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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우근 Sep 10. 2024

아름다운 야경

  24시간 대관람차는 돌아간다. 하루 종일 살아 있는 사람들로     


  도시의 불빛이 흔들거리는 관람차 안에서 누군가     


  “너무 아름다워서 뛰어내리고 싶지 않아요?” 물었는데 그가 누구였는지 얼굴이 가물가물해지고     


  나는 한낮의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다가, 자전거를 끌고 골목으로 들어가다가, 친구들과 헤어지며 손을 높게 흔들다가, 그만 죽고 말았다. 그런 꿈을 꾼 날은 천장이 환해질 때까지 잠이 오지 않고     


  거리로 나와서 나는 끝내 꺼지지 않는 아파트의 불빛을, 가로등 밑에서 비를 맞는 자전거를, 우울한 표정으로 친구들이 맥주를 마시는 것을 본다.     


  네모난 건물에서 나온

  나는 일부러 집을 우회하는 긴 산책을 하고     


  대관람차를 타는 

  너는 거리를 돌아다니는 작은 점과 빈방에 켜진 불빛을 보겠지.     


  단 하나의 창을 사이에 두고

  빙글빙글 돌고 있는 우리는 가까우면서도 아주 멀겠지.     


  규칙적으로 거리를 이루는 신호들 사이에서, 사방에서 쏘아지는 불빛 속에서 누군가 비치지 않는다고 해도  


  딸각 딸각 스위치를 내리고 올리면서. 아름다운 야경은 계속되겠지.     


  창이 어둡거나 밝아질 때

  우리는 모두 이미 절반의 얼굴을 맡긴 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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