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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유리구두 08화

자신감과 자만심 사이

by 문엘리스

“엄마 나 옛날 집에서 사는 꿈을 꿨어요. ”

정민이는 잠옷 차림으로 눈을 비비며 지영에게 말했다.

“나도 그 꿈꾼 적 있어.”

정윤이가 말했다. 지영 또한 가끔 예전에 살던 집에 대한 꿈을 꾼다. 꽃을 사서 식탁에 두던 일상들이 생각이 났다. 지영은 이사 온 뒤로는 꽃을 사지 않았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꽃을 사는 것이 사치 같았다. 정민이와 정윤이는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집에서 가장 재밌었던 일이 숨바꼭질과 보드게임이었다고 했다. 지영은

“그건 여기서도 할 수 있어. 엄마가 숫자 셀 테니까 숨어.”

정민이와 정윤이는 집안을 신나게 뛰었다. 지영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좋았다.

‘어디든 마음먹기 나름이야.’

지영은 가슴에 손을 대고 생각했다.

지영은 요즘 빅테크 주식과 유가 관련 주식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영은 지금이 주식이 상승장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미국 주식을 계속 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주식이라는 것이 계속 같은 방향으로 올라가지는 않는다, 때로는 큰 급락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가 누군가에게는 큰 기회가 됐다. 지영은 주식이 오를 때 어느 정도 목표가격이 오면 팔았다. 욕심을 더 부리면 시장은 지영의 돈을 전부 가져가기도 했다. 지영은 주식을 팔고 유가 관련 주식을 분할매수 했다. 절대로 주식을 한 번에 많이 산 적은 없었다. 주식을 산다고 정할 때는 보통 6개월 정도 분할매수를 한다고 생각했다. 주식 가격에 따라 1주씩 매일 사는 경우도 있고 10주씩 사는 경우도 있었다. 지영은 조급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조급해지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급락에 힘든 날들을 보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이 좋았는지 지영의 생각대로 주식이 오를 때는 그 수익을 가져갔고 주식이 폭락하는 날에는 유가 관련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 물론 지영의 생각이 백 프로 다 맞지는 않았다. 그럴 때마다 지영은 자만심을 갖지 말자고 다짐했다.

지영은 머리가 복잡해질 때마다 미용실에 가고 싶었다. 예약을 하려고 핸드폰을 보는데 예약이 다 된 것인지 어느 날도 예약이 되지 않았다. 지영은 미용실로 전화를 했다.

“로이 선생님한테 예약을 하려고 하는데 되지 않아서요. 예약이 다 찼나요?”

“로이 선생님은 내일까지만 나오시고 다음 달부터는 쉬세요.”

지영은 놀라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다음 달에 다른 곳으로 가시나요?”

“ 네. 갑자기 그렇게 돼서 다음 달부터는 안 계세요.”

지영은 이번 달에만 미용실을 2번이나 갔었는데 그런 느낌조차 없었다. 지영은 바로 로이에게 내일 예약이 가능한지 문자를 했다. 다행히 로이는 내일 오픈 시간에 오라고 했다.

지영은 집안을 정리하다가 아이 장난감 조립을 했다. 바닥에 쏟아놓고 설명서를 보면서 하루를 보냈다. 지영은 뭔가 집중할 만한 일이 필요했다. 하루 만에 집을 하나 만들었다. 유치원을 갔다 온 정민이가 신이 났다.

“엄마가 만든 거예요? 멋져요.”

정민이는 완성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내일 또 만들어 줄게.”

지영은 웃으면서 말했다. 당분간 집 만드는 것을 2개 정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다음 날 지영은 미용실에 갔다. 로이를 보니 평소와 다르게 말이 없었다. 지영은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로이가 결정한 것이니 이유가 뭐가 중요할까 싶었다. 로이는

“나중에 따로 연락을 드릴게요. 오늘까지는 말할 수가 없어서요.”

로이는 원장님의 눈치를 보는 듯 원장님이 있는 곳을 보고 말했다. 지영은 로이가 불편한 상황에 있음을 느꼈다. 미용실에 사람은 엄청 많은데 조용했다. 드라이기 소리만이 요란할 뿐이었다. 지영은 미용실을 나서며 로이에게

“다른 곳에서 다시 만나요. 꼭 갈게요.”

로이는 웃으면서

“네. 꼭 다시 봐요.”

평소와 같은 웃음, 그것이 로이의 모습이었다.

지영은 로이가 다시 연락한다는 말은 믿고 있었다. 하지만 2주가 지나도 로이에게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어디로 갔는지 잘 지내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지영은 염색을 할 때가 돼서 미용실을 예약했다. 매번 가는 미용실이었지만 로이가 없어서 어색했다. 낯선 곳에 온 느낌이었다. 지영은 수진 선생님에게 예약을 했다. 여자 선생님이 편할 것 같았다.

지영은 예약한 시간에 미용실을 방문했다. 로이의 보조 선생님이 지영을 맞이했다.

“선생님 반가워요. 혹시 로이 선생님 소식은 아시나요?”

지영은 로이와 친했던 보조 선생님은 로이의 소식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저도 연락이 안 돼서 잘 몰라요.”

지영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수진 선생님에게 갔다. 자리에 앉자 수진 선생님은 따뜻한 코코아를 가져다주었다.

“로이 선생님이 자세히 써주셨어요. 같은 색으로 할까요?”

수진 선생님은 지영은 기록을 확인하고 이야기를 했다.

“색을 한번 바꿨어요. 좀 어두운 색으로 바꿨었는데 그 색이 맞을까요?”

지영은 혹시나 해서 색을 확인하고 싶었다. 지영은 염색을 했을 때 빨간빛이 도는 것이 싫었다. 머리를 하는 동안 수진 선생님은 열심히 지영의 머리 염색을 했다. 수진 선생님은 말이 없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성실하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머리를 말리는데 원장님이 지영의 머리를 말려주고 있었다. 원장님은 처음이라 지영은 조금 어색했다.

“잘 지내셨어요? 앞으로 미용실 관리를 더 잘하려고 합니다. 자주 오세요.”

원장님은 웃으면서 친절하게 이야기를 했다. 지영은

“네.”

하고 대답을 했다. 원장님이 생각한 것과 달리 무섭지는 않았지만 뭔가 어색하고 낯설었다. 미용실을 다녀온 지영의 머리는 더 단정해 보였다. 지영은 머리를 하고 나서 자신감이 생겼다. 미용실을 갔다 오면 힘이 나는 것 같았다. 지영은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거울을 보며 1층까지 오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오후 늦게 문자가 왔다. 로이가 보낸 단체 문자였다.

‘안녕하세요. 로이입니다. 갑자기 헤어숍 오픈을 하게 돼서 급하게 미용실을 그만두게 되었어요. 3개월간 오픈 준비를 하게 될 것 같아서 오픈하게 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로이가 미용실 원장님이 된 것이었다. 좋은 일이어서 지영은 잘됐다고 생각했다. 로이는 어디에 가든 실력 있는 헤어 디자이너라서 잘할 것 같았다. 지영은 로이가 없어서 허전하긴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밖으로 나오자 오늘은 하늘이 더 맑고 높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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