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한창 입니다.
지난 아들의 휴가 이후 오랜 동안 조용히 지냈습니다.
굳이 침묵하려는 것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나태하게 지낸 것도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취미가 우연하게 생겼고, 그것에 몰두하다보니 생각을 다듬고, 사색하는 시간이 줄어든 탓이었습니다.
게다가 세상이 어지럽게 돌아가는 것같아, 자칫 정치적인 식견이나 개인적인 정치성향이 섞일 것 같아서
일부러 글쓰기를 멀리한 것도 있었습니다.
아들의 군 생활도 어느덧 고참으로 넘어가서, 작년보다는 훨씬 걱정이 덜하게 된 것도 한 몫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새 봄 맞이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오늘은 여느 해처럼 뒷 뜰을 정돈하고, 퇴비를 뿌리고, 각종 모종을 사다가 심었습니다.
곰취, 로메인, 청상추, 서양상추, 감자 등 봄 채소를 뒷 뜰에 정성껏 심었습니다.
정성껏 손과 호미로 고랑을 만들고 흙을 가리런하게 둔덕을 만들어 그 위에 모종을 하나씩 하나씩 심었습니다.
이쁘고 싱싱하게 자라나는 채소들을 상상하며 정성껏 채소 모종을 심었습니다.
옆에서 거들던 아내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이제는 몇 년 해봤다고 익숙해져서 가지런히 잘 심네.“
그렇습니다. 어느새 봄이 시작되면 뒷뜰을 정돈하고, 퇴비를 뿌리고, 땅을 솎아주고, 고랑을 만들고, 둔덕을 만들어
그 위에 각종 야채 모종을 가지런히 심었습니다. 다행히도 야채들은 잘 자라주었고, 한동안 저의 값진 양식이
되었습니다.
이런 습관이 친한 친구 내외에게도 전파되어 그 집도 역시 봄이 되면 각종 야채들을 심게 되었습니다.
재배한 야채들은 서로 나누어 먹기도 하구요.
올해 뒷 뜰을 정리하고, 야채 모종들을 심으며 이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이 채소들이 억세지고 장마에 녹아버리고 나면
울 아들이 제대하는 구나.‘ ’이 야채들을 아들이 휴가 나오면 같이 맛나게 먹어야지.‘
역시 오늘도 저의 글은 아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하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애닯고 안쓰러운 마음은 덜 해졌습니다. 저의 아들에 대한 애잖함이 무뎌지는 것도 있겠지만,
아들이 고참이 되고, 후임들이 여럿 들어와서 일을 도와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걱정하는 마음이 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나 새 봄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겨우내 얼어붙어 다 죽어있는 줄 알았던 나무들에 어느새 물이 올르고,
몽오리들이 지더니, 저희집 뒷뜰에는 라일락이 한창입니다. 라일락의 향기가 집안 가득합니다.
뒷산에는 각종 들꽃들이 한창입니다. 제비꽃, 민들레, 벚꽃, 진달래꽃, 개나리꽃, 목련꽃 등 온 산에 꽃들이 만발했습니다.
이런 생명의 역동성이 온 세상에 가득하길 바래봅니다. 어느덧 온 산을 푸르게 물들이는 새 봄의 생명력이 온 세상에 그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그래서 세상이 더 나아지고, 오늘 보다 더 나은 내일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런 세상이 되는 데 저 또한 하나의 밀알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세상에 우리의 자녀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보다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이 되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