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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일라 Nov 15. 2023

나홀로 호주 브리즈번 근교 여행기

친구따라 오세아니아 속으로-7

이번 호주 여행은 1주차에는 멜버른, 2주차에는 브리즈번에서 보냈다. 브리즈번에서 보내는 7일 중 3일은 친구가 일을 하러 가야 해서 혼자 여행을 해야 했다. 브리즈번에서는 무엇을 할지 정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었던 터라 급하게 전 날 가볼 만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쿰바바 레이크 보전공원(Coombabah Lake Conservation Park)

그렇게 찾은 장소가 바로 쿰바바 레이크 보전공원(Coombabah Lake Conservation Park) 이다. 쿰바바 공원에 가면 야생 캥거루와 야생 코알라를 볼 수 있다. 캥거루와 코알라를 보기 위해 브리즈번에서 많이 방문하는 곳은 론파인 공원(Lone Pine Park)인데, 동물원에서 길들여진 캥거루와 코알라가 거의 늘어져서 자고 있다고 한다. 생동감 있는 동물을 보려면 야생 동물 보호 구역으로 가야 한다. 쿰바바 공원은 친구도 안 가 본 곳이라 나의 후기를 궁금해하였다. 좋아. 가보자!


친구네 집 근처인 사우스 브리즈번역(South Brisbane) 입구. 구글 맵에 기차역이라고 뜨는데 지정석도 없고 교통카드로 찍고 타면 되어서 전철역처럼 느껴진다.
멜버른처럼 브리즈번에서 사용하는 교통카드인 고카드가 있다. 고카드는 브리즈번, 골드코스트 지역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전철과 버스를 타고 공원으로 향했다.


check!

고 카드는 호주 퀸즐랜드 주의 교통카드이다. 브리즈번, 골드코스트 지역의 전철, 버스, 트램에서 모두 사용 가능하다. 멜버른 마이키 카드처럼 공항, 전철역,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구입할 수 있다. 관광 안내소, 트램 정류장, 역에 있는 단말기 기계(Trainslink)를 통해 카드의 금액 확인과 충전이 가능하다.



공원 가는 입구 쪽에 코알라와 캥거루가 있으니 천천히 운전하라는 표지판이 있다. 호주만의 특별한 표지판!


공원 입구에 보면 공원 안내도가 있다. 팁이 있다면 해외의 공원들은 매우 큰 경우가 많으니 안내도를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놓고 가고자 하는 장소를 미리 정한 다음 움직이는 것이 좋다. 물론, 여행 스타일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답은 없지만 나는 공원을 다 돌아볼 체력과 심적 여유가 없을 거 같아서 야생 캥거루, 코알라를 볼 수 있는 구역만 체크하고 공원 지도를 보면서 다녔다.


check!

☞ 해외의 공원들은 매우 큰 경우가 많다. 안내도를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놓고, 가고자 하는 장소를 미리 정한 다음 움직이는 게 좋다. 체력 안배를 잘해야 한다.


공원 초입에 캥거루 구역이 있었다. 실물 영접에 믿기지가 않았다. 야생 캥거루는 생기가 넘친다.
삼각대를 놓고 조심조심 다가가서 찍어보았다. 야생 동물이기 때문에 만지려고 하면 안 되고 조심해야한다. 캥거루가 바짝 경계하는 게 느껴진다.
숨은 그림 찾기. 앞에 캥거루 찍다가 뒤를 돌면 이렇게 "안녕!" 하고 숨어 있는 캥거루들이 있었다.  


날씨까지 좋아서 혼자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 찍는 것 같았다. 이 광경을 본 것만으로도 론파인 공원 대신 쿰바바 공원을 선택하길 잘했다. 생동감 있는 동물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다니!



그다음으로 야생 코알라를 보러 갔다. 야생 코알라는 정말 보기 힘들다고 한다. 캠핑을 좋아하는 친구네 커플도 호주에 3년 넘게 살면서 딱 세 번 봤다고 한다. 그래서 야생 코알라에 대해선 못 볼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기대를 내려놓고 갔다. 코알라는 20시간을 자고, 깨어있는 4시간 동안 유칼립투스 나뭇잎만 먹는다. 유칼립투스 나무를 찾아보면 야생 코알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코알라가 20시간을 자기 때문에 깨어있는 코알라는 보기 힘들다고 한다.


유칼립투스 나무 숲이 있다.
오! 야생 코알라다. 저 멀리 있어 아쉽지만 야생 코알라를 볼 수 있었다.


