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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일라 Sep 05. 2024

태국 빠이에서 오토바이 택시를 처음 타다

나홀로 태국 여행기-5

혼자 태국 빠이(PAI) 를 여행하던 때였다. 빠이(PAI) 에는 대나무로 만든 다리가 두 곳 있다. 하나는 시내 중심에 위치해 걸어서 갈 수 있지만 다른 하나는 시내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다. 빠이의 관광 명소로 알려진 대나무 다리는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코쿠소 뱀부 브릿지(Kho Ku So Bamboo Bridge) 이다.


빠이에는 마을버스가 없기 때문에 시내 외곽으로 이동하려면 스쿠터를 대여하거나 택시, 툭툭 등의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시내 외곽에 위치한 코쿠소 뱀부 브릿지는 여행사가 운영하는 반나절 투어(Half tour) 통해 다른 관광 명소와 함께 방문할 수도 있다. 빠이 시내 중심에 있는 여행자 거리(Pai Walking Street) 에는 이런 투어를 진행하는 여행사가 많이 있다.



빠이 여행자 거리(Pai Walking Street) 에는 다양한 여행사가 있다.

 


빠이는 태국의 북부 산악 지역에 있는 도시이다. 산악 지역에 있어 비교적 시원했지만, 태국은 태국이다. 정오 무렵부터는 매우 뜨겁고 더웠다.


동남아시아를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아니면 나홀로 동남아시아 여행은 처음 해서 그런지 날씨가 더 힘들게 느껴졌다. 보통 나는 여행을 하면 아침 7시부터 길을 나서서 오후 5~6시까지 주변을 돌아다니며 일상 풍경을 구경한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는 걸어 다닐 수가 없었다. 너무 뜨거웠다. 일사병 걸리기 딱 좋은 행동이었다. 어쩔 수 없이 숙소에서 해가 떨어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빠이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반나절 투어를 하면 그 뜨거운 오후에 돌아다녀야 한다. 명소 한 곳을 방문하는 데 나의 모든 체력을 쓸 수는 없었다.




다행히 빠이의 여행사는 택시도 함께 겸하는 곳이 많았다. 길을 걷다가 '택시' 간판이 걸려 있는 여행사에 들어가서 물었다.


“뱀부 브릿지만 갈 수 있나요?”

“너 혼자 가려고? 오토바이 택시는 300바트이고, 자동차 택시는 700바트야. 보통은 반나절 투어로 가.”


고민이 되었다. 30분 거리를 왕복 이동하고, 운전기사가 해당 장소에서 기다리는 것을 고려한다면 비쌀 순 있었다. 태국 화폐 1 바트에 곱하기 40을 하면 한국 원화로 바꿨을 때 금액을 대략 알 수 있다. 700바트면 28000원이었다. 한국 택시 뺨치는 가격이네.


자연스레 오토바이 택시 300바트에 끌렸다. 반나절 투어는 힘들 거 같고, 자동차 택시는 너무 비쌌다. 이미 빠이에서 걸어갈 만한 곳은 많이 다닌 것 같았고, 나는 스쿠터 자격증이 없었다. 나의 체력이 고갈되지 않는 한에서 알차게 오후를 보내고 싶었다. 뱀부 브릿지에 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오토바이 택시인 것 같았다.



나른한 강아지 사진을 찍다가 순간 포착된 여성분. 이렇게 빠이에는 붕대를 감고 있는 사람이 많다.



빠이는 배낭 여행자의 도시라고 불린다. 많은 여행자들이 스쿠터를 빌려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 사고가 많다. 빠이 여행 첫째 날에는 몸 여기저기를 붕대로 칭칭 감은 사람을 보았었다.


그랩(Grab)이나 볼트(Bolt) 앱 등으로 택시를 부를 때 오토바이 택시가 있던 것을 본 적이 있었다. 현지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이동 수단이라고는 생각했었지만 내가 이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오토바이 택시를 탔을 때 안전한 건지 걱정이 되었다.


“오토바이 택시가 안전한 건가요?”

