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본능에 관한 찰진 고찰
(상단그림 제목: 확대본능-화장대 귀걸이) 연필화
(제목: 오늘의 난장질-화장대)ㅡ유성펜
어처구니 없는 난장질도 그림이 되고나면 흥미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지러운 나의 화장대도 이 그림속에서만큼은 사뭇 달라보인다. 신기한 일이다.
확대본능에 관한 찰진 고찰
이번엔 나의 ‘확대본능’에 관한 고찰이랄까.
나의 생활반경은 어처구니 없이 좁다. 차고도 넘치는 불안으로, 가급적 먼곳에 가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는 일도 매우 드문편이다.
나의 세상은 누구보다 협소하다. 그리고 그 좁아 터짐 속에서 흥미거리와 새로운것을 찾아내는 신박한 재주가 있다. 확대본능 비슷한 그 무엇. 우리는 생각하기에 따라 좁디좁은 생활공간에서 우주를 만날수도 있다. 개소리 말라고? 참으로 의외이지만 우리의 차고도 넘치는 불안이 이런일을 가능케 하기도 하는 것이다.
내가 과거에 접했던 어떤 기사에 의하면 어느 저명한 작가는 평생동안 자신이 나고 자란 작은 마을을 단 한번도 떠나본적이 없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그의 이름이 기억에 없다. 그가 작가인지 철학자인지도 솔직히 아리까리 하다. 아마도 철학자이자 작가이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그의 사상과 그의 작품은 위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혹시 그에게도 나처럼 ‘들여다 보기’의 기술이 있었던것은 아닐까.
생활반경이 좁아 터진 만큼, 익숙한 것들을 사뭇 색다른 시각으로 들여다 봄으로써, 그 속에 있는 섬세한 아름다움과 새로운 재미를 얼마든지 찾아낼수 있다고 난 생각한다. 유심히, 그리고 '깨는' 시각으로 들여다 보지 않고 그저 무심하게 지나치기 때문에 보지 못하는 것이다. 복잡하게 어질러진 공간도,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나름의 질서와 퍼포먼스가 있다. 평범한 풍경도 새로운 호흡으로 보면 저마다의 낯선 아름다움이 있고 의외의 신선한 면모가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불안'은 망원경이기 보다는 확대경에 더 가까운것 같다. 불안은 멀리있는 것을 내다보게 하기 보다는, 당장 가까이 있는것을 후벼파게 만든다. 거국적인 행보? 쉽지않다. 극도의 불안일수록 바로 눈앞의 것들을 확대시킨다. 이제 갓 면허를 따고 도로에 나온 초보운전자를 보라. 자신도 모르게 시야가 좁아진다. 어언 20년 전의 나는, 바로 앞차의 뒷꽁무니만 보고 왕복 세시간짜리 출퇴근을 하던 위인이었다. 차고도 넘치는 불안으로 인해 평생을 그런 현상에 갇혀 살았다. 나도 모르게 눈앞의 것들에만 정신이 팔리고, 삽질에, 급기야 그것들에게서 아름다움과 생의 의미와 희노애락까지 찾게 된다. 친애하는 내 모친의 추상같은 일갈에 의하면, 그런 행태야말로 '삽질의 전당'이며 '난리부르스의 전형'이라나. "세상을 넓게봐 이것아~! 눈을 들어 멀리 보라고! 이 우물안 개구리 같으니~!"
그 기사 내용에 등장하는 위대한 철학자에게 나와 같은 불안이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는 아마도 타고난 재능과 상상력으로, 제한된 공간속에서도 거침없이 눈부신 재능을 발휘한 케이스임이 분명하다.
나는 위대해지고픈 꿈 따위는 없다. 그저 하루하루 나의 하찮은 바램에 반걸음씩이라도 가까워질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꿈을 향한 나의 이토록 미세한 사부작거림이여.
좁은시야에서 이제 그만 벗어나라고? 답답한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부디 드넓은 세상으로 눈을 좀 돌리라고? 나를 향한 진심어린 충고와 애정임을 나도 잘 알고있다. 널찍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나또한 누구보다 열렬히 소망하지만, 어설프게 탐험가 흉내를 내려다가 삶으로부터 사정없이 뚜드려 맞는쪽을 택하기 보다는, 이제는...부디 이제는, 나의 명확한 한계속에서, 그속에서 할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비좁은 내삶의 반경안에서 익숙한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글과 그림으로 옮기는 일.
오랜 병적 불안에 시달리다 못해, 24시간을 벼랑끝에 서있는 기분으로 사는 나와같은 사람에게는, 판타스틱한 세계여행이나 어메이징한 명품들도 별반 의미가 없다. 믿거나 말거나. 이런 내가 답답하고 소심해 보인다고? 충분히 그럴수 있다. 암..이해하고 말고.
어차피 인간은 타인의 속사정을 다 이해하고 살수 없는 존재임을 명확히 기억해야 한다. 그게 핵심이다. 아무도 나를 몰라준다 해도, 그리고 나를 향해 내려지는 뼈아픈 평가를 감수해야 한다 해도 별 수 없다. 별 도리가 없는 것이다. 현재 나의 한계속에서 나만의 속도와 페이스를 유지하며 천천히 세상으로 나아가면 될일이다. 어차피 요란하게 서두른다고 뭐가 되는것도 아니다. 우리 성정에 스텝만 꼬일 뿐. 냅다 말려 들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워~워~ 최면을 걸자.
세상을 만나는 나만의 방법과 속도 알아내기. 그리고 어렵사리 나자신 격려하기. 달팽이 걸음 제자리 걸음에도 내가 나를 진득하게 참아주기 등등... 이 모든것들과 함께 나의 책을 출간해내는 일에 대해, 성공이고 나발이고 부디 ‘완성’할 수 있기를. 완주! 끝까지 해내는 힘!!! 아자! 아자! (아~ 진짜 힘 안나. 무기력해.)
불안하지 않은 상태가 어떤 것인지 조차 알지 못하는 나의 하루하루 이지만, 조부단한 나의 세상속에서 남들이 잘 보지못하는 미세한 아름다움을 찾아낼수 있음에 자족한다. 진짜로 작고 미~세한 행복이긴 한데... 희한하게도 나는 이런 행복이 달콤하고 편안하더라. 덩치 큰 행복은 '이게 진짜 내것일까?' 오히려 나를 불안하게만 만들 뿐, 나는 이런 미세한 행복이 에누리없는 내것같고. 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