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었다. 지영은 어린이집에 도착을 하면 포트에 물을 끓여놓고 교실 정리를 했다. 어린이집은 아침이든 오후든 항상 바빴다. 어린이집에 처음 적응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울음소리가 많이 났다. 지영은 우는 아이들을 볼 때면 정민이와 정윤이가 생각이 났다. 하나는 지영이 하는 행동마다 한숨을 쉬며 불만을 말했다.
“선생님 공지 확인 안 했어요? 선생님 이런 거 원장님이 알아요? 글 보는 거 못하면 병원 다녀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선생님 죄송해요. 고쳐볼게요.”
지영은 자신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나는 지영이 공지사항을 늦게 보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말했다. 지영은 아이들을 보면서 핸드폰을 자주 확인해야 하는 것이 어려웠다. 생각보다 어린이집의 일은 할 만했지만 하나와의 갈등으로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지영은 어린이집에서 먹는 점심시간이 좋았다. 누군가가 해주는 밥을 먹어본다는 것이 이렇게 좋구나 싶었다. 밥을 먹는 시간에 지영은 영은 선생님과 친해졌다. 영은도 지영처럼 보조교사였다. 영은은 사교적이고 밝은 성격의 사람이었다. 지영은 영은과 있을 때 마음이 편했다.
“지영 씨는 일이 괜찮아요? 나는 잠깐 이 일을 하는 거예요. 원래는 학원 강사예요. 생활비 벌러 왔어요. 오래 할 건 아닌데 여기 원장님도 너무 좋아서 하고 있어요.”
“저도 처음에는 돈 벌러 왔어요. 지금 제가 할 줄 아는 게 많지 않아서요. 그래도 뭐든 열심히 할 거예요. 잘하고 싶어요.”
밥을 교사실에서 먹고 교실에 오자 하나는
“선생님 밥을 왜 이렇게 오래 먹어요? 벌써 30분이나 된 거 알아요?”
지영은 하나가 큰 소리로 말하자
“다음부터는 일찍 먹을게요. 죄송해요.”
지영은 매일 하나에게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 불편했다. 하나의 기분이 나쁘거나 몸이 안 좋을 때마다 지영에게 화를 냈다. 지영은 아이들을 좋아해서 일은 좋았지만 매일 자신 없어하는 자신의 모습이 싫었다. 지영은 스스로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지영은 이 일을 오래 하고 싶었다. 돈을 많이 벌지는 않았지만 한 달 동안 아이들에게 맛있는 것을 사줄 수 있는 정도의 돈은 되었다. 담임교사가 아니어서 월급은 적었지만 지영에게는 소중한 돈이었다.
영은이 화장실 청소를 하는데 하나가
“여기 물 들어오는 것 안 보여요? 물 있잖아. 물 안 들어오게 하라니까 자꾸 그러네.”
영은은
“죄송해요.”
영은도 지영처럼 죄송하다는 말을 매일 하면서 지냈다. 영은은 하나가 화낼 때마다 긴장을 했다. 어느 날은 물을 교실 바닥에 쏟았다. 영은은 얼굴이 하얘졌다.
“죄송해요. 제가 손에 갑자기 힘이 빠져서요. 금방 닦을게요.”
하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선생님 미쳤어요? 하필 우리 반에서 그래요? 저리 가요. 내가 할 테니.”
하나는 소리를 지르면서 한숨을 쉬었다. 하나는 단 한 개의 실수도 용서하지 않았다. 하나는 지영이게
“영은 선생님하고 어울리지 마요. 이상한 사람이야.”
영은은 그 이후로 기운이 없어 보였다. 지영은 영은이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 있는 것을 자주 보았다, 교사실에도 잘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서성거리는 것을 보았다. 지영은 영은을 위로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때마다 하나 선생님이 막아섰다. 영은은 정수기 컵 정리하는 곳에서 고개를 숙이고 자주 앉아 있었다. 지영은 그 모습이 계속 생각이 났다.
“영은 선생님이 그만둔데. 진짜 잘됐어.”
하나 선생님은 웃으면서 지영에게 말했다. 지영은 영은 선생님을 도와주지 못한 것이 후회됐다. 그리고 그런 말을 하는 하나 선생님이 너무 싫었다. 영은 선생님이 그만둔 날부터 지영은 많이 외로웠다.
토요일 아침, 현우는 서랍에 양말이 짝이 맞는 것이 없자 욕을 하기 시작했다. 지영은 욕을 하는 것을 들었지만 그러다 말겠지 했다. 하지만 주방에서 지영을 보자
“너 죽어. 그냥 죽으라고. 거기 서 있지 말고 죽으라고.”
지영은 깜짝 놀랐다. 갑자기 분노하는 현우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왜 죽어? 그걸 네가 왜 결정해? 네가 뭔데? 나도 아이들한테 소중한 사람이야. 네가 뭔데 나한테 그래? 애들 있는데 꼭 그래야 해?”
정민이가 자다가 일어나 울기 시작한다.
“엄마 없으면 안 돼. 난 엄마가 좋은데. ”
지영은
“애들이 듣잖아. 사람이 점점 왜 그래? ”
현우는 현관문을 세게 닫고 나갔다.
지영은 눈물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화가 났다. 가난해졌다고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가난한 환경은 어쩔 수 없지만 가난한 정신까지 갖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빠가 엄마한테 욕했어요? 왜 그랬어요? 엄마 그래서 속상해요?”
정민이는 엄마의 얼굴을 보았다.
“아직도 속상해서 그러는 거예요?”
정민이는 밥을 먹다가 지영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엄마는 괜찮아. 엄마 챙겨줘서 고마워.”
지영은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정민이가 보지 않게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영은 아이들에게 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난 건강하게 오래 살 거야. 정민이 정윤이는 내가 지켜야 해.’
지영은 마음을 강하게 먹었다. 지영은 스스로 두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날 토요일은 유난히 시간이 가지 않았다. 갑자기 지영은 어린 시절 아버지와 손을 잡고 산책을 하던 일이 떠올랐다. 엄마와의 첫 만남, 엄마와의 연애 이야기는 아버지를 웃게 했다. 지영은 어린 시절 아빠와 엄마가 서로를 위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산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지금 모습을 보며 어린 시절 그곳을 벗어나려고 했던 그 마음을 탓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