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찾으려고 산을 오르내리는 풍경이 반복되는 여름이다
산 위 목초지에서 얼룩덜룩한 여러 소를 발견한 이가
한 마리씩 소를 도시로 이주시키는 동안에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던 여름이다
어떤 소는 산을 헤집으면서 나무 무늬가 되었고,
그의 집은 펄럭거리는 새떼처럼 흩어지고 만 여름이다
새들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이동하면서 사라지지 않고 비행하는 여름이다
도시의 투명한 통유리 카페에서 얼음을 부셔먹는 우리가 그를 찾으려 산봉우리에 오르는 여름이다
울창해진 나무에 기대면서
그가 사는 산의 주름 속에 놓여 있는 여름이다
나의 일부는 인간이고, 일부는 나무, 일부는 동물*이라며
언젠가 돌아온다며 그가 산을 떠났던 여름이다
다람쥐한테 그에 대해 묻자 도토리가 되었다고,
나무한테 묻자 빗물이 되었다고,
버섯한테 묻자 숙주가 되었다고 대답 듣는 여름이다
피아노를 만든 목수가 사라지고 나서
어린아이가 피아노 건반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그의 영혼이 산에 여전히 남아 있는 여름이다
그는 터져나가는 포자,
발아하는 씨앗
그의 영혼이 숨 쉴 때마다 우리에게 드나들면서
어두워지기 전에 산을 내려와야 하는 여름이다
보이지 않는 포옹을 하며
그와 기억을 나눠가지는 여름이다
도시에 도착한 우리의 몸에 덕지덕지
그의 흔적으로 포자와 씨앗이 달라붙은 여름이다
도시 한가운데에서 그가 피어나서 잠시 우리가 숨죽여도 좋은 여름이다
쏟아지는 비에 우리의 몸을 내놓는 지금
가장 작은 산이 생겨나는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