유칼립투스 나무는 굉장히 높다. 야생 코알라를 보게 된 건 좋았는데 저 멀리 있는 코알라의 모습이 너무 감질맛 났다. 그래서 다음 날 여행 일정이 정해지게 되었다. 하하. 호주 하면 동물의 왕국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을 만나려면 시외로 나와야 한다. 생각보다 만나기 힘들다.



하버타운 아울렛(Harbour town)

버스를 타고 쿰바바 공원 근처에 있는 하버타운 아울렛(Harbour town)으로 갔다. 처음부터 갈 생각은 없었고 쿰바바 공원에 와보니 근처에 하버타운 아울렛이 있길래 버스를 타고 넘어갔다. 아싸! 이게 내가 여행할 때 하루에 일정을 한 개 정도만 정하는 이유다. 여행을 다니면 가고자 하는 장소 근처에 가볼 만한 다른 곳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일정이 널널하면 시간을 여유롭게 쓰면서 선택하며 다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자유로운 그 느낌이 좋다.


버스를 타고 하버타운 아울렛으로 갔다.
맥도날드 놀이터가 아주 느낌있었다. 감자튀김을 놀이터에 넣다니 신선한걸?
하버타운 아울렛((Harbour town)은 골드코스트 근교 관광지 중 하나다. 야자수가 자주 보였다. 휴양지 느낌이 난다.
퀸즐랜드 주 지역의 특징이라면 구름이 낮게 떠 있다. 주차장에서 보이는 구름이 손에 잡힐 거 같았다.



서퍼스 파라다이스(Surfers Paradise)

아울렛에서 버스와 트램을 타고 골드코스트(Gold Coast) 지역으로 이동했다. 골드코스트(Gold Coast)는 해변이 유명한 휴양 도시이다. 골드코스트의 해변 중에서 나는 서퍼스 파라다이스(Surfers Paradise) 해변으로 갔다. 얼마나 좋으면 이름부터 서퍼들의 천국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골드코스트에는 트램이 다닌다. 고 카드로 찍으면 된다.
서퍼스 파라다이스(Surfers Paradise) 해변 입구.
서퍼스 파라다이스 해변.


음? 생각보다 해변을 볼 때 큰 감흥이 오지 않았다. 그동안 다양한 해변을 많이 봤기 때문인 걸까? 경치가  끝내주진 않은 거 같은데.


이 멀리까지 와서는 아주 그냥 배가 불렀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친구에게 얘기하니 친구도 해변의 풍경은 그저 그렇다고 느꼈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감흥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어 참 좋다. 서퍼스 파라다이스 해변은 서퍼들이 타기 좋은 바닷결을 가진 곳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나 보다.


트램과 전철을 환승하여 다시 사우스 브리즈번역(South Brisbane)으로 갔다.



데이지힐 코알라 센터(Daisy Hill Koala Centre)

쿰바바 공원에서 야생 코알라를 멀찍이서 본 게 감질맛 나서 다음날 코알라를 가까이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데이지힐 코알라 센터(Daisy Hill Koala Centre)는 코알라를 무료로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코알라를 찾는 나를 보고 친구가 추천해 주었다.


아, 데이지힐. 힐(Hill)이구나. 뚜벅이는 버스에서 내려 20분간 언덕을 오르고 올라야한다.
빽빽한 나무 숲 안에 코알라 센터가 있다.


눈 뜨고 움직이는 코알라다!


실제로 코알라를 본 건 처음이다. 동물원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코알라는 사진보다 훨씬 크고 묵직했다. 친구가 코알라 센터의 코알라는 낮 2시쯤 눈을 뜬다고 알려주어 2시에 맞춰서 갔다. 코알라가 3마리 있었는데 2마리가 유칼립투스 잎을 먹으며 움직이고 있었다! 이 시간에 가면 사육사 님이 설명도 해주시는 것 같다. 한참을 각각의 코알라들의 성격과 특징 대해 이야기해 주셨다.


론파인 공원은 입장료가 약 50불 정도로 가격이 좀 있다. 여기에 코알라 안아주기, 코알라 만져보기는 예약도 해야 하고 추가 비용이 더 든다. 코알라 센터에서는 코알라를 만져볼 수는 없지만 충분히 가까이에서 움직이고 눈 뜬 코알라를 볼 수 있어서 대만족이었다.


check!

☞ 데이지힐 코알라 센터의 코알라는 낮 2시쯤 눈을 뜨고 움직인다. 코알라는 20시간을 자고 깨어있는 4시간 동안 유칼립투스 나뭇잎만 먹는다. 움직이는 코알라는 4시간만 볼 수 있으니 시간을 맞춰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영상으로는 잘 안 담겨서 아쉽다. 내 최애 동물은 코알라가 될 것 같다. 귀엽다.




