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하고 쓸쓸했던 지방 생활을 접으려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쳇 베이커를 한참 들었다. '마침내는 날아가 산산히 흩어져 버리고 말 것인데. 허위허위 따라가 봐야 가슴만 메어지고 멀어질 텐데' 하고 앉았더니, 이성복의 센티멘트가 다가온다. "마음은 헤아릴 수 없이 외로운 것 / 떨며 멈칫멈칫 물러서는 山빛에도 / 닿지 못하는 것 / (•••) / 오래 전에 울린 종소리처럼 / 돌아와 낡은 종각을 부수는 것" 이럴 땐 내 사랑 선화씨를 만나러 제주 대정에 가야 하는데, 이러구러 퍼질러 앉아 유리잔에 갇힌 또 다른 선화씨를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