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찻길 찾아 떠난 대만 여행기-2

대만 자오시 여행기

by 나일라

어제 저녁, 기찻길 풍경을 보기 위해 대만 자오시에 도착했다. 10월의 대만은 여름 날씨였다. 여름에는 해가 더 뜨거워지기 전에 아침부터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새벽 6시에 전철을 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고, 시장 골목은 아침부터 장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대만 사람들도 해가 더 뜨거워지기 전에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이시는 게 아닐까? 그 생각을 하며 전철역으로 걸어갔다.


새벽 6시의 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자오시 전철역(Jiaohsi Station)

자오시 전철역(Jiaohsi Station) 에서 전철을 기다렸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역 안의 모습은 참 멋졌다. 창밖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포근하게 느껴졌다. 출근길에 해가 비쳤다면 "으악" 하고 짜증을 냈을 텐데. 여행은 작은 순간들을 아름답게 보게 만들어준다. 소담스러운 시골의 여름 풍경이었다.


자오시 전철역(Jiaohsi Station) 내부.



자오시 전철역에서 타이베이로 가는 전철이 운행된다. 약 1시간 40분 정도 가면 타이베이에 도착한다. 참고로 타이베이로 갈 때는 전철보다는 고속버스를 타는 것이 조금 더 빠르다. 자오시 역에서 나는 타이베이 방향으로 가는 전철을 탔다.



아침 햇살을 받고 있는 역의 외관.
좌) 역에서 본 대만의 나무들. 야자수 같은 나무들이 자주 보였다.


전철이 왔다. 우) 한적한 전철 안 풍경. 아침 해를 맞으며.



다시 전철역(Dasi Station) 농구장
- 다시 대안사 앞 농구장 大溪大安廟前籃球場 (最夢幻的籃球場)

자오시 전철역에서 타이베이 방향으로 20분 정도 전철을 타면 다시 역(Dasi Station)에 도착한다. 다시 역에서 조금만 걸으면 바다가 보이는 농구장(大溪大安廟前籃球場 (最夢幻的籃球場) 이 있다. 다시(Dasi) 역 주변에는 '대안사(大安廟)'라는 절이 있다. 절 앞에 있는 농구장이라 장소 이름이 한자로 '다시 대안사 앞 농구장'으로 되어있다. 그리고 괄호하고 옆에 쓰여 있는 한자의 뜻은 '가장 꿈같은 농구장'이라고 한다. 여행을 마친 후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뜻을 알게 되었다. 이름 참 잘 지었다.


바다가 보이는 농구장.



나는 대만의 기찻길과 이 농구장을 보고 싶었다. 직접 보니 더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청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알고 보니 대만 사람들에게 사진 명소로 조금 알려져 있는 곳이었다. 푸른 바다와 함께 있는 농구 코트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청량하게 빛나는 청춘의 한 순간이 떠오르게 된다. '가장 꿈같은 농구장'이라는 이름을 정말 잘 지은 것 같다.



가장 꿈같은 농구장.


인증 사진도 찍고.


반대편은 이 배경을 보며 골을 넣는다.


농구장에서 좀 더 내려와 가까이에서 본 바다.



다시 전철역(Dasi Station) 기찻길
- 다시 사쿠라기 철도 건널목 大溪櫻木花道平交道

농구장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기찻길이 있다. 바다가 보이는 이 기찻길이 일본 만화 <슬램덩크>에 나오는 일본의 가마쿠라 지역의 모습과 닮아서 ‘대만의 가마쿠라’라고 부르는 후기도 있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장소 이름에 쓰인 한자의 뜻을 알게 되었다. 한자 '櫻木花道'가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이름인 '사쿠라기 하나미치' 라고 한다. '강백호' 로만 알았지 원작을 안 봐서 이 이름은 낯설긴 한데, 장소 이름에 <슬램덩크> 주인공 이름이 붙어있을 줄이야. 이름처럼 슬램덩크에 나오는 기찻길 같았다.


사실 이 기찻길 보다 먼저 알게 된 곳은 대만 동남부의 타이동 지역에 있는 타이마리 레일 크로싱(Taimali Railroad Crossing) 이다. 나는 타이마리를 갈지 다시 전철역(Dasi Station)을 갈지 고민하다가 다음 날에 단수이를 가고 싶어 자오시로 숙소를 잡고 다시 전철역(Dasi Station)으로 왔다. 여기로 온 건 잘 한 선택이었던 거 같다.


기찻길을 건너본다.


기찻길 건너 반대쪽으로 가면 바다가 이렇게 보인다.
여기도 청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대만에 있는 동안 하늘이 파랗고 해가 쨍쨍했다. 내가 간 시간대가 이른 아침이라 동쪽 바다가 역광으로 사진에 담긴 거 같아 그 점이 아쉬웠다.


이른 아침이라 동쪽 바다가 역광으로 사진에 담긴 거 같아 그 점이 아쉬웠다.


기찻길 사진을 찍고 다시 역으로 돌아왔다.
다시 전철역(Dasi Station) 안 모습.




열차를 타고 다시 자오시 전철역으로 돌아왔다. 어느새 해가 더 높이 떠올라 출발할 때 보다 전철역 입구에 있는 구조물이 더 잘 보였다. 구조물에 있는 목욕탕 그림이 누가 봐도 온천이란 걸 알 수 있을 거 같다. 구조물을 지나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오시 역에서 나오면 보이는 구조물. 온천마을인 걸 나타낸 거 같다.



뉴진스 ‘How Sweet’ 기찻길 (How Sweet 平交道)

그다음으로 찾아간 기찻길은 뉴진스의 ‘How Sweet’ 뮤직 비디오에 나온 기찻길이다. 구글 지도에 아예 ‘How Sweet 平交道’ 로 명시되어 있다. K-팝의 인기가 이 정도란 말인가! 한국 가수의 이름이 대만의 장소 이름에 등록되어 있다니. 국뽕이 차오르는 순간이었다. 여기는 차량 이동이 훨씬 더 많았다. 차가 없을 때 얼른 사진을 찍었다.




이곳은 큰 기대 없이 근처에 있길래 가본 곳이었다. 그런데 처음 온 대만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기대가 없었기 때문인지 오히려 더 좋게 와닿았다. 대만의 모습이 이렇구나. 기찻길 앞 도로에 그려진 노란색 노면 표시와 한자의 만남은 익숙한 듯 다른 모습이었다. 이런 색다른 느낌을 받는 게 여행의 맛이다.






기찻길을 건너간다.




자오시는 온천이 유명한 곳이고, 이렇게 체인 가게들도 많이 있었다.
자오시의 풍경들.


족욕장, 온천 공원이 보였다. 날이 더 시원했다면 족욕을 하러 갔을 거 같다.



자오시는 온천으로 유명한 마을이다. 자오시의 숙소를 알아볼 때 대부분의 숙소에 욕조가 있어서 반신욕을 할 수 있었다. 여행 중에 하는 반신욕 정말 귀하다. 다음에 올 때는 좀 더 쌀쌀한 날씨에 와서 바깥에서도 온천을 맘껏 즐기고 가고 싶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자오시에서 유명한 곳 중에 '이슌쉬엔' 이라는 제과점이 있다. 대만 사람들이 줄 서서 사는 곳이라고 하니 여행 계획이 있다면 함께 고려해 보면 좋을 것 같다. 펑리수가 맛있다고 한다.



마지막은 마음에 들었던 대만의 풍경으로 마무리.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기찻길 찾아 떠난 대만 여행기-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