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가족여행

코로나 이후 첫 가족 여행

by 칠봉

지난 주말 아주 오랜만에 가족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들이 제대하기 전 미리 예약해 둔 기차 여행이었습니다. 전국을 2박 3일 동안 일주하는 여행으로 숙박은 특이하게도 기차의 침대칸을 이용하고, 기차역을 기준으로 전국 각지의 여행지를 다녀오는 특이한 여행이었습니다.


사실 코로나 이전 가족여행 이후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오랜만에 가족여행을 떠난 것이라 기대감으로 무척이나 설레었습니다. 특히 아들의 제대를 기념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어서 우리 가족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이제 성인이 된 아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해준 것만으로도 그리고 여행 기간 내내 한 공간에서 함께 했다는 것을 오랜동안 추억할 수 있는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아들의 대학입시, 입학, 군대 입대 등등의 큰 행사고 있었고, 저의 정신적인 기둥이었던 아버님을 황망하게 보내드린 아픔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 여행을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저의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더더욱 가족여행을 떠나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드디어 아들이 제대하고, 저의 몸도 예전처럼 건강하게 회복되고, 때마침 아내가 좋은 여행프로그램을 발견하여 예약하곤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여행이 되었습니다.


여행 전 조그만 걱정이 있었습니다. 성인이 된 아들이 부모와 같이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듣지 못했습니다. 딸들과는 그런 여행을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들과 부모가 함께 여행을 떠났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었습니다.


아들이 불편해하면 어떻게 하지? 혹시 내가 잔소리를 많이 하지는 않을까? 이런저런 걱정은 저만의 기우였습니다.


여행 첫날 아침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섰습니다. 지난 여행과 다르게 가장 무겁고 큰 짐은 아들이 먼저 나서서 들더군요. 그리고 서울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기차를 타고 숙소를 배정받고 침대칸은 처음 경험해 보았습니다. 수많은 여행을 떠나봤지만, 기차 침대칸은 처음 경험해 보았습니다. "이야 침대칸에 누워서 기차여행을 하다니 이런 호사가 하하하." "그러게요. 침대에 누워서 여행을 하니 정말 편안하네요." 아내가 누워서 창밖을 보며 말을 섞었습니다. 이번 여행 걱정거리 중 하나가 허리가 안 좋은 아내가 불편하면 어떡하나였는데 이 또한 해결이 되더군요.


여행은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먹는 것도 중요하지요. 첫날 첫끼는 저희 가족 중 저만 좋아하는 간장게장정식이었습니다. 나름 먹을만했지만, 아내와 아들은 썩 내켜하지 않았습니다. '첫 식사처럼 다른 식다도 아내와 아들이 싫어하면 어떻게 하지?' 하며 다음 식사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기우였습니다.


이곳저곳 빡빡한 여행 스케줄에 시달리다가 맞이한 저녁식사는 온 가족이 다 만족하는 맛있는 식사였습니다. 게다가 반주로 곁들인 복분자주로 건배를 하며 "우리 가족 건강하고 재미있게 여행하자~! 건배~!" "건배"를 연신 외쳤습니다.


낯선 기차의 침대칸에 깊은 숙면을 취하고 다음날이 되었습니다. 아침 식사 전 사우나에서 아들과 함께 했습니다. "아들아 우리가 정말 오랜만에 여행을 왔네, 이번 여행에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자. 그리고 다음 여행은 엄마, 아빠는 언제든 네가 원하다면 가능할 테지만, 네가 시간을 마련하기 어려울 수 있어, 하지만 언제 또다시 이렇게 가족여행을 다시 올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간직할 좋은 추억 많이 만들자 아들아." "네 알겠어요. 아빠."

광안리 바닷가를 내려다보며 즐기는 사우나 안에서 아들에게 괜스레 잔소리를 한바탕 쏟아 놓은 것 같아 살짝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여행에서 또 하나 남길 거리는 사진이지요. 아들과 붙어서 아내의 표현대로 치근덕대며 아들과 가족사진을 많이 남겼습니다. 뾰로통 아니 무뚝뚝하게 사진을 찍던 아들은 점점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그리곤 마지막날 사진을 정리하면서 저희에게 이런 카카오톡을 남겼습니다. "엄마, 아빠. 제 사진을 보니깐 너무 무뚝뚝하게 사진을 찍었네요. 제가 기분 나빠서 그런 거 아니에요. 저도 이번 여행이 아주 즐거웠어요. 다음 여행에서는 많이 웃으며 사진 남길게요." 이 글을 보고 아내와 저의 눈은 살며시 붉어졌었습니다. "아니 이 녀석이 언제 이렇게 커서 엄마, 아빠의 마음까지 살피는 말을 할까. 착하고 기특한 녀석이네." "그러네요. 울 아들 너무 이쁘네요."


가족여행에서 힘들었던 것은 날씨였습니다. 덥고, 습하고, 비 많이 오고, 세상에 10월 중순이 지났는데 이틀 동안은 너무 더워서 반바지 반팔 차림으로 돌아다녔습니다.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조금 선선해졌는데, 저와 아들은 내내 반팔 차림으로 여행지를 돌아다녔습니다. "아니 저 가족들은 춥지도 않나? 안 추워요?" 같은 여행일정에 동반한 노부부들께서는 연신 저희 부자에게 안 춥냐는 안부의 말씀들을 보내셨습니다. "네, 저희는 열이 많아서 안 춥습니다. 오히려 더워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행일정 중에 찍었던 사진들을 한 곳에 모여 같이 보는 일정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진들에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환하고 밝았습니다. 모든 표정에 사랑이 가득했습니다. 노부부, 아들, 딸, 아이들 모습 모습에는 표현하기 힘든 밝은 모습과 행복한 기운이 가득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살며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우리뿐만 아니고 다른 가족들도 이번 여행이 모두 즐겁고 행복하구나 그래서 저렇게 환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었었구나.'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언제 또 우리 가족이 이렇게 행복한 여행을 또 떠날 수 있을까?' 짐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누워 편안한 가운데 이렇게 소망하였습니다.


좋은 날, 좋은 시간에 우리 가족이 또다시 가족여행을 떠날 수 있기를, 그리고 그날이 빨리 다시 찾아오기를...

장소는 상관없습니다. 가족이 함께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곳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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