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로드트립 여행기-17
도시로 이동하는 여덟 번째 일정은 로토루아(Rotorua) 에서 오클랜드(Auckland) 로 이동했다. 조수석에 앉은 친구의 핸드폰이 오클랜드로 돌아갈 때도 국도 길을 알려주었다. 이전 글에 쓴 것처럼 로토루아(Rotorua)로 가는 국도 길은 공사를 하고 있었고, 정체가 심했다. 한 시간 걸릴 게 두 시간이 걸렸다. 경험을 통해 우리는 성장했다. 다른 친구들의 핸드폰을 모두 켜서 길을 확인했고, 이번에는 고속도로 길을 알려준 친구의 내비게이션을 따라갔다. 고속도로는 차도 안 막히고 속 시원하게 질주가 가능했다. 이렇게 갈 수 있던 곳을 한참을 돌아가다니.
오클랜드 시내에 도착하여 렌터카를 반납하고 한국에 가져갈 선물을 샀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인생 네 컷 가게에 갔다. 뉴질랜드도 다민족 국가라 한인 마트가 잘 되어 있었는데 인생 네 컷 가게까지 있었다. 새삼 K문화의 위력을 실감했다. 여행을 계획하기 전 친구들과 함께 한국에서도 네 컷 사진을 찍었었는데 반대편 나라 뉴질랜드에 와서 네 컷 사진을 남긴다는 게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닐 거다. 우리의 추억이 한층 더 깊어지는 것 같았다.
오클랜드의 마지막 날은 공항 근처에 있는 숙소에서 보냈다. 우리는 다음 날 오클랜드 공항에서 아침 7 시대 비행기를 타야 했다. 그래서 위치만 생각하고 숙소를 잡았다. 예상대로 방이 협소하여 네 사람의 짐을 모두 펼칠 수 없었다. 짐까지 펼치자 한 사람만 간신히 움직일 수 있는 좁은 공간이 되었다. 다들 그 안에서 요령껏 움직이며 재잘거렸다. 이 또한 추억이 아닌가. 그렇게 오클랜드에서의 마지막 밤이 흘러갔다.
다음 날 새벽 4시 45분.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난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얘들아, 우리 출발해야 하는 거 아니니? 지금 4시 45분이야."
그 소리를 듣고 우리 모두 잠에서 깼다.
"뭐라고? 4시 45분? 왜 알람이 안 울려!"
우리는 새벽 5시에 숙소에서 오클랜드 공항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기로 했었다. 그리고 문제는... 알람을 나만 맞혔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내가 맞힌 알람은 주중에만 울리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오늘은 토요일이었다. 오마이갓! 인간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뉴질랜드 여행을 처음 시작할 때도 토요일이었다. 그때도 알람이 주중으로 되어 있어서 알람이 울리지 않았었다. 나도 나고, 너희도 너희다. 아니 왜 알람을 아무도 안 맞췄냐고. 그래서 우리가 친구인가 보다. 웃음 나오는 상황을 참고 다들 비상 모드로 빠르게 짐을 챙기고 나갈 준비를 했다.
후다닥 짐을 싸고 내가 먼저 문을 열고 나갔다. 그런데,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 핸드폰이 없어."
친구는 방 안 이곳저곳과 이불들을 들추며 핸드폰을 찾기 시작했다. 가방도 살피고 겉옷도 살폈지만 핸드폰은 나오지 않았다. 핸드폰이 나오지 않자, 우리는 눈으로 다음 버스를 타자는 신호를 주고받았다. 그때였다.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났다가 우리가 늦잠 잤다고 알려준 친구가 말했다.
"너 스마트 워치잖아. 스마트 워치로 불러봐."
"아! 맞네! 너 천재야. 빅스비! 빅스비!"
띠링. 빅스비가 응답했다.
친구는 흥분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
"야! 이 미친놈아, 왜 거기 들어가 있어!"
이 공기, 온도, 습도 또한 잊지 못할 거 같다. 잠에 덜 깨 정신없는 데도 너무 웃겼다. 친구의 핸드폰은 친구의 캐리어 속에 있었다. 다급하게 짐을 싸다가 핸드폰도 같이 캐리어로 들어간 것 같다. 핸드폰을 찾아서 다행이었다. 빠르게 핸드폰을 찾게 되면서 공항 셔틀버스도 제시간에 탈 수 있었다. 웃기면서도 아찔하면서도 공항에 가고 있는 상황에 안도했다. 우리 여행의 마지막 날 간달프는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난 친구였다. 이 친구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늦잠 자고, 비행기 놓치고, 핸드폰도 못 찾고 기나긴 하루를 보내고 있었을 거다.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하여 수속을 마치고 탑승구 근처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비행기 탑승까지 시간이 한 시간가량 남아있었다. 두 명의 친구가 다른 터미널을 구경하러 갔고, 나와 다른 친구는 짐을 지키며 터미널을 간 친구들을 기다렸다. 문제는 탑승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친구들이 오지 않았다.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던 다른 사람들이 하나둘 비행기에 타고, 어느새 우리 둘만 탑승구 앞에 남아있었다. 항공사 직원이 다가와 우리에게 비행기 탈 거냐고 물어보았다. 우선은 다른 친구들이 오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아니 갑자기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나중에 들어보니, 다른 터미널에 간 두 명의 친구는 우리가 탈 비행기가 이륙 준비를 마쳤다는 방송을 듣고 늦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수화기 너머로 다급하게 뛰는 친구들의 소리에 오늘 하루가 뭐에 씌었나 싶었다. 정말 우당탕탕한 날이구나. 다행히 친구들은 비행기를 탔고, 우리는 지연 없이 시드니로 날아갈 수 있었다.
