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수고한 벗을 떠나보내며

그동안 수고 많았다 흰둥아.

by 칠봉

지난 주말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했던 오랜 벗을 떠나보냈습니다.

그 친구와 함께하며 좋은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아이와 함께한 모든 좋은 기억 곁에서는 그 친구가 항상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큰 말썽 없이 참으로 편안하게 우리 가족과 함께했었습니다.

때론 큰 슬픔에 위로가 필요할 때도 그 친구는 묵묵히 제 곁에 있어줬고, 저 혼자 그 친구와 함께할 때는 제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그 친구는 전국방방곡곳을 우리와 함께 다녀줬습니다. 정말 그 친구와 전국에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이도 돌아다녔습니다.

2010년 7월에 그 친구를 처음 만났습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갑작스럽게 결정을 하고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그 친구를 선택하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원래는 다른 녀석을 선택했었는데, 판매하시는 분들의 태도에 불쾌감을 느껴 다른 회사의 다른 차를 결정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집에서 입는 반바지에 반팔티를 입고 슬리퍼를 신고 들어온 저희 모습이 아마도 구입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을는지도 모릅니다. 덕분에 우리는 흰둥이를 만나 큰 탈없이 14년을 함께했습니다.

큰 사고도 한 번 있었습니다. 동부간선도로에서 주행 중에 흰둥이의 엉덩이를 크게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사고를 낸 차량은 앞이 거의 반파되는 큰 사고였지만, 우리 흰둥이는 그저 단순하게 충돌되었다 정도의 경미한 사고로 보였습니다. 외관상으로는 요.

네 그렇습니다. 흰둥이는 그동안 저희와 함께 했었던 슈퍼렉스턴 차량입니다. 흰색이라서 우리 가족은 흰둥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흰둥이를 타고, 가족들과의 여행도 많이 다녔고, 특히 캠핑을 많이 다녔었습니다.

마음이 울적할 때는 흰둥이를 타고 교외로 나가 한적한 도로를 달리며 마음의 위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흰둥이가 며칠 전 정기검사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엔진이 고장 나서 흰색 배기가스가 많이 발생하고, 엔진의 출력도 적정 수준으로 나오지 않아 엔진 수리를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흰둥이를 몰고 다닐 때 많이 힘들어하는 것을 느끼긴 했지만, 경고등도 들어오지 않았고, 얼마 전 경정비를 맡겼을 때도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했었기 때문에 무사히 검사를 통과할 줄 알았었는데, 이렇게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얼마 전부터 흰둥이를 대신한 차량 구입을 물색하던 차에 조금 더 서둘러 차량을 알아보고 급기야 지난 주말에 흰둥의 자리를 대신할 차량을 구매하고 인수까지 받아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우리 흰둥이는 그곳에서 이별을 해야만 했었습니다.

차량을 구입하기 전 날, 새 차를 산다는 즐거움 보다, 흰둥이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많이 아려왔습니다. 그동안 함께했던 좋은 추억도 생각나고, 내가 괴로울 때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며 위로받았던 기억도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저의 다양한 취미를 위해 묵묵히 비포장도로, 산악도로, 오지 등을 가리지 않고 함께 다녔던 기억들도 새록새록 떠올라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동이 터 오르는 즈음에 간신히 잠을 이루었습니다.

새 차를 구입하고 귀가를 하던 중 판매자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저기 손님, 흰둥이가 시동이 걸리지 않습니다." 저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방법을 알려주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옆에 함께 있던 아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흰둥이가 자기를 두고 가서 화를 내는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우리 가족은 흰둥이를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라, 막내처럼 취급하고 항상 고마워하며 다녔습니다. 큰 문제, 사고 없이 우리 가족을 묵묵히 지켜준 흰둥이가 고맙고 대견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의 무게는 무시할 수 없었나 봅니다. 열심히 우리와 함께해 준 흰둥이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엔진에 무리가 있었나 봅니다. 매일같이 운행을 하다가, 재택근무로 인해 가끔씩 흰둥이를 타고 다녔던 것이 오히려 엔진에는 별로 좋지 못했었던 것 같습니다. 엔진을 수리하고 고쳐서 타볼까도 생각했지만, 수리를 시작하면 여기저기 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차라리 차를 새로 구입하는 것이 더 경제적일 거라는 생각과 다른 차를 타보고 싶다는 마음이 합쳐져 아쉽지만 흰둥이를 떠나보내게 된 것입니다.

군대에 있는 아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니 아들도 무척 섭섭해하더군요.


흰둥아 그동안 수고 많았다. 우리 가족과 함께 해줘서 고맙고 같이 지내는 동안 우리 가족 안전하게 지켜줘서 그리고 함께했던 좋은 추억들에 대해 너무 감사해. 정말 수고 많았어. 안녕 흰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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