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쓰는 아빠의 사과
나는 오늘 아들의 마음에 채 아물지 않았던 상처를 다시 들춰냈다.
얼마전 아들은 첫사랑과 헤어졌다. 헤어진날 아들은 늦게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와 많이 아파했다. 그 마음이 느껴져서 우리 부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거렸었다.
한편으로는 우리 아들이 이제 어른이 되고 커가는 과정에서 사랑에 아픔을 겪는 구나 하고 대견해 하기도 했다.
그날 자정 무렵인가 괴로워하고 있을 아들 방에 들어가 같은 침대에 누워 아무말 없이 아들을 안아 주었다. 한참을 안아주고 등을 다독여 주다가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들아 많이 힘들지, 괴롭지, 하지만 이 또한 커 가는 과정이란다. 힘들겠지만 이겨내야해.”
“아빠 많이 괴로워요. 많이 힘들어요….”
아들은 술때문인지 잠 때문인지 그날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게 누구보다 아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던 내가 아들의 마음 상채기를 다시 헤집어 놓았다.
나는 아들이 씩씩하게 이겨내고 아빠의 무심한 대화에 농담으로 받아낼 줄 알았는데, 아직 그 상처가 아물지 않았던 것이다. 대번 아빠를 원망하는 듯한 눈빛으로 변하더니, 금새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우리집 분위기가 이상하게 썰렁해졌다.
아내는 무심하게 아들의 상처를 뒤집어 놓은 서방을 눈을 흘기며 원망의 눈치밥을 주었다.
사실 나도 이런 상황이 될 줄 몰랐다. 괜히 아들보다 조금 더 살아온 어른이라고 내 기준에 아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랬던 것이다.
내가 바랬던 상황은 “아빠 그런 이야기 재미없어요. 이제 이겨내고 있었는데 왜 그런 이야기를 꺼내세요.” 라고 씩씩하게 대꾸해주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은 인생의 한 시절에 처음 이성을 좋아하고, 그 마음이 사랑으로 커졌고, 그러는 가운데 서로에 대해 설레고, 즐거웠고, 때로는 다툼이 되었을 것이고, 그 다툼으로 이별을 했고, 아팠고 그리움으로 남아있었을 것을… 나도 그런 시절을 겪었을 것인데…
아들아 아빠가 미안하다. 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너의 그리움을 폄하한 아빠가 미안하다. 말대신 이런 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