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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유리구두 06화

가슴속 불꽃이 피다.

by 문엘리스

지영은 정윤의 옷을 세탁소에 맡기려고 집에서 좀 거리가 있는 세탁소로 걸어갔다. 지영은 처음 가보는 세탁소여서 비싸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지영은 정윤이의 옷을 올려놓으면서

“얼마죠? 할인되나요?”

“아침부터 귀찮게. 이것도 긴데 그냥 잠바로 해주잖아. 비교해 봐요. 애들 잠바, 어른 잠바 다 똑같지. 오히려 더 기네. 더 받아야 하는데 그냥 기본으로 해줬어.”

지영은 큰 소리로 말하는 점원에게

“그냥 가격 물어본 거예요.”

지영은 돈을 내고 나오면서 한숨을 쉬었다. 지영은 지금 이 모든 일이 잘하고 있는 것인지 고민이 되었다. 내일은 어린이집 마지막 출근이다. 어린이집은 지영이 생각한 것보다 빨리 교사를 구했다.

다음 날 아침, 지영은 어린이집에 보통 때보다 일찍 도착했다. 하나도 벌써 출근을 했다.

“선생님 오늘 가시기 전에 환경구성 다 바꿔요.”

하나는 이미 일주일 전부터 그만두기 전에 여름 환경으로 바꾸고 가라고 이야기를 했다. 지영은

“네.”

지영은 웃으면서 말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아쉬운 것이 많았다. 오늘따라 반 아이들이 더 예쁘고 좋았다. 오늘만큼은 평소보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벽면을 바꾸는 일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환경구성이 끝나고 지영은 짐을 챙겼다. 지영은 작별인사를 길게는 하지 않았다. 이번에 일하면서 지영은 조금 후회되는 일이 있었다. 뭔가 자신감 있게 하지 못한 그런 아쉬움이 있었다. 더 최선을 다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하고 집 근처의 마트 앞에서 지영은 벤치에 앉았다. 지영은 생각이 많았다. 지금 지영이 딱히 잘하는 것이 없어서 무엇을 다시 시작해야 할지 생각해야 했다. 지영은 새로운 일에 대한 고민과 마음을 다독일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서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벤치에 앉아있는데 혜진이가

“지영아 이 시간에 여기 있어? 애들은?”

혜진이는 중학교 동창이다. 지영은

“어. 오늘 일하고 오다가 좀 앉아있고 싶어서. 애들은 학교랑 유치원 갔지. 너도 퇴근하는 길이야?”

혜진이는 20대같이 보였다. 청바지에 멋스러운 티셔츠를 입었다. 혜진이는 동창 중에서 가장 성공한 친구이다. 혜진이는 자신의 노력으로 돈도 벌고 아파트도 샀다. 지영은 혜진이가 멋져 보였다.

“나 이번에 재택근무 끝나서 회사 다시 가.”

지영은 혜진이와 벤치에 앉아있다가 집에 갔다. 집에서 저녁을 먹고 앉아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났다. 어린이집에서 챙겨 온 짐들을 전부 벤치에 두고 왔다. 지영은 살면서 이런 실수를 한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이상했다. 저녁에 벤치로 뛰어갔다. 역시나 없다. 건물 관리인에게 물어봤지만 모른다고 했다. 가방에 중요한 것이 들지는 않았지만 예전에 선물 받은 뜨개질 가방이 좀 마음에 걸렸다. 선물을 받은 것이었는데 사용도 못해보고 잃어버렸다.

'정신 차려야 해.'

지영은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영은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산책을 했다. 집에서 먼 유기농 식품점까지도 걸어갔다. 유기농인데도 마트보다 가격이 저렴했다. 필요한 것을 두 개 정도만 샀다. 지영의 집 근처는 산책할 만한 곳이 없어서 목적지를 두고 걸어야 했다. 그나마 아파트 안에 놀이터가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지금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데 뭘까?’

지영은 어렸을 때부터 주식이나 돈에 대해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다. 주식 공부도 좋아해서 밤을 새우며 공부를 하기도 했었다.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주식 공부를 예전처럼 할 수는 없었지만 그 열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집안 사정이 괜찮았다면 지영은 주식으로 더 많이 벌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주식 트레이더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지영은 이러한 꿈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지영은 예전에 500만이 안 되는 돈으로 800만 원을 벌은 적도 있었다.

지영은 주식을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을 하고 마음에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는 지영의 이 생각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지영은 자신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거야. 한번 도전해 보자.'

지영은 자신의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교사가 좋은 직업이기는 했지만 지영에게는 뭔가 맞지 않았다. 지영은 미국 주식 위주로 매매를 했다. 운이었는지 실력인지 지영의 계좌는 계속 수익을 내었다. 주식을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공부도 재미있고 매매도 잘되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그달은 200만 원 정도를 벌었다.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한 달 생활비는 되었다. 지영은 주식에 더 몰두하고 공부했다. 지영은 안정적으로 수입이 생기면 가족들에게 전업투자자로 당당히 이야기하고 싶었다.

지영은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보겠다고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했다. 조심스러웠다. 지영의 엄마는 이러한 지영의 마음을 알았다.

“지영아 네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 지금까지도 잘해왔어.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배우고. 지금 젊을 때 도전해 봐야지 후회가 없어.”

어머니는 지영에게 힘이 되고 싶었다. 무엇을 하든 이 힘든 시기를 지영이 잘 지나가기를 바랐다. 지영은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지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반드시 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트레이더가 될 거야.”

지영은 높은 곳을 바라보며 자신의 꿈을 마음속에 담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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