저녁에는 친구들을 만나 스토리 브릿지(Story Bridge)를 볼 수 있는 펠롱즈(Felons)에 갔다. 이곳은 브리즈번 시내에서 유명한 양조장이다.


우) 스토리 브릿지(Story Bridge)의 불빛이 멋있다.
오랜만에 마신 양조장 맥주. 흑맥은 진리다.


맥주를 마시고 아쉬워서 친구네 차를 타고 마운틴 쿠사(Mt.Cootha)에 갔다. 여기도 브리즈번에 오면 가야 하는 명소 중 하나다. 도시 경관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사진에 잘 담기지 않았지만 브리즈번의 야경과 별이 참 예뻤다. 일출, 일몰 때 와도 좋을 것 같다.


마운틴 쿠사에서 보이는 브리즈번 시내의 모습.




▷ 첫째 날의 여정 : 사우스 브리즈번역 - 쿰바바 공원 - 하버타운 아울렛 - 서퍼스 파라다이스 해변 - 사우스 브리즈번


아침에는 사우스 브리즈번 역에서 전철을 타고 704번 버스로 환승했다가 내려서 25분을 걸어 쿰바바 공원에 갔다. 구글 맵에는 1시간 50분이라고 나와있는데 나는 걸음이 빠른 편이라 1시간 30분 정도 걸렸던 거 같다. 쿰바바 공원과 하버타운 아울렛에서 서퍼스 파라다이스로 넘어갈 때 버스와 트램을 타고 갔고, 시간은 1시간 정도 걸렸다. 다시 서퍼스 파라다이스에서 친구네 집으로 돌아갈 때 트램과 전철을 환승하여 약 2시간가량 걸렸다. 여행지에서 돌아다녔던 것까지 합하면 나에게는 살짝 지칠 수 있는 여정이었다. 더구나 혼자 다녔으니 말이다.



평소 환승을 선호하지 않는 내가 이렇게 다닌 게 신기해서 찍어놨었다. 첫째 날 여정의 일부.



그래서 다음 날은 더 쉬엄쉬엄 다니려고 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6시에 눈이 떠지고 몸이 너무 멀쩡했다. 뭐지? 나 왜 이렇게 쌩쌩하지?

일단 눈을 떴으니 일을 가야 하는 친구가 깨기 전에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나홀로 브리즈번을 여행하는 동안 내가 아침 일찍 나갔어서 친구가 많이 놀랐을 거 같다. 그 정도로 기운이 계속 넘쳤었다.



▷ 둘째 날의 여정 : 브리즈번 시내 - 데이지힐 코알라 센터 - 펠롱즈 - 마운틴 쿠사


둘째 날 여정의 일부.


데이지힐 코알라 센터를 갈 때도 버스를 환승해야 했고 내려서 20분을 걸어가야 했다. 그냥 평지면 쉽지만 오르막길이었다. 버스에서 같이 내린 외국 친구들보다 빠르게 오르막길을 올라갔는데 혼자 괜히 내가 등산 좀 한다고 좋아하기만 했다. 힘들다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연달아 환승도 많이 하고 계속 걸어 다니는 일정을 보냈으니 내가 조금 지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날에도 아침 6시가 되니 눈이 떠지고 몸이 쌩쌩했다. 정말 놀랐다. 뭐지? 나 왜 안 아프지? 왜 이리 나가서 돌아다니고 싶은가.


나는 원래 여행 후반이 되면 관광을 하고 싶은 마음과 욕구가 다 사라지고 놀만큼 놀았으니 이제 한국 가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이상했다. 여행 후반부라 체력도 방전되고 마음도 앞선 볼거리들에 충분히 만족해서 더 이상 관광에 대한 욕구가 없어져야 할 때인데 지난 여행들과는 다르게 내가 너무 쌩쌩했고 혼자 돌아다니는 게 힘들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는 짐도 급하게 싸서 영양제도 없었는데 기운이 아주 팔팔했다.



한국에 돌아와 찬찬히 생각해 보니 이건 친구 덕분인 것 같다.

해외여행에서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사람과 소통하고 낯선 길을 찾는 것에서부터 심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든다. 어쩌면 낯선 타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긴장하게 되니 그 자체만으로도 에너지가 빠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낯선 여행길에 힘들었던 이야기를 말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니 보름간 여행 일정 동안 지치지 않고 여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여행을 통해 교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엄청난 일이라는 걸 한 번 더 배웠다.


역시 사람은 사람 없이 살 수 없다. 혼자서 할 수 있다고 오만 떨지 말고 귀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대하자. 다시 한 번 마음속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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