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펙트 데이즈>

매일 아침 하늘을 바라보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삶

by 잠순이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봤다.

일본 공중화장실 청소부의 이야기인데, 주인공의 일상 속 빈틈은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것들로 꽉꽉 채워져 있다.

주인공 히라야마는 거리에서 빗자루를 쓰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 간단히 씻고 화분에 물을 준다. 현관문을 열어 하늘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짓고 집 앞 자판기에서 캔커피 하나를 뽑아마신다. 차에 타서 자신이 좋아하는 올드팝을 들으며 출근길에 나선다.


점심에는 근처 공원에 가서 샌드위치를 먹고, 햇살이 비치는 나무의 사진을 찍는다.


퇴근 후에는 목욕탕에 가서 뜨끈한 온탕에 몸도 지지고 티비를 보며 선선한 바람을 느낀다. 자전거를 타고 단골집에 가서 저녁을 먹는데,

가게 주인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히라야마에게 그저 "수고하셨습니다!" 외치며 얼음물을 건넨다. 히라야마는 집으로 와 조용히 책을 읽다 잠에 든다.


이것이 히라야마의 매일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이다.

이 단조로운 일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왜 마음이 편해지는지.


히라야마는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보이지 않는 곳까지 구석구석 청소를 한다. 어린 동료는 어차피 더러워질 것인데 뭘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냐며 묻는다.

아무도 본인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아도, 쓸데없는 일이라며 무시를 해도 히라야마는 꿋꿋이 자신이 해야 될 일에 집중한다.


일하다가 화장실에서 길을 잃은 아이에게 엄마를 찾아주지만, 아이 엄마는 고맙다는 말은 고사하고 아이 손을 물티슈로 닦고 곧바로 그 자리를 떠버린다.


오랜만에 만난 히라야마의 여동생은 "이런 데 사는구나?", "정말 화장실 청소일 해?"라며 히라야마에게 질문하고, 히라야마는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영화 중반까지는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진 히라야마의 일상이 그저 좋아 보였는데, 간혹 히라야마를 대하는 무례한 자들의 태도나 여동생의 질문을 들었을 때 히라야마가 느꼈을 감정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내가 한국에서 화장실청소부가 된다면, 모든 인연을 다 끊어내야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

누구도 나를 받아들여주지 않을 것만 같은 두려움.

직업적 귀천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이며, 사회적 시선으로부터 만들어진 직업적 편견은 과연 사라질 수 있는지.


단조로운 히라야마의 일상을 보고 혼자 이 생각 저 생각을 떠올리다 결론을 냈다.


매일 아침 하늘을 바라보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삶,

두 발 뻗고 맘 편히 잘 수 있는 삶 그거면 된다고.

남의 시선 때문에 괴로워하지 말고, 나만 편안하면 그저 그것으로 된 것이다. 내 인생에서 남을 지워버리자.


그리고 그저 바쁜 순간순간에도 햇살이 내리쬐는 하늘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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