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로드트립 여행기-9
테카포(Tekapo) 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며 하루를 보냈다. 도시로 이동하는 네 번째 일정은 테카포(Tekapo) 에서 캐슬힐(Castle hill)로 이동했다. 테카포에서 캐슬힐까지는 차로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캐슬힐 주변보다는 테카포 쪽이 관광객이 더 있고 숙소 컨디션이 괜찮다고 하여, 우리는 테카포 숙소에서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대신, 왕복으로 6시간이 넘는 운전을 각오해야 했다.
게다가 피부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난 친구가 이번 일정은 쉬게 되면서, 남은 세 사람이 번갈아 운전을 하게 되었다. 나는 장롱 면허라 이번 여행에서 운전 쪽으로는 큰 도움이 안 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거 할 수밖에 없겠는걸.
테이스트 오브 키위(Taste of Kiwi - Springfield cafe)
이곳은 스프링필드(Springfield) 마을에 있는 카페이다. 스프링필드(Springfield) 에서 차로 20~30분 가면 캐슬힐(Castle hill) 이 있다. 이 마을을 지나가면 음식점이나 카페가 없다. 캐슬힐 입구 주변에도 먹거리를 살 곳이 없다. 우리는 카페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참고로, 뉴질랜드 사람을 키위(Kiwi) 라고 부른다. 키위새는 뉴질랜드에서만 볼 수 있는 부리가 긴 새이다. 뉴질랜드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이 새의 이름을 따서 뉴질랜드 사람들을 친근하게 키위(Kiwi) 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과연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키위(Kiwi) 의 맛이라고 할 만큼 맛있을 것인가!
캐슬힐(Castle Hill / Kura Tawhiti Conservation Area)
캐슬힐(Castle hill) 은 거대한 석회암 바위들이 늘어져 있는 자연 명소이다. 크라이스트 처치(Christchurch) 에서는 차로 1시간 30분, 테카포(Tekapo) 에서는 차로 3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의 전투 장면의 촬영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캐슬힐을 가려면 '캐슬 힐/쿠라 타휘티 보호관리지구(Castle Hill / Kura Tawhiti Conservation Area)' 로 검색해야 주차장이 있는 진입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입구에는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친구들은 급하게 선크림을 발랐다. 오늘은 흐릴 줄 알았는데, 캐슬힐에 오니 해가 떴다. 지난번 마운트쿡 트레킹 때 두피가 탔던 친구는 머리에도 선크림을 발랐다. 나랑 다니면 이런 일이 많아. 미안하구나.
☞ 캐슬힐을 가려면 캐슬 힐/쿠라 타휘티 보호관리지구(Castle Hill / Kura Tawhiti Conservation Area) 로 검색해야, 주차장이 있는 진입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바위들을 바라봤다. 광활하고 신비했다. 이렇게 거대한 바위들이 마치 누가 옮겨 놓은 듯 어찌 여기저기 늘어져 있을까. 자연의 위대함에 또 한 번 놀란다. 언제나 그렇듯, 자연은 참 숭고하구나.
캐슬힐에 오기 전에 영화 <나니아 연대기>를 봤다. 실제로 이곳에 서 있으니,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여행 전에 영화 촬영 장소들을 가려고 계획했다면 미리 영화를 보고 가는 것도 여행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그 장소가 훨씬 더 환상적으로 느껴진다. 이번에도 이전에 갔던 여행지들에서 느꼈던 감정을 받고 싶어서 영화 <나니아 연대기>와 <반지의 제왕>을 미리 챙겨봤다. 끝없이 펼쳐진 뉴질랜드의 자연 풍경은 판타지 영화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케이브 스트림 스케닉 보호지역(Cave Stream Scenic Reserve)
케이브 스트림 스케닉 보호지역(Cave Stream Scenic Reserve) 은 캐슬힐(Castle hill) 근처에 있는 또 다른 자연 명소이다. 캐슬힐에서 차로 6분 정도 걸린다. 친구가 열심히 검색을 하더니 근처에 있는 동굴을 보러 가는 것을 제안했다.
“좋아, 가보자!”
동굴에서 나와 다시 주차장까지 걸어 올라갔다. 오늘의 일정은 왕복 6시간 이상을 운전해야 했다. 이제 내 차례가 왔다. 나는 오늘 운전을 해야 하니까 캐슬힐로 오는 길을 일부러 외우면서 왔다. 내가 조금이라도 평지인 길에서 운전을 해야 모두가 평화로울 테니깐! 내 기억에는 케이브 스트림 스케닉 보호지역에서 점심을 먹었던 스프링필드(Springfield) 마을로 가는 길은 좌·우 커브와 오르막·내리막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1차선 길이었다.
‘아, 이런 오프로드는 자신이 없는데… 그런데 애들이 힘들어 보여.’
마음이 불안했지만 나는 차마 친구들에게 이 길은 운전 못한다는 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천천히 가보자. 마음을 다잡고 조심스럽게 운전대를 잡았다.
예상대로 시작부터 굽이굽이 좌·우 커브에 오르막·내리막이 쉼 없이 이어졌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나는 온 신경을 도로에 집중했다. 특히 난간도 없는 내리막길에서는 숨이 턱턱 막혔다. 그러다 친구들이 외쳤다.
“여기서 잠깐 차 세우자!”
나의 불안했던 곡예 운전은 뒤차들을 줄 세워버렸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친구들이 결국 차를 세우게 한 것이다. 그리고 운전자를 바꾸었다. 나는 미안함과 동시에 안도감을 느꼈다. 도움이 못 되어 미안해. 다음에는 운전 연습을 해올게!
몇 분 정도만 운전한 것 같았는데, 어느새 15분이 지나 있었다. 시간이 느리게 움직이는 거 같을 때는 운전을 해야겠다. 특효약이다.
친구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 테카포(Tekapo) 숙소를 향해 갔고, 숙소에는 내가 전 날 미리 만들어둔 닭볶음탕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을 담아 맛있는 저녁을 차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친구들 덕분에 멀리 있는 명소도 갈 수 있었고, 값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혼자 왔다면 캐슬힐은 절대 가볼 수 없었을 거다. 함께여서 더 특별해지는 여행의 의미를 새삼 깨달았다. 함께 길을 걷고, 운전을 나누며 서로를 챙겨가며 보낸 시간이 참 고마웠다. 여정을 함께 해준 친구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이 한가득 밀려오는 날이었다. 다음 여행엔 조금 더 든든한 동반자가 되기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