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여행기-6
여행을 할 때, 그 나라만의 특색이 있는 곳을 좋아한다. 네덜란드 여행을 계획하면서 풍차를 꼭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약 1/4이 해수면 보다 낮아 홍수 피해가 많았다.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배수 시설의 용도로 풍차를 짓고, 오랜 세월 동안 바람의 힘을 이용해 왔다. 네덜란드 사람들의 지혜가 담겨있는 풍차가 다른 나라와는 다른 네덜란드만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네덜란드에서 풍차를 볼 수 있는 두 곳의 명소가 있다. 첫 번째 명소는 잔세스카스(Zaanse Schans) 이다.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방문하기에는 잔세스카스가 더 가깝다. 잔세스카스의 풍차들은 형형색색의 다채로운 색깔을 뽐낸다. 두 번째 명소는 킨데르데이크(UNESCO Werelderfgoed Kinderdijk) 이다. 킨데르데이크의 풍차들은 자연스러운 나무 빛깔을 띠고 있다. 나는 나무 색의 풍차를 보기 위해 킨데르데이크를 가기로 정했다.
킨데르데이크(UNESCO Werelderfgoed Kinderdijk)
킨데르데이크(Kinderdijk) 는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풍차가 있는 마을이다. 과거 네덜란드 사람들은 홍수 피해가 많은 킨데르데이크 땅에 정착하기 위해서 배수 시설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13세기에는 여러 수로를 만들어서 물을 강으로 흘려보내는 배수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때 만들어진 수로를 킨데르데이크(Kinderdijk) 에 가면 함께 볼 수 있다. 그러나 15세기에 다시 큰 홍수로 인해 재해를 입으면서 배수 시설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18세기에는 바람의 힘을 이용한 풍차를 짓고, 물을 끌어올리는 시설을 만들었다. 풍차를 이용해 하류에 물이 많아지면 물을 끌어올리도록 하였는데, 그때 만들어진 풍차들 중 19개가 킨데르데이크에 지금까지 남아있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풍차를 이용한 배수 시스템은 강의 수위가 많이 높을 때 동력이 약해져 물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문제점이 나타났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증기 기관을 이용한 배수 시설이 만들어졌고 그렇게 킨데르데이크의 풍차는 점차 폐쇄되었다고 한다. 현재 킨데르데이크에 19개의 풍차가 남아 계속 움직이고 있고, 주로 곡식을 빻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킨데르데이크는 로테르담(Rotterdam) 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시간 정도 걸린다. 대중교통으로 버스와 트램을 환승하여 갈 수도 있고, 수상 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나는 수상버스가 궁금하여 수상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로테르담에서 수상 버스를 타려면 수상 버스 정류장(Rotterdam, Erasmusbrug) 으로 가야 한다. 아래 사진처럼 구글 맵에서 수상 버스 정류장은 배 모양의 그림으로 표시되어 있다. 니우어마스 강(Nieuwe Maas) 위에 있는 수상 버스 정류장(Rotterdam, Erasmusbrug) 에는 20번과 21번 버스가 정차한다. 두 버스의 노선은 다르다.
20번 버스는 30분마다 배차되어 있고, 21번 버스는 1시간마다 배차되어 있다. 현재 24년 11월 기준 조회해 보니 21번 버스는 1시간 30분마다 배차되어 있다. 여행하는 시기에 따라 배차 간격이 다른 거 같으니, 수상 버스의 배차 간격이 길 경우에는 일반 버스로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킨데르데이크로 가려면 21번 버스를 타야 한다.
킨데르데이크로 가려면 21번 버스를 타야 한다. 수상 버스가 들어왔을 때 전광판에 20번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 버스가 아닌가? 그때, 수상 버스에 타고 있던 직원들이 나와 곧 21번으로 전광판에 뜰 거라고 말해주며 방금 들어온 수상 버스를 21번 버스로 안내해 주었다. 덕분에 버스를 무사히 탈 수 있었다. 버스 안에는 전광판만 보고 20번 버스로 알고 탄 사람들이 있었다. 이 사람들은 자전거와 함께 수상 버스를 탔는데, 직원에게 21번 버스라는 안내를 듣더니 황급히 내렸다. 20번, 21번 버스 모두 자전거를 타러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인가 보다. 신나게 버스를 타고 기쁨의 춤을 추던 사람들이 황급히 내리는 모습이 재밌었다.
수상 버스를 타고 약 30분 정도 가면 킨데르데이크 수상 버스 정류장(Kinderdijk, Molenkade) 에 도착한다. 강 위의 파란색 다리를 따라 걷다 보면 차도가 나온다. 차도를 건너면 킨데르데이크에 도착한다.
킨데르데이크 초입에 자전거 대여점이 있다. 자전거를 빌리기 위해 대여점에 갔다. 그날 나는 외투와 에코백을 들고 있었다. 그래서 자전거를 고를 때 바구니가 있는 자전거를 찾고 있었는데, 대여점 사장님이 바구니가 없는 자전거를 가지고 오셨다. 바구니가 있는 자전거를 달라고 하자, 사장님은 자전거 옆에 빨간색 가방을 달아주었다. 이런 기발한 물건이 있었구나? 자전거 가방에 짐을 넣고 너무 만족스러워서 기쁨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너무 좋아! Perfect!"
킨데르데이크는 풍차와 수로 사이의 길을 공원처럼 만들어놓았다. 시민과 관광객 모두 공원처럼 방문하여 둘러볼 수 있다. 나는 공원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탔다. 이러려고 열심히 일하고 놀러 왔다. 마음속이 평화로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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