“어, 괜찮아.”


나를 상담해 준 여행사 직원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영업을 하기 위해 과하게 포장하는 느낌도 없었고 그렇다고 현지 문화를 이해할 줄 모르는 관광객으로 대하는 듯한 느낌도 없었다. 군더더기 없이 담백했다. 그 태도에 오히려 신뢰가 생겼다. 일상적으로 있는 일에 대해 누군가 안전하냐고 물어볼 때 볼 수 있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분들의 경험을 믿어보기로 했다.


“좋아요! 오토바이 택시로 갈게요. 지금 당장 말고, 이따 4시에 출발하는 걸로요. “


오후 4시에 약속을 잡고 숙소로 돌아갔다. 이번 태국 여행은 예전에 했던 여행들을 떠올리고 정리해보고 싶어서 떠난 여행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도전을 하게 될 줄이야! 나홀로 떠나는 여행 자체가 용감해야 할 때가 많지만 경험해 보지 않은 활동에 도전하는 것은 더욱 큰 용기가 필요하다.





오후 4시에 택시를 예약한 여행사로 다시 갔다. 오토바이 택시 운전기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한국에서도 스쿠터를 타 본 적이 없었다. 한국에서 스쿠터 뒷좌석에라도 타본 경험이 있었다면 겁이 덜 나지 않았을까.


나는 스쿠터의 뒷좌석에 올라탔다. 스쿠터는 자전거 페달처럼 발을 올릴 수 있는 받침이 있었다. 나는 크로스로 메고 있던 삼각대 가방을 뒷 방향에서 앞 방향으로 고쳐 맸다. 가방이 기사님과의 사회적 거리를 만들어 주리라. 그리고는 왼손은 기사님의 크로스백을, 오른손으로는 티셔츠를 잡았다. 내가 스쿠터를 타고 자리를 잡자 스쿠터가 출발했다.



내가 탄 오토바이와 오토바이 기사님




처음에는 길이 평지였다. 나는 자전거를 탈 때처럼 허리를 세웠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허리를 세우고 앉아있으니 기사님과의 사회적 거리가 잘 유지되었다. 그러나 스쿠터에 익숙해지고 안정감이 들 때쯤, 길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길이 계속 평지였으면 좋았으련만! 뱀부 브릿지를 가는 길은 산길이었다. 오르막길은 천천히 올라가서 허리를 세우고 안정적으로 앉아있을 수 있었다.


문제는 내리막길이었다. 중력은 내 몸뚱이를 아래로 끌어당겼고 기사님께 몸이 밀착되려고 했다. 이렇게 저렇게 몸의 방향을 바꿔보며 방법을 찾아보았다. 내가 찾은 방법은 내리막길에서는 허리를 바짝 구부리는 것이었다. 최대한 기사님과 밀착하지 않고자 노력했다.


여행사에서 오토바이 택시를 예약할 때 내가 안전에 대해 계속 물어보고 사고에 대해 염려했던 걸 전달했던 건지 기사님이 내리막길을 갈 때는 정말 천천히 내려가주셨다. 자전거 브레이크를 밟고 내리막길을 가는 것보다 훨씬 느린 속도였다. 내리막길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 기사님 덕분에 도착할 때까지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태국 운전기사님들은 안전하게 운전하시는 거 같았다. 태국 여행 동안 만난 모든 기사님들이 다 천천히 운전해 주셔서 안심될 때가 많았다.


여행자 거리에서 뱀부 브릿지까지 가는 길은 비포장 도로로, 작은 돌길이 이어지며 도로 폭이 매우 좁고 난간도 없다. 거기에 좌우로는 구불구불하고, 위아래로는 경사가 심하다. 스쿠터를 타고 이 길을 가는 것 자체가 운전자 또한 위험할 것 같다. 스쿠터를 직접 운전하여 뱀부 브릿지를 가는 것은 신중히 고려해 보기를 바란다. 





뱀부 브릿지에 도착하여 기사님께 말했다.

“You are best driver!”


엄지를 척 하고 올렸다.

