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정민이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었다. 원래 먹는 것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요즘은 초콜릿이나 사탕, 아이스크림을 몰래 먹었다. 문 뒤에서 초콜릿을 먹고 봉지를 버리거나 소파 옆에서 숨어서 먹기도 했다.
“정민아 초콜릿이 왜 여기 있어?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은데.”
지영이 정민에게 빈 껍질의 비닐을 보이자 정민이는 고개를 숙이며
“제가 안 먹었어요.”
정민이도 뭔가 먹으면 안 되는 것을 먹었다고 생각했는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민이는 살이 찌고 나서부터 몸이 답답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지영은
‘내가 힘들다고 정민이를 너무 챙겨주지 못했구나.’
지영은 이사 온 뒤부터 저녁에는 주식 공부를 한다고 정민이를 텔레비전을 보여주거나 혼자 놀게 했다. 1년 넘게 그러다 보니 정민이는 노는 것보다는 먹는 것에 관심을 가졌고 지금과 같이 살이 찌게 되었다. 지영은 오늘부터는 그러지 않아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지금 같이 놀까?”
“좋아요.”
정민은 지영이 놀자는 말에 눈빛이 반짝였다. 오랜만에 보는 정민이의 모습이었다. 지영은 힘든 시기를 보내는 아이들에게 따뜻함을 주고 싶었다. 물질적인 풍요로움보다는 정서적인 안정감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놀이는 멋진 성에 사는 왕자님과 공주님 놀이었다. 공주님은 카리스마가 넘치는 터프한 공주님이었고 왕자님은 장난꾸러기였다. 놀이는 웃기고 재미있는 스토리로 이어졌고 정민이의 웃음소리는 집안을 즐겁게 했다. 지영 또한 예전처럼 밝고 빛나고 있었다. 웃음이라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바꿀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것을 잊고 살았던 것 같았다. 지영은
“내일부터는 엄마가 같이 놀아줄게. 대신 잠을 일찍 자자.”
지영은 웃으면서 정민이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지영은 정민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재웠다. 정민이를 재우다가 잠깐 한 시간을 잤다. 지영은 한 시간 정도 뉴스를 보다가 정민이 옆에서 잠을 잤다. 오늘은 피곤해서 잠을 일찍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침부터 정민이가 감기 기운이 있다. 소아과 진료를 보는데 선생님이
“체중이 언제부터 이렇게 늘었죠? 키는 아주 큰 편은 아닌데 몸무게가 너무 나가요.”
지영은 생각을 하다가
“유치원을 옮기고 나서부터 살이 많이 쪘어요. 유치원이 좁은 편이어서 신체활동을 많이 못하고 예전에 다니던 체육도 그만뒀어요.”
정민이는 먹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예전에는 유치원에서도 활동이 많고 그 이후에도 움직이는 활동이 많았었다. 지영이 일하면서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적었고 집에서도 정적인 활동만 했다. 지영은 오늘부터라도 정민이와 밖에서 재밌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핸드폰 날씨를 보니 하필 오늘 비가 온다고 되어있다.
‘오늘 비가 와서 놀이터를 못 가는구나.’
지영은 한숨을 쉬었다. 내일부터는 정민이를 빨리 데려와서 같이 뛰어놀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민이를 데리러 갔는데 비가 오지 않았다. 지영은 오늘부터 열심히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놀이터에서 노는 정민이를 보며 지영은 평소에 신경 써주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지영은 주식 시나리오를 매일 썼다. 그날의 이슈를 통해 시장을 예상하고 대응했다. 잘못 파악하고 들어간 종목은 손절을 했다. 처음에는 시간만 끌다가 손실이 점점 커졌는데 이제는 손실이 커지기 전에 손절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지영은 매달 지영이 생각한 것보다 큰 수익을 실현했다. 한동안 채권을 산 것이 많은 수익을 줬다. 주식이 떨어질 때 채권가격은 올랐다. 채권이 목표 가격에 오면 팔고 평소에 사고 싶었던 반도체 관련 주식을 샀다. 지금 반도체 주식을 많이 떨어져서 지금이 사야 할 시기였다. 1년을 생각하고 매수를 하면 분명히 수익이 나는 구간이었다. 지영은 한 달마다 수익이 나는 주식을 조금씩은 팔았다. 주식을 팔 때는 그다음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을 세웠다.
현우는 회사를 정리하고 회사 내에 있는 부동산이나 돈 되는 것을 다 처분했다. 이 모든 것을 정리하니 현우는 밤에 잠을 잘 수 있었다. 현우는 1년간 잠이 안 와서 잠을 못 자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현우는 남은 돈이 없었지만 회사를 전부 정리한 것이 마음의 짐을 치운 것 같았다. 현우는 거의 한 달을 잠만 잤다.
현우는 방송을 보며 요리 연습을 했다. 현우의 요리 연습으로 집은 엉망이 되었다.
“나 음식점을 해볼까 해.”
현우의 말에 지영은
“평소에 음식도 안 하던 사람이 음식점을 갑자기 어떻게 해? 음식점이 쉬운 게 아니야.”
현우는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음식을 하면서 재료나 소스를 계속 못 찾았고 음식을 하고 나서 정리는 하지 않았다. 처음 해보는 음식이어서 그런지 현우는
“이 정도면 괜찮은데.”
지영이 먹어보니 음식이 맛이 없었다. 현우는 요리를 하루에 한 개씩 연습해 보았다. 현우가 한 음식 중에 그나마 나았던 것은 고기류의 음식이었다. 짜장면을 만든 날은 집안에 엉망이 되었다. 살면서 그렇게 맛없는 음식은 처음이었다. 지영은 현우에게 요리는 재능이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최근에 뭔가를 열심히 하는 모습은 처음이어서
“그래. 하고 싶은 것은 해봐야지.”
라고 긍정은 해주었다. 아이들은 아빠가 요리하는 시간을 좋아했다. 몇 개월을 요리에만 매달렸다. 요리 실력이 처음보다는 늘었다. 현우는 고기 관련 음식점을 해볼 예정이었다. 매일 저녁은 고기였다. 평소와는 다르게 고기를 소스에 찍어서 고급스럽게 먹었다.
현우가 요리를 하면서 집 분위기는 이전보다 밝아졌다. 현우는 굽는 고기와 전통 갈비 중에 무엇을 할지 고민을 했다. 맛은 둘 다 훌륭했다. 고민 끝에 현우는 굽는 고기를 선택했다. 그것이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생각을 했다. 아이들도 굽는 고기가 좋다고 이야기를 했다. 현우는 고기 굽기를 매일 연습을 했다. 현우는 된장찌개, 김치찌개도 잘 만들었다.
“내가 먹어도 진짜 맛있는 거 같아.”
현우는 자신감이 넘쳤다. 현우는 음식점을 어디에 차릴지 생각을 했다. 매일 거리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주변 음식점 사장님들과 대화도 많이 했다. 현우는 매일 음식점을 알아본다며 집에 늦게 들어왔다.
“엄마 아빠는 오늘도 늦게 와요?”
정민이가 지영에게 말했다.
“응. 당분간은 그럴 것 같아.”
지영은 정민이의 머리를 만지면서 말했다. 지영은 아이들과 잠을 잘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