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캠핑은 정말 한가롭네요.
오랜만에 미천골 자연 휴양림에 평일 캠핑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캠핑 장소 중 하나이며, 선친께서도 무척 좋아하셨던 캠핑장입니다.
평일 이틀 휴가를 내고 가볍게 떠났습니다. 아들의 군대입대로 인해 마음이 편치 않기도 하였고, 꽤 오랫동안 코로나로 인해 아웃도어 생활을 못했던 것을 날 잡아 지인들과 함께 풀어보고자 떠난 것입니다.
가는 길은 되도록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국도를 이용하여 가기로 했습니다. 6번 국도를 가던 중 출출하고 마침 점심때도 되고 해서 철정검문소 근처의 식당에 들렀습니다.
이곳인데요. 홍천한우 구이, 선지해장국, 육회비빔밥을 참 맛있게 하는 집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국도를 지나며 지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길가의 푸르른 신록을 감상하며 오색약수로 향했습니다.
오색약수에 들른 것은 저녁에 요리할 부재료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가지러 가기 위함이지요.
그것은 바로 오색 약수입니다. 저녁 메인 요리는 엄나무 토종닭백숙입니다. 닭백숙을 만들 때 오색약수와 같은 미네랄과 탄산이 풍부한 약수를 넣고 푹 끓였을 때 그 맛은 상상하시는 것 이상으로 맛있습니다.
여전히 오색약수는 철분을 많아 함유하고 있어 주변이 항상 붉습니다. 물맛은 쇠맛이 나는 탄산물인데 미네랄의 맛이 많이 올라오는 그런 맛입니다. 몸에 좋다니깐 한 모금하지 그렇지 않다면 굳이 마시고 싶지 않은 그런 약수입니다. 그런데 이 물로 밥을 하면 밥이 파란색으로 윤기가 흐르며 밥맛이 아주 좋고요. 백숙을 하면 그 국물의 깊이가 진하고 구수합니다.
약수를 뜨고 바로 양양 시장으로 이동합니다. 캠핑에 사용할 부식과 제 개인 취향이긴 하지만, 전국에서 가장 문어를 잘 삶는 곳에서 문어를 사기 위함입니다.
거의 30년 단골집입니다. 총각 때부터 찾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강원도 여행을 할 때마다 들러서 삶은 문어를 사는 곳입니다.
문어는 삶은 정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삶은 문어를 써는 것도 나름의 방법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문어가게 사장님의 문어는 삶는 정도나, 써는 정도가 남다르게 빼어나게 잘하십니다.
이곳에서 문어를 사고, 건너편 닭가게에서 닭과 엄나무를 사고, 근처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술과 부식과 야채들을 구입하고 캠핑장으로 이동합니다.
캠핑장으로 가기 전 그래도 동쪽으로 왔으니 바다는 보고 가야지요.
언제나 동해의 바다는 시리도록 파아란 바닷빛깔이 너무 멋있습니다. 또한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바닷바람은 도시에 고단함에 찌든 도시인의 가슴을 언제나 화끈하게 뚫어 줍니다.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캠핑장으로 이동합니다.
캠핑장 안에 우리나라 최초로 나무로 만든 차량용 다리가 있습니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정겹게 느껴집니다.
캠핑 사이트를 정리하기도 전에 먼저 닭백숙을 준비하고 불에 올려놓습니다.
엄나무와 야채들을 깔고 토종닭을 올린 후 토종닭 뱃속에 집에서 불려 온 찹쌀과 녹두를 집어넣습니다. 그리곤 압력밥솥의 뚜껑을 닫고 50분간 중불로 가열합니다. 그 사이에 텐트와 각종 편의 시설들을 펼칩니다.
2박 3일 간을 캠핑장에서 보내면서 먹고 마실 부식들을 정리하고, 탠트를 펼치고, 테이블을 펴고, 의사를 펴고, 등을 밝히고, 이런 것들이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예전에 마누라와 캠핑을 왔을 때
"서방 이렇게 땀을 뻘뻘 흘리면서 뭐가 재미있어? 힘들지 않아?"
"응 재미있어, 힘들고 땀은 나지만 재미있어."
남자들은 다 그런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같이 온 2명의 지인들은 제가 만드는 요리가 못 믿어 웠는지.
"어 이게 뭐예요? 이게 다 예요?"
"응 이렇게 하고 끓이면 약수와 엄나무와 야채들과 토종닭이 저절로 맛을 내게 되어 있어 기다려 봐 봐."
기다리는 사이 문어와 막걸리로 뱃속을 워밍업 합니다.
몇 사발 막걸리를 들이켜고 문어 몇 점을 먹고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백숙에 불을 끄고 뜸을 들입니다.
백숙은 불조절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뜸을 들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제 생각에는 아마도 이때 맛있는 진국들이 재료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 같습니다.
잠시 후 뜸을 다 들인 후, 압력솥을 열었습니다.
예상대로 백숙이 훌륭하게 완성되었습니다.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을 책임져 줄 녀석입니다.
예쁘게 그릇에 옮겨 담고, 사진으로 남겨 봅니다.
닭백숙과 한잔, 문어와 한잔, 봄밤의 정취에 한잔, 한창 물오른 숲의 내음과 함께 그렇게 첫날밤이 무르익어 갑니다.
전날 먹은 백숙국물에 간단하게 마른 누룽지를 넣고 끓여 닭 죽을 만들어서 아침을 해결합니다. 반찬은 아내가 정성껏 담아준 김치들입니다.
"형님, 아침에 이렇게 죽을 해 먹어도 맛있네요?"
"흠, 이제 내 음식 솜씨를 믿을 수 있겠어?"
