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항항”
민서는 숨을 헐떡이며 엄마가 있는 밖을 향해 손을 뻗었다. 민서는 어린이집에 적응을 못해서 자주 울었다. 어린이집에 들어오는 현관부터 울음소리가 들렸고 어린이집에 있는 내내 울었다. 너무 울어서 눈 주위가 항상 빨갛게 부었다. 지영은 민서가 우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나마 안고 있으면 울지 않아서 계속 안아주었다. 민서는 울다 지쳐서 잠들곤 했다. 민서는 한 달이 지나도 계속 지칠 때까지 울었다. 그리고 낮잠까지 자고 4시에 가서 집에 갈 때면 축 처진 얼굴을 엄마의 어깨에 대고 안겼다.
어린이집 아침 일과는 등원을 시작으로 아침 간식을 먹는 시간이었다. 보통 치즈나 죽, 과일이 나왔다. 지영은 하나가 음식을 체크하는 것을 보고 사물함 위에 일과표를 보았다. 아이가 무엇을 몇 시 몇 분에 먹었는지 대변, 소변을 몇 번 보았는지 시간을 써야 했다. 낮잠을 몇 시부터 자고 언제 일어났는지도 체크해야 했다. 아이를 보는 시간도 빠듯한데 아이의 모든 일과를 적어야 했다. 하원 시간에는 엄마들이 교실에 있는 일과표를 핸드폰으로 찍었다.
“사진은 왜 찍어? 알림장 보면 나오는데. 이제는 교실로 못 들어오게 해야겠어.”
하나는 투덜대며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 물병 좀 가져와요.”
지영은 빠른 걸음으로 조리실로 갔다. 조리실 옆에 정수기 있는 곳에서 물병을 챙겨 왔다.
“선생님 색맹이에요? 이 스테인리스에는 짙은 분홍색으로 가져왔어야죠.”
지영은 스테인리스에 정해져 있는 색이 있다는 사실을 방금 알았다.
“그게 짝이 있어요? 교사 탕비실에는 그거 하나 있었어요. 다음에는 잘 가져올게요.”
지영은 하나의 비유를 맞추려고 노력을 했다.
아침 간식을 먹은 뒤에 책상을 치우고 아이들 수업을 했다. 주로 오감 놀이나 신체 활동을 했다. 어린이집 교사는 수업을 준비할 때 기발하고 재밌는 것을 준비해야 했는데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교사의 손이 많이 갔다. 수업과 놀이 후에는 바깥 놀이를 반드시 해야 했다.
“선생님 뭐해요? 도와야지. 유모차 태울 때 애들 봐요.”
우리 반은 3명뿐이었지만 옆 반은 9명이어서 우리 반이 같이 도와주어야 했다. 12명의 아이들은 6인용 유모차에 태워지고 걸을 수 있는 아이들은 교사와 손을 잡고 갔다. 지영은 민서가 울어서 안았다. 12명의 아이들은 가만히 있지 않고 뛰어다니고 기었다. 한 명이 세 명을 봐야 해서 정신이 없었다. 지영은 어린이집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손이 괜찮았는데 교실에 들어오고 나서는 팔이 많이 아팠다.
“선생님 갑자기 제가 팔이 아파서요.”
말이 떨어지자마자
“선생님만 아파요? 나도 아파요? 내 팔 봐봐. 팔목 보호대하고 있는 것 보이죠? 선생님 나갈 때 물건 챙기는 거 몰라요? 내가 더 많이 챙기는 것 같아서 그래요. 선생님도 선생님 할 일을 제대로 해야지. 나 지금부터 선생님한테 싸가지 없게 말할게요.”
지영은 하나의 태도에 놀랐다. 하나는 모든 일을 정확히 반을 하지 않으면 억울해했고 그것의 기준도 자신이 정했다.
“말을 왜 그렇게 해요? 말이 심한 것 같아요.”
하나는
“선생님 기분 나빴어요? 선생님은 그냥 말해서는 안 듣는 거 같아서 내가 말을 좀 세게 했네요.”
지영은 하나의 말들이 상처가 됐다. 하나는 생각나는 대로 말을 했다.
점심시간이 돼서 지영은 아이들의 밥을 덜어서 책상에 놓았다. 이유식과 밥을 먹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지영은 아이들 밥을 먹이고 옆 반 지원도 갔다. 보조교사는 다른 반이 바쁠 때 돕는 일도 했다. 점심 먹은 뒤에 아이들이 한 명 남거나 없으면 다른 반에서 일을 했다. 보조교사의 일은 항상 바쁜 곳을 찾아다녀서 그런지 항상 정신이 없었다. 지영은 침착해지려고 노력했다. 평소에 하던 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지영은 퇴근할 때 팔과 허리, 다리가 아팠다. 분명히 처음에는 손이 아팠는데 허리가 심하게 아프더니 발목이 아파서 걷지 못할 정도가 됐다. 지영은 집 앞에 있는 정형외과에서 엑스레이를 찍고 의사를 만났다.
“당분간 깁스를 해야 합니다.”
지영은 놀라며
“어린이집 일을 해야 해서요. 꼭 해야 할까요?”
의사는 지영의 엑스레이를 보며 이야기를 했다.
“2주일 지나야 깁스를 풀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손이랑 허리도 안 좋아요. 지금 하는 일이 본인 몸에 안 맞아요. 자꾸 무거운 것 드는 것은 하지 마세요. 곧 허리랑 팔이 다시 아플 거라서 거기도 치료해야 할 수도 있어요.”
지영은 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픈 곳이 많았다. 너무 열심히 하려다가 탈이 난 것이었다. 지영은 한숨을 쉬며 정형외과에서 치료를 받았다. 내일이 걱정이 되었다. 지영은 잠이 오지 않았다.
다음날 지영은 원장님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원장님 제가 다리와 팔이 안 좋아서 갑자기 그만둬야 할 것 같아요. 사람 구할 때까지 열심히 할게요.”
지영은 원장님과 이야기를 하고 교실로 갔다. 지영의 깁스를 본 하나는 한숨을 쉬며
“갑자기 그건 뭐예요?”
지영은
“어제 정형외과 갔더니 깁스를 하는 게 좋다고 해서요.”
하나는
“나도 몸 안 좋아서 다음 주부터 병원 다녀요. 휴가도 일주일에 한 번씩 신청했어요. 나도 아파서 선생님한테 자꾸 짜증 부리게 되는 거예요.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그러니까 상처받고 그러지 말아요.”
지영은 생각없이 말하는 하나의 말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선생님 사실 저 일 그만둬요.”
하나는
“아. 정말요? 이번 달까지는 하는 거죠?”
지영은
“네. 사람 구할 때까지는 해야죠. 그때까지 잘할게요.”
지영은 일하는 동안에는 하나와 잘 지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