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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Jul 14. 2023

교만과 인색


“주왕 같은 훌륭한 재능을 지녔다 하더라도 교만하고 인색하다면, 나머지는 볼 것도 없다.” 공자의 말이다.


내가 보기에, 교만과 인색은 동전의 양면이다. 교만한 사람치고 인색하지 않은 사람을 보지 못했다. 교만하다는 것은 건방지다는 말인데, 건방지다는 것은 지나치게 잘난 체하여 주제넘다는 뜻이다. 이런 사람들은 글자 그대로 방약무인, 마치 옆에 아무도 없는 듯 설쳐댄다. 그러다가 자기보다 좀 세다 싶은 사람이 나타나면 금방 꼬리를 내린다. 한마디로 하는 짓이 꼴불견이고 가관이다.


인색한 사람은 절대로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려 하지 않는다.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는 이해타산의 달인이다.


교만하고 인색한 사람의 특징은 자기 세계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인데,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전후좌우가 꽉 막혀 있다. 언뜻 결기와 강단과 결단이 있어 보이지만, 그의 내부는 언제나 불안하다. 그래서 공자는 ‘소인은 교만하지만 태연하지 못하다’고 했다.


다산은, 교(驕)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고, 인(吝)은 베푸는 일에 인색한 것이라 하면서, 교란 스스로 자신의 선을 자랑하는 것이고, 인이란 자신의 악을 고치지 않는 것이라 풀이하였다.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말이다. 그렇다면 누군가 교만하고 인색하다면 다른 것은 볼 것도 없다.”


이번에 어느 자그마한 일로 “교차인(驕且吝)”의 의미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칭찬이든 관심이든 연대든 인색하지 말아야 하고, 스스로 나의 선을 자랑하는 한심한 꼴에 빠져 놀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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