"아이, 의심한 적 없었어요. 단지 별거 안 넣는 것 같은데 막상 만들어 놓으니깐 맛있어서 그게 신기해서 그렇지요."
"객쩍은 소리 하지 말고, 서둘러 아침 먹고 정리하자. 왕복 12킬로 정도는 걸어야 하니깐..."
저녁 요리는 김치찜입니다. 그런데 어제 떠온 오색약수를 다 사용해서 약수가 더 필요합니다.
미천골 자연휴양림에는 좋은 약수가 있습니다. 바로 불바라기 약수입니다. 그런데 미천골 자연 휴양림을 찾는 야영객들 중 이 약수를 마신 분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유는 왕복 12~13킬로미터 정도를 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는 길은 임도로 편하기는 하지만, 걷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도시인들과 땀 흘려 가며 그 먼 곳까지 가서 약수를 떠 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일행에도 그런 친구가 한 명 있는데, 제가 강권했기에 어쩔 수 없이 터덜터덜 길을 나섰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멋진 풍광과 경치도 구경하며 1시간 남짓을 걸어서 불바라기 약수에 도착했습니다.
사진에는 표현이 되지 않았지만, 불바라기 약수 양쪽에는 멋진 폭포가 있습니다.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발생한 약수가 있는 것입니다. 지금의 모습은 원래의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이동한 것이고 원래 불바라기 약수는 왼쪽 폭포 중간 부분의 바위 한가운데에 약수가 고이는 형태입니다.
그런데 약수를 아래쪽으로 내려오도록 연결한 파이프가 부서져서 원래의 폭포 중턱까지 올라가 약수를 받았습니다. 웅장한 폭포 소리와 함께 온몸으로 퍼지는 청량감이 올라오는 길에 더워졌던 제 온몸을 시원하게 식혀주었습니다.
약수를 받고 서둘러 하산하였습니다.
힘썼으니 고기죠. 하하하. 강원도 고기라서 그런지 더 맛있어 보입니다.
고기에는 초 무침도 빠질 수 없지요. 서둘러 뚝딱 파, 양파, 오이, 청양고추를 넣고 무침을 만들어 내고 남의 살을 즐깁니다.
이 술이 요즘 젊은 친구들이 즐긴다는 새로라는 술이랍니다. 자기 딸은 이 술 마신다고 일행 중 한 명이 이 술을 양양에서 구입했었습니다. 그런데 제 입맛에는 너무 순하더군요.
마무리는 역시 김치와 돼지고기를 같이 볶는 것이지요. 이 안주에 가지고 있던 모든 술들은 거의 소진했습니다.
"우왕, 술을 거의 다 마셨네요. 저녁에 김치 찜을 뭘로 먹죠?"
"그냥 있는 술이나 남아 있는 술로 해결하지 머"
"그러지 말고 술 사러 나가자."
이런 경험은 오랜만입니다. 술이 모자라서 다시 사러 나가다니... 어렸을 때 산악부 선배들이 떠올랐습니다.
"야! 막내야 가서 막걸리 한말 받아 오너라!"
"넵, 선배님!"
산길 10리 길을 랜턴불에 의지해 하산해서 막걸리 한말을 지고 다시 오르던 그 젊은 날이 기억났습니다.
술은 준비되었고, 이제부터는 김치찜을 준비합니다.
불바라기 약수 넣고, 김치 넣고, 통삼겹살 넣고, 고춧가루 넣고, 새우젓 넣고, 어간장 조금에 멸치육수와 곰탕육수 넣고 압력솥뚜껑을 닫은 후 중불로 가열합니다. 중불 40분, 뜸 10분 이 요리의 전부입니다.
잠시 후 뜸을 다 들인 후 뚜껑을 열면
푹 아주 잘 익었습니다. 원하는 요리가 완성되었습니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별로 인 것처럼 나왔는데, 실상은 엄청 맛있었습니다. 소주와 밥을 엄청 끌어당기는 마성의 김치찜입니다.
"형님, 이제는 형님 요리 의심 안 합니다. 지난번 요리들도 다 맛있었고, 이번 요리도 다 맛있었어요."
"어 내일 아침 김치죽인데 그것까지 드셔 보시고 말씀하시지요?"
"에이, 머 보나 마나 맛있을 텐데 머."
"그렇게 띄워 주니 고맙네. 하하하."
저의 캠핑은 한결같이 고집스러울 정도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습니다. 재료는 캠핑장 인근에서 구입하고, 재료를 직접 손질하고 직접 요리를 해 먹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캠핑에 가면 한두 끼 정도는 고기 굽고, 소시지 굽고, 라면 끓여 먹고 인근 맛집에서 음식을 사 먹는 것이 보편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의 캠핑은 직접 불을 피워 요리를 해 먹는다. 되도록이면 고기구이보다는 요리를 해 먹는다.입니다.
이번 캠핑에서도 그 고집을 꺾지 않고 일행들을 조금 피곤하게 했습니다. 이 글을 빌어 그분들에게 죄송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음날 아침 어김없이 김치죽을 끓어 속을 달래고, 캠핑장을 정리하고 철수합니다.
평일의 캠핑은 너무나도 한가하고 평화로웠으며 즐거웠습니다. 그동안 뭐가 그리도 바쁘고 정신없어 이러한 삶을 살지 못하게 했을까요. 이제는 한가로운 생활을 가끔씩 가져보려고 합니다.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안경의 도수를 조정해서 다음에는 플라이 낚시 여행을 떠나 보려고 합니다.
에고 아들은 군대에서 고생하고 있는데 아비가 돼서 놀러 다닐 생각만 하고... 미안하긴 하지만, 할 수 있을 때 해 보려고 합니다.
인생은 누구나 첫 경험이니까요. 그 첫 경험을 소중하게 즐겨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