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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우근 Sep 10. 2024

코코

  코코를 보면 사람들은 멈추게 된다

  코코가 지나갈 때까지 가만히 그 풍경에 붙잡힌다     


  정류장에서 사라진 해안가로 가는 버스에 손을 흔들다가, 복작복작한 시장에서 무릎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움직임을 느끼다가, 일렁거리는 강물에서 물속으로 고개를 넣었다가 빼는 무언가를 지켜보다가      


  “저기 봐 아직까지 코코가 남아 있어” 말한다     


  코코는 멸종위기종이며 

  인간이 의도치 않게 없앤 것 중 하나이며 

  코코는 사라질 때 어떤 고통도 아픔도 없는 것처럼 보여, 더 슬펐지     


  코코가 높은 건물에 가로막혀서 사라진 공터의 빛이라면 

  그 작은 빛은 꼬리를 흔들면서 어둠 한가운데로 내려앉고 있다     


  밤의 공원에 버려진 피아노를 

  누군가 아침에 연주하는 것을 들으며

  사람들은 조용히 코코와 비슷한 것을 떠올리곤 한다     


  대형마트 무인 판매기 속에서 여전히 캐셔 일을 하는 사람

  자동주행차가 가득한 차도에서 구멍 뚫린 양말을 신은 채로 액셀을 밞는 사람

  시합이 없어진 종목을 연습하며

  세상에 몇 자루 남지 않은 나무로 된 검으로 춤을 춰보는 사람

  산소 호흡기를 차고 불투명한 바다에 풍덩 들어가서

  아직 사라지지 않은 낮의 물고기를 관찰하는 사람     


  나는 어느 날 산책을 하다가 코코를 그린 사람의 전시회

  ‘오늘의 코코’를 보았고     


  뿌연 구름 아래 

  이상한 비가 내리는 날씨로부터

  삐죽 전시회 안으로 발을 내민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조용히 “코코, 코코” 그런다     


  그들이 또 다른 코코인지 모른 채로

  “김치”하고 사진을 다 함께 찍자고 한다

  우리 안에 꼬리 같은 것이 생겨났고     


  바깥이 잠시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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