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자대 배치

자대가 멀기도 머네...

by 칠봉

며칠 전 군대에 간 아들이 전반기 및 후반기 교육을 마치고 자대에 배치되었습니다. 배치된 곳은 사천에 있는 부대였습니다. 사천... 집에서 사천까지의 거리가 355Km... 차로 이동하면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멀고 먼 길이었습니다.

다행히도 공항을 이용할 경우 시간은 많이 절약되지만, 그 또한 하루에 몇 편 안 되는 노선을 시간 맞춰서 타야 하기 때문에 다소 불편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자대 배치 후, 아들과의 첫 통화는 마음이 조금 불편했습니다. 제 아들은 극단적으로 내성적이고 조용한 편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 접했을 때 꽤 많이 긴장하고 두려워하며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성격이었습니다. 그런 아들이 아무리 군대에 갔다고 하더라도 첫 자대배치는 무척 긴장되고 두려웠을 것입니다.

어느 정도 긴장을 하냐면, 처음 군대에 입대했을 때 너무 긴장한 나머지 혈압을 재면 모두 고혈압이 심하다고 나오더랍니다. 전반기 훈련을 마치고 아들과 면회를 했을 때 혈압계를 가지고 가서 재보았을 때는 지극히 정상이었었습니다.

그렇게 첫 만남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을 가진 아들이 첫 통화에서 엄청 소곤대며 전화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내무반 선임들의 눈치를 보아가며 조심스럽게 통화하는 아들의 목소리에 다소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아~~! 나도 예전에 자대 배치를 받았을 때 많이 긴장하고 힘들었는데, 아들도 똑 같이 힘들어하는구나'

저도 아들과 마찬가지로 꽤 내성적인 성격이었으나, 군대생활동안 많이 외향적인 면들이 발현되어 양쪽의 성향을 모두 가진 형태로 바뀌었거든요.

"사천으로 자대 배치받았어요."

"그래 선임들은 다 좋고?"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괜찮은 것 같아요."

"숙소는 평상이야? 침대야?"

"침대입니다."

"침대면 그나마 다행이네."

"내무반에 에어컨은 있고? 비데는 있고?"

"네 다 있습니다."

"샤워는 편하게 할 수 있고?"

"네 더운물로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부부의 질문에 대답하는 내내 조심스럽고 나지막하게 통화하는 아들의 목소리에서 떨림을 느꼈고, 그것이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였습니다.

"그래 이왕 자대배치받은 것을 어쩌겠니, 네가 선택한 것이 아니니 그 환경에 잘 적응하고 선임들하고도 잘 지내거라."

"네"

아들과의 통화를 마치고 아내와 저는 바로 사천에 대해서 검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 회사에서 사천에 출장을 여러 번 다녀와서 거리감은 알고 있지만, 그 이후 사천이 어떻게 변했을지 검색도하고, 교통편도 알아보고, 맛집도 알아보고 등등 사천에 대해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마누라, 그래도 대구가 아닌 게 어디야."

"왜요? 대구가 더 가깝잖아요."

"대구는 더워, 많이 더워. 군인은 추운 것도 힘들지만, 더운 게 제일 힘들어."

"사천은 시원하데요?"

"그나마 바닷가 근처니깐 조금이나마 시원하겠지. 그래도 대구보다는 시원할 거야. 아까 아들도 대구보다는 그래도 사천이 좋을 것 같다고 하잖아."

"우리 아들이 더위를 좀 못 견뎌 하긴 하지요. 호호호."

"올여름휴가는 아마도 사천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네..."


부모의 마음이야 다 마찬가지이겠지만, 모든 계획을 자식 중심으로 잡곤 합니다. 더구나 외아들인 경우는 더더욱 자식 중심으로 계획을 잡습니다. 심지어 아들이 있고 없고에 따라서 밥상의 반찬 가지 수가 달라집니다. 그렇다고 그걸 투정하면 그나마도 못 얻어먹을 수도 있고요.


자대 배치 후 전화 통화가 늘어가면서 아들의 목소리나 심리상태는 점점 좋아졌습니다. 군대에서 여러 번의 첫 경험을 통해 우리 아들이 단단해진 것 같습니다.

"군대에는 시간이 많이 남네요. 그런데 가만히 있으면 바보 되는 것 같아요. 공부라도 해야겠어요."

"그래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라 보내줄게."

"네, 필요한 것 있으면 말씀드릴게요."

지난번에는 책을 보내달라고 하더니 이제는 아예 공부하겠다고 하네요. 이러니 아들에게 점점 더 욕심이 납니다. 보다 지혜롭고 현명한 아들이 되기를 바라는 아비의 마음에 점점 더 욕심이 납니다. 하지만 제일 바라는 것은 힘든 군 생활에서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그리고 무언가 얻는 것이 있다면 더 바랄 나 위가 없습니다.

아들 바보 아빠는 오늘도 아들에게 바라봅니다.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그리고 많은 생각과 사색을 통해 지혜롭고 현명해지는 군대생활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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