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서 왔어요.”
오후 3시 부동산에서 집을 보러 왔다. 현우는 집이 나가는 데로 이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지영은 크리스마스로 행복해야 할 12월에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을 맞이해야 했다. 지영은 식탁에 앉아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가고 나서 지영은 눈물이 끝없이 쏟아졌다. 아이들이 집에 없어서 더 울었던 것 같다. 그 이후에도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많았다. 지영의 집은 다른 사람과 계약이 돼서 2월에 이사를 가야 했다. 현우는
“이 동네서 못 살 수도 있어. 그리고 학교랑 유치원도 옮겨야 할 것 같아.”
현우는 지영의 의견은 묻지도 않았다. 혼자 정한 듯 통보를 했다. 지영은 아이들이 받을 상처가 걱정이 되었다.
“갑자기 애들한테 어떻게 말해? 정확히 어디로 이사 갈지 알아야 알아보기라도 하지.”
지영은 계획이 전혀 없어 보이는 현우가 미웠다. 자신이 알고 있던 사람이 아니었다. 집을 보러 지영과 현우는 부동산 아주머니와 함께 자동차를 탔다.
“다른 집보다 가격이 싸고 좋아. 주인도 해달라는 것 다 맞춰준다고 했어요.”
보러 간 집은 빌라인데 주차할 곳이 없었다. 2층이었는데 방이 3개라고 했는데 거실에 미닫이 문으로 닫히는 방이었다. 방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보였다. 정확이 방이 2개였다. 화장실은 1개였고 벽에는 오염된 곳이 많았고 에어컨은 고장이 나 있었다. 그리고 창문에 앞 뒤가 모두 벽으로 막혀있어서 밖을 볼 수 없었다. 벽에는 곰팡이가 가득했다. 지영은 이 집이 싫었다. 다른 곳으로 알아봐야 한다. 여기서 뭔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오래된 아파트로 알아보자. 저층이나 수리가 안 된 곳으로. 여기는 아닌 것 같아.”
지영은 기운 없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영은 집에 도착해서 자신도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인가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우가 말하지는 않았지만 집을 얻을 보증금도 생활할 돈도 없었다. 지영은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을 안 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어디로 취직을 할 수 있을까?’
지영은 10년 동안 자신이 했던 것은 육아와 집안일 뿐이었다. 밤낮으로 지영은 취업사이트를 보았다. 지영은 어린이집에서 사람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은 아니지만 지영이 노력하면 보람도 느끼고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영이 직업을 구하는 동안 현우는 오래된 아파트의 꼭대기 층에 집을 계약했다. 집은 낡았지만 그나마 구할 수 있는 집 중에서는 제일 좋았다. 정민이의 유치원은 그 동네에서 원비가 싼 편이었다. 그래도 그 가격이면 부담스럽지 않았다.
지영은 고민 끝에 어린이집에서 보조교사로 지원을 했다. 메일을 보낸 날 바로 전화가 와서 다음날 바로 면접을 보기로 했다. 지영은 옷장에서 단정하게 보이는 검은색 정장 바지와 흰색 니트 옷을 골랐다. 지영은 옷을 반듯하게 다림질을 했다.
면접날은 새벽부터 눈이 많이 왔다. 이번 겨울 중에 눈이 이렇게 많이 온 날은 없었다. 지영은 우산을 쓰고 준비한 옷을 입고 면접에 갔다. 지영이 간 어린이집은 규모가 크고 새로 지은 듯한 그런 곳이었다. 지영은 긴장하지 않고 면접을 보았다.
‘난 잘할 수 있어. 새로 시작하는 것이 무엇이든 열심히 할 거야.’
면접은 원장님이 보았는데 목소리나 표정이 마음이 따뜻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영은 이곳이 꼭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면접 후에 현관까지 나와 인사를 해주시는 원장님께 밝게 인사를 했다.
“오늘 눈이 많이 와서 아이들이 좋아하겠어요.”
원장님도 밝게 지영에게 인사를 했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면서 지영은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앞으로 이 길이 맞는지 잘할 수 있을지 등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다음 날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2월 말에 두 번 정도 0세 반에서 일해주실 수 있나요? 근무는 3월부터예요.”
지영은 너무 기뻤다. 지영은 이 사실을 현우에게도 이야기를 했다. 지영의 생각과 달리 현우는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그거 해서 돈을 얼마 번다고 해? 애들은 누가 봐?”
지영은 지금 상황에 자신이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현우는 지영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았다. 지영은 조금 전의 기쁨이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지영은 반드시 이번 기회를 잡고 싶었다.
‘혼자라도 해볼 거야.’
지영은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지영은 첫 출근을 하고 0세 반에 들어갔다. 한 선생님이 퇴직을 하셔서 교사가 한 명 더 충원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이들은 지영이 생각한 것보다 많이 어렸고 지영은 많이 긴장이 되었다. 지영은 평소보다 민첩성이 없었지만 침착하게 하려고 노력을 했다. 9명의 아이들은 걸어 다니기는 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넘어지거나 부딪히면 안 된다는 생각에 지영은 정신을 바짝 차리려고 했다. 지영은 평소에 어린 정민이만 잘 보면 됐기에 전체를 봐야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보람 선생님과 민지 선생님은 이러한 지영에게 도움을 많이 주려고 했다. 민지 선생님이 먼저
“어린이집 교사하려면 집에 애들부터 케어가 잘 돼야 해. 맞벌이 쉽지가 않거든. 전날 애들 옷도 스스로 골라놓고 자고 일찍 일어나서 챙겨야 할 것도 많고. 되도록이면 전날 해놓고 자는 게 좋아.”
지영은 이것저것 생각해서 말해주는 민지 선생님이 고마웠다. 낯선 이곳에서 말을 걸어준다는 것 자체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민지 선생님은 다음날 아침 지영에게
“선생님 이거 먹고 해요. 아침 못 먹었지?”
지영은 고마웠다.
“선생님 감사해요.”
음료가 따뜻했다. 덩달아 마음도 같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어린이집을 다닌 이틀은 지영은 서툴기는 했지만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은 배우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지영은 무엇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내일부터 지영은 하나 선생님 반의 보조교사로 들어가기로 했다. 그 반은 담임이 한 명이어서 보조교사가 필요한 반이었다. 아이들이 많지 않아서 지영은 어려움이 많지는 않겠다 생각했다. 지영은 가족들을 위해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지영은 그날 밤 잠이 오지 않았다.
‘잘할 거야. 잘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