호주 시드니 경유 여행
비행기 경유 일정에 맞춰 여행을 계획할 수 있다. 경유 여행은 좀 더 구체적으로 경유 시간에 따라 레이오버(Layover)와 스탑오버(Stopover)로 나뉜다. 레이오버(Layover)는 24시간 이하의 시간 동안 경유지를 여행하는 경우이고, 스탑오버(Stopover)는 24시간 이상 경유지에 머물면서 여행하는 경우를 말한다. 스탑오버(Stopover)는 다구간 항공권으로 예매하여 의도적으로 경유지에 체류하는 시간을 길게 잡아서 여행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에는 경유지에서 짐을 찾고 다시 보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뉴질랜드에서 시드니, 시드니에서 싱가포르,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시드니에서는 약 7시간의 경유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이 시간에 레이오버 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레이오버 여행을 위해 한국에서 미리 호주 관광 비자를 신청하여 받았었다. 경유지도 여행하려면 입국 심사는 똑같이 한다. 비자가 필요한 나라는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시드니에 도착해서는 입국 심사도 빠르게 진행되어 순조롭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수화물이 다음 항공편으로 자동 연결 되는 경우에는 짐 없이 가볍게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 레이오버 여행의 큰 장점이다. 우리는 시드니 공항의 택시 정류장에서 택시를 타고 시드니 시내로 갔다. 시드니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차로 약 20분 정도 걸리며, 공항과 시내 사이의 거리가 가까운 편이다. 레이오버 여행을 할 때는 공항과 시내 간 이동 시간도 고려하여 일정을 잡기를 바란다. 경유 여행이더라도 짐만 없을 뿐, 출국 수속도 똑같이 다시 받아야 한다.
check!
☞ 경유지도 여행하려면 출국, 입국 심사는 똑같이 한다. 특히나, 경유 시간이 24시간 이하인 레이오버(Layover) 여행을 하는 경우에는 공항과 시내 간 이동 시간도 생각하여 일정을 잡기를 바란다.
우리는 시드니 시내에 있는 오페라 하우스를 보러 갔다. 파란 하늘과 바다 옆에 있는 오페라 하우스를 보고 있으니 어린 시절 시드니 올림픽 때 한참 나오던 뉴스 속 한 장면이 떠올랐다. 친구들과 와서 더 어린 시절이 떠올랐던 것 같다. 25년 전 뉴스 속 그 모습 그대로구나. 시간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존재하고 있어서 감사했다. 우당탕탕 했던 새벽과 대비가 되어, 오페라 하우스를 보는 이 시간이 더 평화롭게 느껴졌다.
오페라 하우스를 끝으로 우리 네 사람의 여행은 끝이 났다. 호주에 사는 친구는 여기서 작별하기로 했다. 큰 사고 없이 여행이 잘 마무리된 것과 함께 여행한 친구들에게 감사했다. 작별의 인사를 나누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친구의 눈을 보자 나도 눈물이 맺혔다. 이래서 누가 우는 모습 보면 안 된다. 따라 울게 된다. 눈물을 참으며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이야기하며 작별했다.
뉴질랜드 여행을 마치며 친구들은 각자 엽서에 편지를 써서 서로에게 주었다. 세 사람 모두 각자의 시간을 보낼 때 편지를 썼다고 한다. 잠귀 어두운 나는 잠을 자느라 전혀 몰랐었다. 비행기에서 편지를 읽으면 울 거 같아서 일부러 편지를 안 읽고 있다가 집에 와서야 꺼내 읽었다. 빼곡하게 적혀있는 글씨만 봐도 눈물 버튼이었다. 왜 이렇게 빼곡하게 쓰냐고! 내용을 읽고는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렀다. 소중한 사람과 시간들에 대한 가치를 알기에 고마움이 느껴져서 더 크게 울었던 것 같다. 친구들에게 편지를 받기만 하고 주지 못했기에 이번 글을 통해 답장을 보내고 싶었다.
-안녕 얘들아, 우리의 뉴질랜드 여행을 떠올려보며 이 글을 쓴다. 여행하는 문득문득 우리가 10대 때 수학여행에 가서 놀았던 시간들이 자주 떠오르곤 했어. 그때는 한라산에 핀 진달래꽃과 투명하게 빛나던 옥빛 바다를 보며 감탄했었지. 그 시절의 우리가 시간이 흘러 이렇게 비행기를 타고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와 또 다른 절경 앞에 서 있다는 게, 자꾸만 믿기지 않고 꿈처럼 느껴졌어. 다시 한번 함께 멋진 풍경을 나눌 수 있어서 기뻤어. 그리고 새삼,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온 우리 모두에게 "그동안 정말 잘 해왔어"라고 격려하고 싶었어. 흔들리지 않고 버텨낸 너희들이 대견하고 멋있다.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이 순간들이 정말 감사하고 소중했어. 마지막까지 우당탕탕 했던 우리의 여행이 언젠가는 또 한 번, 이렇게 다시 함께 여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때까지 몸과 마음을 잘 챙기며 지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