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휴가 첫날

맘 졸였던 하루, 그리고 오랜만의 편안함

by 칠봉

드디어 아들의 첫 휴가날이 되었습니다.

반갑지 않은 태풍 소식으로 사천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심정으로, 공항 기상 예보를 새벽녘까지 지켜보다가 자는 둥 마는 둥 하다 아침 일찍 눈을 떴습니다.

가장 먼저 사천공항 기상부터 확인해 봅니다. 풍속 14노트, 분명 새벽에 확인했을 때는 12노트였는데...

그래도 울 아들이 타는 비행기는 보잉 737-800 기종이니 그 정도 풍속이면 별문제 없이 이륙할 수 있을 거야 하며 마음을 다독입니다.

"아침 식사해요" 오늘따라 아내의 목소리도 애써 긴장하고 있음을 굳이 감추지 않고 불안해합니다.

"어, 잠깐만" 혹시나 기상상황이 바뀌었는지 정보를 확인하고 나서야 수저를 듭니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정신은 온통 아들이 출발하는 공항으로 마음이 쏠립니다. '하필 우리 아들 나올 때 태풍이 올라와서 이렇게 초조하게 만들나...'

부대를 나왔을 아들에게 전화가 오지 않습니다. 성질 급한 제가 아들에게 전화를 겁니다.

"아들 부대 나왔지? 지금 어디야?"

"네, 나왔습니다. 지금 택시 타고 공항으로 이동 중입니다."

"잘 됐네. 조금 있으면 울 아들 보겠네."

"네. 그렇습니다."

아들의 아직 익숙하지 않은 군대식 용어가 낯설기도 하지만, 정겹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들, 아빠가 새벽까지 기상상황 확인했는데 아무 탈 없이 비행기 이륙할 수 있을 거야."

"네. 알겠습니다."

아들과의 통화를 마치고 다시 사천공항의 기상상황을 점검합니다. 14노트에서 변동이 없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흘러간 뒤, 다시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들 기다리는 데 심심하지?"

"네, 아닙니다. 공항대기실에서 TV 시청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경험했으니 다음에는 첫 비행기로 올라오자."

"네. 그렇게 해야겠습니다."

"김포공항에서 내리면, 지하철로 오는 편이 제일 편안하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출발이 약간 지연될 것 같습니다."

"괜찮다. 비행기가 뜰 수 있는 것에 감사하자."

"네. 이따가 뵙겠습니다."

"그래 무사히 잘 올라와. 이따가 보자."


저는 제 개인 사무실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많은 변화가 있었는 데 그중 큰 변화 중 주거환경이 바뀐 것이었고, 1층에 조그만 개인 사무실을 만들어서 그곳에서 회사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다른 날과는 달리 일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짬시간에 보는 책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지금쯤 어디를 지나고 있겠지?' 아들의 움직임을 인공위성에서 내려다보듯이 지나오는 하늘길, 공항 내의 이동, 지하철 노선 등등이 머릿속에 맴돌며 온통 아들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삑삑 삑삑!!!"

"충성!"

아들이 사무실 문을 열고 제게 군대식 인사를 합니다. 갑자기 눈앞이 흐릿해지며 눈물이 핑 돕니다.

"아들~~! 고생했다. 잘 왔다. 잘 왔어. 배고프지? 엄마가 점심 준비 중이니까, 올라가자 밥 먹자."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아빠 하던 일 좀 마무리하고, 먼저 올라가."

"네 알겠습니다."

부산하게 하던 일을 정리하고 사무실을 나섭니다.

"아들, 왜 안 올라갔어?"

"메인 현관 비밀번호가 뭐였었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그래 그럴 수 있다. 삑삑 삑삑"

봤지 이 번호야.

"네 이제 기억났습니다."

아들과 계단을 오르는 동안,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이 이런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들과 오랜만에 우리 집 계단을 오르니 입가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고, 온통 눈에는 아들모습만 가득합니다.

자 오늘부터 아들의 휴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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