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자라나는 기찻길에서
J는 열차를 운행하다가 회사원이 걸어오는 걸 보았고, 섬광과 함께 사라지는 남자의 마지막 얼굴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 된다.
J는 열차 바깥으로 나오고, 새로운 기관사는 정해진 길을 향해 떠나고
J는 긴 휴가를 받게 되지만
환한 빛의 상점과 도로에 멈춘 차들의 행렬
사람들이 만드는 반복되는 신호 속에
J는 여전히 머물러 있다.
J는 영원한 주말 속에서
베란다 창틀에서 미끄러지는 빗물을 센다. 비가 처음 내리거나 그칠 때
비는 하루처럼 셀 수 있는 것이 되지만, 빗속에서는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J가 느리게 걷는 것과
오토바이 배달원이 질주하는 것이
J가 느리게 걷는 것과
비행기의 몸체가 흔들리는 것이
J가 느리게 걷는 것과
주인을 잃은 개가 온 힘을 다해 뛰는 것이 다르지 않다.
사람들이 분주히 걷는 빗속의 거리에서
J에게는 생전 없던 아내와 아들이 생겨나고,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는 건널목에서 J는
아내와 아들을 잃은 사람이 된다.
J가 배고파서 시킨
케이크와 우유가 줄어드는 것에도
그의 슬픔이 있다.
비를 맞으면서 기찻길의 풀은 점점 자라나고
기차는 정해진 궤도를 돈다.
풀이 자라나는 것과
풀이 자라나지 않는 것이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