나의 칭찬에 기사님이 매우 기뻐했다. 기사님의 이름은 ”닷“이었다. 내가 처음에 발음을 잘 못 알아들어서 다시 한번 말해주셨다. 세상의 다양한 이름을 알게 될 때 여행을 하는 보람을 느낀다. 기사님은 내가 뱀부 브릿지를 보고 올 동안 기다리셨다.



뱀부 브릿지를 구경한 후,  스쿠터를 타고 다시 빠이 시내의 여행자 거리로 향했다. 뱀부 브릿지 근처에는 팸복 폭포(Pam Bok Waterfall) 가 있었다. 기사님이 갑자기 여기도 관광지이니 가보라고 멈추셨다. 사실 내가 여행했던 시기가 건기라서 폭포가 거의 말라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기사님이 가고 싶어 하는 거 같아서 갔다. 폭포를 보려면 돌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기사님도 나와 함께 내려서 계단을 올라갔다. 역시! 기사님이 보고 싶은 거였다. 기사님이 핸드폰을 꺼내 폭포 사진을 찍으셨다. 살고 있는 사람이 동네 관광 명소를 더 안 가본 것은 전 세계 국룰이구나.


폭포를 보고 나서 큰길로 나왔다. 기사님이 갈림길에서 나에게 여행자 거리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확인한 후, 처음에 올 때와 반대 방향으로 갔다. 나는 길눈이 매우 밝다. 영어가 부족해도 혼자 여행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다. 길을 따라 주변을 둘러보니 어제 지나치며 보았던 딸기 조형물이 있는 장소(Love Strawberry Pai) 와 빠이 협곡(Pai Canyon) 이 보였다. 왜 점점 멀리 가는 거 같지? 일단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기사님이 드라이브를 시켜주시는 건가?


길을 따라가니 빠이 협곡과 빠이 메모리얼 다리(Tha Pai Memorial Bridge) 가 나왔다. 다리를 지나 좀 더 직진을 하니, 드디어 빠이 시내 방향으로 왼쪽으로 꺾어서 갈 수 있는 작은 길이 보였다. 우리가 있던 길이 유턴이 안 되어서 이 작은 길이 나올 때까지 더 간 게 아닌가 싶다. 처음 뱀부 브릿지에 올 때 보다 돌아가는 길이 훨씬 오래 걸렸다.




빠이 시내로 되돌아가는 길은 시골길이었다. 길을 따라가다 보니, 일몰을 감상하기 좋은 명소 중 하나인 카페 투 헛(Two Huts Pai) 도 보였다. 우연히 일몰 명소가 있는 길 위를 지나고 있었던 것이다. 하늘에는 어느새 노을이 아름답게 물들고 있었다. 스쿠터에서 핸드폰을 꺼내면 위험할 것 같아, 석양을 눈에 담으려고 열심히 바라보았다. 이 멋진 석양을 보며 선선한 바람을 맞으니 자유로움을 느꼈다. 이래서 빠이가 배낭 여행자의 도시인 건가. 자유로움으로 모든 게 꽉 차 있는 느낌이었다.


기사님은 무사히 여행사 앞에 나를 내려주었다. 그리고는 시원하게 왔던 길을 되돌아가셨다. 홀로 무사히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어 기뻤다.





오토바이 택시를 타야 할지 고민이 되던 그 순간, 이렇게 생각했었다.

에라 모르겠다! 해 보자! 여행자 보험 들었어. 괜찮을 거야.'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안전은 중요하고 조금 더 신중할 법도 한데 스스로 그런 생각을 잘하지 못할 때가 한 번씩 있다. 뱀부 브릿지까지 가는 길은 스쿠터를 타고 가기엔 많이 위험한 길이었다.

선택의 기로에서 깊게 고민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해보며 살아온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이제는 경험이 많이 쌓였으니 좀 더 신중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또 나에 대해 알아가고 삶의 자세를 배웠다. 혼자 여행하다 보면 힘든 순간들도 많지만, 나에게 여행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아직은 여행길을 계속 이어가며 세상을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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