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에 대한 미안함

아빠의 욕심 때문에...

by 칠봉

아들이 올봄부터 군복무 중입니다.

군복무를 시작하면서 아들은 이전과는 다르게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부모로서 조금씩 욕심과 기대가 생겼습니다.

'그래 열심히 하는 김에 이것도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이것도 공부해 봤으면 좋겠고, 운동도 빠짐없이 열심히 했으면 좋겠고, 우리 아들 다른 선임이나 동료들에게 못한다는 말 안 들었으면 좋겠다.'라는 식이었죠.

그리고, 그 바람을 아들에게 글로써, 전화통화로 꼰대처럼 잔소리를 해대었습니다. 마냥 착한 아들은 그 뜻을 거스르지 않고 열심히 따르려고 노력하였더랍니다. 그 모습을 보며 뿌듯해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작용과 반작용이라는 게 있습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어떤 일을 할 때 좋은 면도 있지만 그 반대로 나쁜 일도 생기는 법입니다. 그런 일이 우리 아들에게 생겼습니다. 얼마 전 아들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 아빠 놀라지 말고 들으세요. 저 손목터널증후군이래요. 양쪽 손목 모두..."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왜 무슨 일이 있었는데?"

"제가 일을 너무 열심히 죽어라고 했나 봐요."

"저런, 요령 껏 했어야지. 어떻게 병원치료는 받는 거지?"

"네, 치료는 받고 있는데 2주간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하는데, 말단이 제가 그럴 수는 없잖아요."

"어쩌냐, 엄마 아빠가 어떻게 도와주면 될까?"

"아니에요. 여기서 치료 잘 받을게요."


그날 아들의 통화 후 밤새 잠을 설쳤습니다. 그리고 '나의 기대와 욕심이 아들을 힘들게 했구나' '아비가 돼서 아들을 너무나 힘든 삶을 살게 만들었구나'는 자책감에 옆에서 자고 있는 아내 모르게 눈물도 제법 훔쳤더랬습니다.

아들에게 내비친 부모의 기대와 욕심이 우리 아들에게 부담이 되었고, 그 부담감 속에 너무도 열심히 자기 몸이 상한지도 모르고 막연히 열심히 성실히 한 것이 너무 미안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아들이 입대 후 처음으로 외박을 하게 되어 1박 2일 동안 함께 있었습니다. 양쪽 손에 보호대를 차고 나온 아들의 모습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아들 손은 좀 어때?"

"오른손은 그래도 좀 풀렸는데, 왼손은 아직 좀 저려요."

'으이그 네 놈의 욕심이 울 아들을 저렇게 만든 거야!' 속으로 저를 많이 자책했습니다.

그날 밤 아들에게 조용히 말했습니다.

"아들아 아빠가 미안하다. 아빠의 기대와 욕심이 너에게 부담이 되었구나. 아빠의 기대와 욕심은 지금 네가 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강도가 약한 거야. 네 몸이 망가질 정도로 열심히 하려는 너의 모습에 너무 미안하고 죄스럽다."

"......"

"열심히 하는 것도 최선을 다하는 것도 좋지만, 그 모든 것은 네 몸이 상하지 않는 범위내에서란다. 부모가 제일 바라는 것은 아들이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제대하는 것뿐이란다."

"네, 천천히 변해 볼게요. 아직은 제가 말참이잖아요."


다시 부대로 아들을 돌려보내며, "아들 제발 건강하고 다치지 말고 멘털 잘 붙잡고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지내거라."

"네, 알겠습니다. 건강하시고, 올라가시는 길에 운전 조심하세요."

"그래, 아들 덕분에 이틀 동안 정말 행복했다. 사랑한다. 아들."

"네, 저도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

장마빗속에 한참을 서로 안아주곤 부대로 들어가는 아들을 한참을 보고 서있었습니다.


PS: 첫날밤의 일이었습니다. 아들에게 꼰대짓을 하면서 아래와 같은 예를 들었습니다.


아들아 예전에 다산 정약용 선생님이 유배생활을 할 때 한 제자를 들였는데 그 사람 이름이 황상이었단다. 다산이 황상에게 문사를 공부하라고 권했었는데 황상이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제가 세 가지 병통이 있습니다. 첫째는 너무 둔하고, 둘째는 앞뒤가 꽉 막혔으며, 셋째는 답답한 것입니다."

다산 선생이 이렇게 답했다고 해. "배우는 사람에게 큰 병통이 세 가지 있다. 네게는 그것이 없구나. 첫째 외우는 데 민첩한 사람은 소홀한 것이 문제다. 둘째, 글 짓는 것이 날래면 글이 들떠 날리는 게 병통이지, 셋째, 깨달음이 재빠르면 거친 것이 폐단이다. 대저 둔한데도 계속 천착하는 사람은 구멍이 넓게 되고, 막혔다가 뚫리면 그 흐름이 성대해진다. 천착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뚫는 것은 어찌하나? 부지런히 해야 한다. 연마하는 것은 어떻게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네가 어떤 자세로 부지런히 해야 할까?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아야 한단다."


이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아들이 눈을 커다랗게 뜨곤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 아빠......" 차마 뒷말을 이어 말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에 제가 말했습니다. "왜 아빠가 넘 꼰대 같았고 한 말이 너무 진부했지?" "네 맞아요. 너무 지루해요."

아내가 옆에서 말을 보탭니다. "서방 너무 내용이 지루한 점이 없지 않았어. 그리고 아들 아빠가 어떤 뜻으로 너에게 이 지루한 이야기를 한지 알지? 좋은 이야기야. 새겨들어."

오랜만에 아들과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며 더운 여름밤이 깊어만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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