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각별하게 느껴지네요.
오늘은 아들의 생일입니다.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아들은 지금 군 복무 중입니다. 지난 주말 휴가를 나와서 아들의 생일을 가족이 함께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지난 주말은 무척이나 힘든 주말이었습니다. 군복무 중인 아들이 휴가를 나오는 데 곧 제대를 앞두고 있어서 그동안 부대에서 사용해던 개인 물건들을 일부 집으로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군대에서 취미를 붙인 기타와 일부 개인 물품의 짐이 너무 많은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들고 비행기를 타고 귀가하기에는 너무 힘들 것 같았습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더운 날씨에 군복을 입고 기타를 메고 배낭을 메고 두 손에 가득 짐을 들고 오기는 너무 힘들 것 같았습니다.
"아들 아빠가 차 가지고 가서 너 태우고 돌아올까?" "아빠 너무 힘들지 않으시겠어요?" "괜찮아. 괜찮아. 그럼 아빠가 내려갈게." "네, 그럼 저는 좋죠. 하하하."
그렇게 해서 예약한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아들 휴가 전날밤 아들의 부대 근처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금요일 밤이라고는 해도 고속도로에 차는 어마어마하게 많았습니다. 거기다가 날씨는 너무 더웠습니다.
"이렇게 더운데 그 짐을 들고 메고 우리가 안 내려갔으면 아들이 엄청 힘들었겠다."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그러게요. 너무 덥네요. 더워도 너무 더워요. 어머 여기는 기온이 37도... 어이가 없네." 아마도 안성 근처를 지날 때였던 것 같습니다. 폭염에 달궈진 도로가 채 식지 않아 대기에 엄청난 열기를 뿜어대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사천 근처에서 군 복무 중입니다. 서울에서 사천까지 가는 길은 지루함을 달래주려고 듣는 음악소리 외에는 거의 대화가 없이 운전에만 집중했습니다. '가다가 사고라도 나면 낭패다. 조심 또 조심하자.'라는 마음으로 안전운전에만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 후 아들 부대 근처의 모텔에 도착했습니다. 주변에는 논과 밭 그리고 야산만 있는 곳에 덜렁 저희의 숙소인 드라이브인 모텔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부대에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여러 차례 아들의 외박 때 이용한 곳이었는데,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이 될 듯합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아들과 만나 다시 상경해야 하는 일정으로 인해 서둘러 잠을 청했습니다. 오랜만에 아들을 볼 수 있다는 설렘에 잠시 잠들지 못하고 뒤척였지만, 장거리 운전에 대한 피로감으로 곧 잠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자다가 불현듯 깨었습니다. 혹시 아들이 부대에서 나오는 시간이 지난 것 아닌지 하며 눈을 떠서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5시였습니다. '휴, 다행이다.' 다시 눈을 붙이려니 벌써 제 마음에는 설렘이 가득하여 다시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하릴없이 SNS를 검색하고, 메일확인하고 시간을 때웠습니다. 그리고 서울로 올라가면서 아들과 같이 먹을 아침식사 메뉴를 검색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 옆에서 자고 있던 아내가 부스스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왜 이렇게 빨리 일어났어요?" "응 아들보다는 마음에 다시 잠이 안 오네."
아내도 옆에서 부스럭거리며 핸드폰을 보며 이것저것 확인을 하였습니다. "여기 날씨가 오늘은 35도까지 올라간데요." "응, 우리와는 이제 상관없어." "11시부터 비가 온데요." "응, 그것도 우리랑은 상관없어."
잠에서 깨서 맑을 정신을 차리기 위해 샤워를 했습니다. 다른 날 보다 훨씬 상쾌한 것 같습니다. 역시 아들바보한테는 아들이 보약인 모양입니다. 몸도 개운하고, 정신도 점점 맑아집니다.
아들 부대 앞에 가서 아들을 기다렸습니다. 굳게 닫혀있는 철문 너머 아들이 근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물들이 보입니다. '저쪽 어딘가에서 아들이 걸어오겠지...'
한참을 기다리다 보니 멀리서 한 무리의 군인들이 걸어 나왔습니다. '아들은 어디에 있을까?' 한참을 찾아봐도 아들이 안보였습니다. 기타를 들고 나오는 군인이 있는데 아들에 비해서 덩치가 작은 편이어서 우리 아들이 어디 있을까 하고 한참을 찾아보았습니다. 점점 가까워지며 그 기타를 들고 나오는 군인이 아들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아니 우리 아들이 왜 저렇게 말랐나? 어디 아팠던 거 아냐?' 갑자기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드디어 철문이 열리고 아들이 환하게 웃으며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우리 아들 고생 많았다." "네 충성 하하하." "우리 아들 얼굴 좀 보자.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 "하하하 휴가 때 맛있는 거 많이 먹으려고 살 좀 뺐어요."
"너무 심하게 뺀 거 아냐? 도대체 얼마나 뺐는데?" "하하하 17킬로그램 정도 뺀 것 같아요." "미쳤어. 미쳤어. 그렇게 살 빼면 어떻게 해 어디 아픈 데는 없어?" 아내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아들에게 물어봤습니다. "하하하 괜찮아요." "일단 이동해서 민규 시원하게 샤워부터 하자." 그리곤 가족을 차에 태워 근처 모텔로 이동하였습니다.
숙소에 돌아와 샤워를 마친 아들은 이전에 봤던 그 몸이 아니었습니다. 온통 근육질에 지방은 거의 없는 단단한 몸이었습니다. 그 몸이 멋있어 보이긴 했지만, 한편으로 걱정이 되었습니다. 두 달 정도에 17킬로그램을 빼다니... 운동도 하긴 했겠지만, 식단 조절을 심하게 했다는 것이었기에 걱정이 앞섰습니다. 괜히 몸 상한 것은 아닌지....
부랴부랴 짐을 정리하고, 아들은 시원한 사복으로 갈아입고, 다시 서울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아들과 함께 아들의 생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아들의 환하게 웃은 모습에 그동안의 모든 걱정과 시름이 한꺼번에 날아가버린 것 같습니다. 아내도 두 남정네 때문에 집안일에 많이 힘들지만, 모처럼 집에 두 남자가 있는 것이 몹시도 좋은 모양입니다.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늘은 제가 살아오면서 제일 소중한 제 아들이 태어난 날입니다. 지금은 군 복무 중이지만 다음 달이면 드디어 제대하게 됩니다. 그런 아들이기에 올해의 아들 생일은 여느 때보다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이 또한 우리 가족의 좋은 추억이 되겠지요. 이렇게 차곡차곡 가족의 좋은 기억들이 쌓여갑니다.
아들 생일 축하한다. 건강하고 행복해라. 사랑한다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