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은 주식을 하면서부터 지인들과 약속을 잡지 않고 집에서 뉴스를 보고 정보를 얻었다. 지영은 지금 하는 일에 몰두하고 싶었다.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스스로의 노력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복과 잠바를 걸치고 걸어가던 중 예전에 알고 지낸 수영 언니를 만났다. 수영 언니는 그때와 달리 옷도 화려하고 더 아름다워졌다. 지영은 수영을 먼저 알아보고
“오랜만이에요.”
수영은
“요즘 안 보이던데. 무슨 일 생겼어? 애들 학원도 다 옮긴 것 같고. 학교도 옮긴 거야? 다들 뒤에서만 말하고 아무 말도 안 해서. 얼굴 못 봐서 나도 연락을 못했어.”
지영은
“다음에 좀 편해지면 말할게요. 제가 아직은 말하기가 힘들어서요.”
“그래. 그때 어린이집 그만뒀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나도 갑자기 지영 씨가 그 일을 한다니깐 그거 쉬운 거 아니라고 말은 해주고 싶었어. 그게 애들 보는 거랑은 다른 거니깐. 좀 편해지면 같이 커피나 하자.”
“연락할게요.”
지영은 수영과 헤어지며
‘괜찮아. 잘하고 있어.’
자신을 다독이며 집으로 갔다.
지영은 주식 공부를 하고 싶어서 강의도 등록하고 오프라인 수업에도 갔다. 오프라인 수업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업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직장을 다니면서 주식을 했다. 수업을 들으러 다니면서 지영은 현우 회사가 왜 망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해졌다. 현우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다. 지영은 현우 회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고 그 원인에 대해 짐작을 하게 되었다.
현우는 회사를 정리하고 있었던 때였다. 회사의 규모를 줄이다가 결국은 문을 닫기로 결정을 했다. 지영은 현우가 알아서 잘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현우는 회사경영에 있어서 일만 했지 아무것도 몰랐다. 지영은 현우의 회사의 부채나 담보대출 위주로 조사를 했다. 10년 전부터 회사 부동산이나 공장 대지로 담보 대출이 있었다.
‘이 많은 돈은 어디로 간 거지?’
지영은 이 돈이 누군가에게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직원이나 이사 같은 사람들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담보 대출을 받은 날 현우 누나들이 거액의 부동산을 산 사실이 있었다. 지영은 이러한 사실을 현우에게 말했다. 그러자 현우는
“내가 그렇게 하자고 했어. 다 갚는다고 했는데 회사 망하고는 연락을 안 받아.”
현우는 오히려 누나들이 갚을 것이라고 확신을 했었다. 그리고 이미 소송까지 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지영은 이러한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 답답하고 속상했다. 지영은 현우의 누나 현아의 집에 갔다.
“언니 저예요. 할 말이 있어서 왔어요.”
현아는 문을 열더니
“애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왜 왔어? 나 할 말 없어. 밑에 내려가서 이야기해.”
현아는 주변을 보면서 1층 구석에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팔짱을 끼며 무엇인가 귀찮다는 식의 표정이었다.
“회사가 갑자기 망해서 집도 이사하고 힘들었어요. 언니 회사에서 대출한 돈 돌려주세요.”
지영이 간곡하게 부탁을 하자 현아는
“내가 왜? 그거 내가 정당하게 받은 거야. 올케가 잘못 알고 온 거야. 현우한테 말해봤어? 현우네는 회사 받았잖아. 나는 돈으로 받은 거고.”
“그럼 저희는 어떡해요? 회사도 문을 닫았고 있는 돈도 전부 갚느라 없어요.”
현아는 상관없다는 듯
“알아서 살아야지 돈을 왜 달라고 해. 이건 내 이름으로 된 집이야. 그때 빌린 돈은 20억뿐이었어. 이걸 내가 투자해서 몇 배가 된 거라고. 그리고 있는 돈도 다 써서 줄 돈도 없다니깐. 아직도 이해를 못 했어? 다시는 보지 말자. 나도 똑같은 이야기 또 하기 싫어. 각자 알아서 사는 거야.”
현아는 평소에도 돈을 흥청망청 썼다. 그냥 부잣집에 태어나 돈은 계속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아는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그에게는 돈을 아주 많이 썼다. 그는 연하에 미혼이었는데 지영이 보기에는 현아를 사랑해서 곁에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현아의 돈을 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현아가 사준 비싼 외제차를 타고 다녔고 현아의 집에도 살고 있었다.
지영은 어떠한 이야기도 하지 못한 채 집에 왔다. 억울했지만 예상을 못한 것은 아니었다. 회사가 망한 것이 현아 탓은 아니었지만 회사가 어려워지게 하는 원인 중 하나였다. 지영은 현아가 미웠다. 분노에 가까울 만큼 화가 났다. 회사가 잘못된 것이 현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 현아 언니 만나고 왔어.”
현우는
“누나 탓 아니라고. 회사가 작년부터 갑자기 안 됐어. 갑자기 이렇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고. 누나도 나도 부모님께 똑같이 받았는데 나라도 회사를 책임져야 하니깐 이렇게 된 거야. 누나한테 가지 마. 누군가는 해결해야 하는데 그게 나일뿐이야. 너한테 말 못 한 건 미안한데 네가 해결해 줄 것도 아니고 괜히 걱정만 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 지금도 그렇고.”
현우는 회사는 자신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영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억울한 감정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의 상태가 되었으면 했다.
지영은 가족 간의 돈 문제가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서로 간의 생각하는 것이 달라서 대화가 되지 않았다. 돈 문제로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었다.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원망하는 존재가 되었다.
지영은 이 복잡한 관계에서 자신은 정신을 차리고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영은 주식을 할 때 레버리지는 쓰지 않았다. 레버리지는 주식이 갑자기 급락했을 때 대응을 할 수가 없었다. 지영은 있는 돈 안에서만 주식을 샀고 수익이 났을 때는 조금씩 분할매도를 했다. 지영에게는 자신의 원칙 중 하나였다. 지영이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은 단지 주식으로 돈을 버는 사람 중 한 사람일 뿐이었다. 지영은 자신이 주식을 한다는 사실을 아직까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지영은 점점 수익이 늘어났다. 지수가 오르는 것처럼 지영의 계좌도 함께 올라갔다. 지영은 자신감이 생겼다. 지영은 수익이 난 것을 조금씩 현금화했다. 그리고 채권도 조금씩 모았다. 갑자기 생길 급락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조급하게만 안 하면 돼.’
지영은 마음속으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