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따라 오세아니아 속으로-8
브리즈번 여행 막바지에는 캠핑을 갔다. 친구네 커플은 캠핑을 좋아해서 캠핑 장비가 있었고, 날씨가 선선한 겨울에 보통 캠핑을 간다고 한다. 언제 또 해외에서 캠핑을 해볼까 싶어 함께 해보기로 했다. 캠핑할 곳은 보룸바 데어 공원(Borumba Deer Park)이다. 우리나라처럼 캠핑장으로 정해진 공원에서 사용료를 내고 캠핑을 할 수 있다.
캠핑을 하러 갈 장소를 정하느라 친구네 커플이 애먹었었는데, 원래는 야생 캥거루를 볼 수 있는 캠핑장을 가려고 했었다고 한다. 내가 혼자 야생 캥거루와 코알라를 보고 와서 급하게 장소를 바꿨다며. 하하. 미안해 친구야. 새로운 곳으로 데려다주려고 해 줘서 고마워.
해가 지고 나니 숲 속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많이 들렸다. 소리의 정체는 바로 포썸! 호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쥐과 동물이라고 한다.
브리즈번이 멜버른 보다 온화하긴 해도 겨울은 겨울이다. 새벽에는 너무 추웠다. 텐트 안 침낭에서 자려면 단단히 무장해야 한다. 나는 기모 바지, 플리스, 경량 패딩을 입고 양말 2겹을 신고 잤다. 텐트 안에 있으면 바람은 좀 막아주지만 얼굴은 너무 시리다. 목도리를 챙겨 간 게 얼마나 다행인지! 얼굴에 목도리를 덮어 그나마 온기를 느끼며 잠을 잘 수 있었다.
친구네 커플은 열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캠핑 오기 전에 내가 장갑도 챙기려고 하니까 그거까진 오바라고 챙기지 말라고 해서 목도리만 챙겼었다. 하. 장갑도 챙겼어야 했다. 인간 난로들한테는 옷 한 겹으로도 괜찮지만 인간 에어컨은 얼어죽을 뻔했다. 아침에 잠에서 깬 친구가 내 손을 잡고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내 친구 얼어 죽네. 얼어 죽어!“
인간 난로는 매우 뜨끈했다. 아이고, 따뜻혀라. 친구가 내 손을 계속 잡아주어 몸이 다시 따뜻해졌다.
이 캠핑장은 이름처럼 사슴을 볼 수 있다. 캠핑장 옆에 사슴농장이 있다. 농장 주인이 아침에 사슴 먹이를 줄 건데 보고 싶으면 오라고 해서 따라갔다. 아침에 먹이 주는 시간에 가면 사료를 사지 않고 가도 먹이 주기 체험을 해볼 수 있다.
텐트를 접고 친구가 가보고 싶다고 한 몬트빌(Montville)에 갔다. 몬트빌은 언덕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차로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한다. 여기서는 산과 바다가 보이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몬트빌은 투어 코스에 있는 곳인가 보다. 단체 관광객이 꽤 보였다. 여행에서 가볼 만한 장소를 어떻게 찾는지 질문받은 적이 있다. 나는 마이리얼트립이나 트리플 앱에 여행할 도시를 검색하면 나오는 투어들의 세부 코스를 보고, 코스 중 한 장소를 가보는 것으로 일정을 정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검색해서는 나오지 않는 새로운 장소를 알 수 있다.
☞ 마이리얼트립이나 트리플 앱에 여행할 도시를 검색하면 투어가 나온다. 투어의 세부 코스를 보면 가 볼만한 새로운 장소를 알 수 있다.
친구 덕분에 다른 나라에서 캠핑도 해보고 감회가 참 새로웠다. 나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행은 특히 더 값진 여행이 된 것 같다. 참 좋았지. 하지만 이제 겨울에 캠핑할 때는 오리털 침낭 없으면 안 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