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빛을 내며 거리를 걷는 사람의 등은 회전문이다
빙글빙글 움직일 때마다 빛을 분산시키는
저 회전문으로 들어가면 우리는 다른 시간 속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모자의 챙을 잡으려는 마법사처럼
무대를 떠나는 오케스트라의 대열 속에서 자신이 연주하고 싶은 악기를 찾는 어린 음악가처럼
등을 돌린 투수가 던졌던 수없이 놓친 공을, 다시 치는 야구선수처럼
이 순간에도
등을 향해 강아지는 풀밭 위를 힘껏 뛰어오고,
“어제 꿈속에서 당신이 죽었어”
말하는 연인이 밤의 거리에서 서로의 생생한 얼굴을 확인하며
등이 뒤집어지는 순간
끊어졌던 춤이 새롭게 이어지는 음악이 들려오지
발을 내디딜 때마다 우리의 몸짓은 심해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밝게 빛나고
집에서 빠져나와 또 다른 집을 향해 갈 때마다 채색되는
도시는 자신이 모르던 수천 가지 산책길을 발견한다
보이지 않는 등이 도시를 떠도는 동안
우리는 음식점과 카페의 같은 벤치에 기대어
공허한 어둠으로 환한 얼굴을 내민 적이 있을 것이다.
어둠을 지키는 가로수는 자신의 잎이 다양한 색깔로 무성하다는 것을 알고
가만히 서서 고개를 돌리는 것만으로도 지구를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를 … 돌고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