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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Jul 10. 2023

복(伏)


내일이 초복이다. 그런데 ‘복(伏)’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정설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고, 여러 설들이 제출된 바 있다. 최남선은 “복(伏)은 물론 중국의 속절(俗節)로 진한(秦漢) 이래 매우 숭상된 듯한데 그 기원과 어의(語義)에 대하여는 가히 신빙할 만한 설이 없으며, 우리는 상식적으로 더위를 제압한다[서기제복(暑氣制伏)]이라는 의미의 복(伏)이 아닌가를 생각한다.”(《조선상식》)라고 했다.


오행에 따르면, 여름은 화(火)이고, 가을은 금(金)이다. 서서히 찾아오던 금의 기운이 너무나도 맹렬한 화의 기운에 눌려 바짝 엎드린 것을 복(伏)이라고 한다. 그래서 복날엔 개를 먹는다. 오행에서 개는 금(金)의 기운을 상징한다. 화(火)가 승한 여름철, 특히 복날에는 금이 쇠한다고 생각했는데, 금의 기운이 쇠퇴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에 해당하는 개를 먹었던 것이다.


"유생에게 골고루 개고기 좀 나눠주니(養士均頒狗炒細) / 널찍한 술잔이 저절로 생각나네(令人却憶酒杯寬)"라는 시구가 보인다. 성균관 유생들에게는 철따라 별미가 제공되었는데, 초복에는 개장국〔家獐〕 한 그릇, 중복에는 참외 2개, 말복에는 수박이었다.  


복날엔 보신용으로 개장국이나 삼계탕을 먹지만, 옛날엔 팥죽도 쑤어 먹었다. 그것을 복죽(伏粥)이라 했다. 동지팥죽만 있었던 게 아니었던 것이다. 다음 전언들이 저간의 사정을 전해주고 있다.


* 개를 삶아 국으로 먹어 양기(陽氣)를 돕고, 팥죽을 쑤어 염병[癘]을 물리친다.[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


* 팥을 삶아 죽을 쑤어 먹는데, 초복․중복․말복에 모두 그렇게 한다.[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 무더운 날 뜨거운 죽, 땀이 줄줄 흐르니 / 더위 씻는 묘방이란 말 믿을 수 없네 / 귀한 집 철 음식[時食] 상 따라올 수 있으리 / 맑고도 시원한 제호탕(醍醐湯) 한 그릇(炎天熱粥汗流漿, 未信傳言滌署方, 何以貴家時食案, 醍醐一椀剩淸凉) ... 이 시에는 이런 설명이 붙어 있다. "복날에 팥죽을 먹으면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세시풍요(歲時風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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