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요즘 날씨가 너무 무더웠습니다. 그래도 오늘 하늘은 제법 가을의 문턱에 들어온 듯 화창하군요.
작년여름과 올해의 여름은 제가 경험했던 여름과 사뭇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예전에는 군대 복무일과 관련해서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제가 군복무를 혜택을 받아서 32개월을 근무했었는데, 지금은 육군기준 18개월이라는 복무일이 예전의 기준으로 방위라고 불렀던 그 시절 군복무일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친구 아들들의 입대 소식을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대하고 복학했다고 해서, 참 군대생활이 짧구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제 경우가 되어보니 그 기간이 참으로 길게 느껴졌습니다. 불과 아들이 입대하기 전까지는 일 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는데, 하루하루가 무척 길게 느껴지더군요. 물론 다른 주변 사람들에 비해 제가 유난히도 아들 군복무에 스트레스를 받는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아내에게도 군대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군대 생활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군 생활을 잘못했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이런저런 포상도 많이 받았고, 남들은 경험해보지 못할 수많은 경험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군대 생활에 대해 아내에게 또는 친구들에게, 가족들에게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군복무 시절이 너무 싫었었기 때문입니다.
제 동생은 제가 전역하고 10일 후에 입대를 했었습니다. 입대하는 동생을 마중하러 부대 앞까지 함께 동행했습니다. 그때 입대하는 동생을 붙잡고 엉엉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동생의 입대가 걱정되는 것도 있었지만, 제가 생활했던 군생활의 힘들었던 기억들이 밀려오면서 꺼이꺼이 흐느끼며 울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아들의 입대당시에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무던히 눈물을 속으로 삼켰습니다. 입대 배웅 후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가 한참을 흐느껴 울었지만, 전 그런 아내를 위로하며 슬픔을 속으로 삼켰습니다. 그랬던 아들이 이제 곧 제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나름 군생활을 하면서 내향적이었던 아들의 성격도 많이 밝아졌고, 위축되었던 관계 맺음도 많이 성숙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관리감독하는 일도 어느 정도 배운 듯하고, 후임들과의 관계도 어느 정도 잘 관리되고 있고, 어떻게 보면 입대 전 아이로 들어갔었는데, 어느덧 건장한 청년이 되어서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부모의 마음으로 아들의 군복무를 지켜보면서 마음 졸이던, 군대 내에서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 걱정하던, 날씨의 변화에 따라 걱정하던 마음 그런 것들로 인해 저희 부부는 18개월이 몇 배의 느낌으로 지나왔던 것 같습니다.
직장 후배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선배는 너무 유별난 거 아니에요? 남자들 다 군대 가는 건데 뭘 그렇게 힘들어하세요? “ ”그래, 이 말 꼭 기억했다가. 네 아들 군대 들어갈 때 다시 돌려줄게. 너도 한번 당해봐야 아빠의 심정이 어떤 건지 알게 될 거다. “
물론 제가 다른 아빠들보다 유별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일 뿐 아빠의 마음은 다들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들의 군생활에 대한 애달프음, 자신이 경험했던 군생활에 대한 기억의 반추등이 아빠의 마음을 무겁게 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아빠의 마음이 엄마의 마음보다 아들을 생각하는 정도가 그다지 적지 않거든요.
저는 이제 이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군복무 18개월 금방 간다. 에이 우리 때는 32개월 근무했는데 18개월 금방 간다.” 제게 이 말을 들었던 분들에게 정중하게 사과드립니다. 정말 내로남불이었습니다.
긴 군생활을 마무리하고 아들이 돌아옵니다. 아이에서 청년으로 바뀌어 돌아옵니다.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살았던 학생에서 미래를 준비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건장한 젊은이가 돌아옵니다.
그런 아들을 저는 두 팔 벌려 환영해 주렵니다. “아들 정말 힘든 생활 잘 견뎌냈다. 환영한다.”라고 말하며 아들을 힘껏 안아주렵니다.
사랑한다 내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