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

by 진경환


단옷날은 청춘 남녀가 드러내놓고 데이트를 하는 날이다.(물론 요즘을 생각하면 곤란) 일 년 중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한 날이니 그럴 만하다. 그래 마땅하다. 처녀들은 잔뜩 차려 입고[단오빔] 그네를 타고, 총각들은 힘 자랑 씨름을 한다.


황진이의 무덤을 지나며 “청초 우거진 골에 자는가 누웠는가"로 시작하는 시조를 지었고, 서른여덟에 죽으면서 “모든 나라가 다 황제라 일컫는데 우리만이 그렇지 않다. 이런 미천한 나라에 태어나 어찌 죽음을 애석해 하겠느냐”며 곡을 하지 말라 유언했다는 임제(林悌, 1549~1587)의 〈추천곡(鞦韆曲)〉 한 구절을 읽어 본다.


백모시 치마 적삼 잇꽃 물든 진분홍 허리띠(白苧衣裳茜裙帶) / 처자들 손에 손 잡고 그네타기 겨루네(相携女伴競鞦韆) / 백마 탄 저 총각 어느 댁 도령인고(堤邊白馬誰家子) / 금채찍 비껴 들고 뚝가에 서성이네(橫駐金鞭故不前) / 두 뺨은 발그레서 땀이 송골송골(粉汗微生雙臉紅) / 아양스런 웃음소리 반공중에서 떨어지고(數聲嬌笑落煙空) / 나긋나긋 고운 손길 원앙줄 사뿐 잡아(指柔易著䲶鴦索) / 날씬한 가는 허리 한들바람 못이길 듯(腰細不堪楊柳風) / 아차! 구름결 머리에서 금비녀 떨어지네(誤落雲鬟金鳳釵) / 저 총각 주워들고 싱글벙글 뽐낸다네(游郞拾取笑相誇) / 그 처자 수줍어 가만히 묻는 말 “도련님 어디 사시나요?”(含羞暗問郞居住) / “수양버들 늘어진 몇 번째 집이라오”(綠柳珠簾第幾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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