다며 아침부터 전화를 했다. 지숙의 집을 들어가자 식탁에 케이크와 과일, 음식들이 잘 차려져 있었다. 지영은 자신의 생일을 기억해 주는 지숙이가 고마웠다. 지영의 마음이 따뜻해졌다. 지숙은

“정민이 학원은 등록했어? 그때 꼭 보내주고 싶다고 했잖아.”

지영은 웃으면서

“어. 요즘에 고민을 많이 하긴 했는데 상황이 더 좋아지면 다녀야지. 정민이가 어리기도 하고. 갑자기 환경이 바뀌어서 그게 문제인데. 정민이와 정윤이도 잘 적응했어. 내가 잘해야 할 텐데.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잘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

지영은 지숙에게도 자신이 전업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 말을 못 했다. 다음에 만날 때에는 말해야겠다는 생각은 했다. 지숙은 지영에게 소중한 사람 중 하나였다. 자신을 걱정하는 지숙에게 조금이나마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지영은 기분이 좋을 때마다 미용실에 갔다. 지영은 미용실에 가는 것이 행복했다. 지영은 로이 선생님이 밝고 재밌어서 갈 때마다 많이 웃고 왔다. 미용실은 지영의 집에서 가까워서 지나갈 때 로이는 커피나 음료를 챙겨주기도 했다.

“지영 씨 오늘 어디 가요? 머리 해서 어디 가면 좋은데. 그리고 요즘 가끔 지나가시는 거 보면 머리가 붕 떠 있어요. 바빴어요? 사실 이야기를 하려다가 말았어요.”

지영은 웃으면서

“요즘 머리에 신경을 못 썼어요. 그래도 선생님 만나고 생각이 나서 온 거예요. 그래도 자주 와서 머리가 이 정도예요.”

지영은 자신의 머리가 예전처럼 예쁘게 돼 있지 않다는 것이 재밌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했다. 지영의 머리 스타일은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선생님은 지금 하는 일이 좋아요? 저 한동안 그런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자기 일을 즐거워하는 분들이 부러워요.”

로이는

“저는 제 일이 즐거워요. 계속하고 싶어요. 부원장이 돼서 더 기쁘기도 하고요.”

지영은 로이의 말이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었다. 로이는 미용실에서 휴일 없이 2년을 일했다. 정말 열심히 고객들을 관리하고 머리를 했다. 몸이 아파도 일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다. 지영은 수액을 맞으면서 일하는 모습이 멋지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었다. 지영은 미용실에서 나오면서

“로이 다음에 또 봐요. 정민이 머리가 길어서 곧 예약해야 할 것 같아요.”

지영은 로이와 인사하고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오늘도 즐거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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