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게미

by 칠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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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외갓집은 충남 논산군 연산면 황산리 이다. 왜 황산리냐 하면 황산벌전투가 벌어졌단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

나는 종종 여름에 시골 외갓집에 놀러갔다. 친가는 황해도라서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여름날 개울가는 어린남자의 최고의 놀잇터였다. 족대로 물고기들을 잡고, 물장구치고, 수영한다고 개헤엄을 치고, 잠수한다고 코막고 자맥질도 하고… 아침먹고 시냇가로 가면 해가 저도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점심은 개울가 근처에서 논일 밭일하러 온 친척들의 새참을 한술 얻어 먹고 또다시 개울가로 뛰어갔다.


개울가에서 여럿 먹을거리 들을 잡았었는데, 그중 미꾸라지, 버들치 등은 외삼촌들이 매운탕한다고 가져가셨고, 우리는 징게미나 가재를 모닥불을 피워 구워 먹었다. 사실 그 모닥불에 개구리 뒷다리도 구웠긴 했지만, 난 입에 대지 않았다. 조금 더 커서 개구리 뒷다리를 먹었을 땐, 내가 왜 이 맛있는 걸 안먹는다고 했을까. 하고 후회했다.


하지만, 그 후회도 잠시뿐 개구리 뒷다리를 먹지 않기 때문에 내게 할당된 징게미는 다른 외사촌형제들과는 다르게 양이 제법 됐다. 그리고 징게미가 맛은 으뜸이었다. 그 다음이 가제였다.

야들야들하고, 새우와는 다른 부드러운 속살과 깊은곳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흙냄새까지 그러면서 탱글탱글하니 식감도 좋았다.


피워놓은 모닥불이 아까워 콩서리도 하고 친척 과수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린날이라고는 하지만 그때 부텀 나는 싹수가 노란아이였는지 모른다.


그러다가 저녁이 되고 부뚜막에서 밥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석양이 질때면 우리는 누가 부르지 않아도 하나 둘씩 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각자의 집에서 밥을 먹고, 우리가 머물고 있는 외할머니댁 큰 평상에 다시 모였다. 손에는 먹을거리들을 들고서 말이다. 감자, 옥수수 삶은 것들과 읍내 장에서 사온 달달한 사탕, 뒷뜰에서 따온 과일들을 평상에 널어놓고, 하늘의 별들을 보며 수다를 떨었다.

그 옆에선 묵묵히 큰외숙부께서 모기 뜯기지 말라고 모깃불을 놓고…


그렇게 여름밤은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소음과 할머니의 호호호 웃음소리, 숙모들의 하하하 웃는 웃음소리로 더욱 깊어져만 갔다.


그 하늘 위에는 은하수가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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