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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Jul 17. 2023

흉중교전(胷中交戰)



“어쩔 수 없는데 공연히 속을 끓이고 심란해하면서 싫다는 생각을 한다면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밤낮으로 어지러워 맑고 평온한 기운을 적지 않게 해칠 것이다.(不可已而徒煎熬紛挐, 生厭惡之意, 則胷中交戰, 日夜膠擾, 所以害夫淸明和樂之氣者又不少矣.)”


모씨의 편지글 한 대목이다. “불가이(不可已)”는 《맹자》의 “그만두어서는 안 될 데서 그만 두는 사람은 그만두지 않을 게 없다(於不可已而已者, 無所不已)”라는 말을 끌어 쓴 것이다. 이 글에서 ‘그만두다’의 대상은 과거시험이다. 과거시험 공부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라면 공연히 속 썩이지 말고 임하라는 뜻이다. 이렇게 보면, 고전번역원의 이 번역은 대체로 잘 된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원문을 꼭 찾아보고 싶은 이유는, 번역이 다음과 같은 표현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煎熬紛挐”과 “厭惡” 같은 표현도 그렇지만, 특히 “胷中交戰” 같은 말이 그렇다. 이것을 단지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로만 풀면 뭔가 좀 부족하다. 그야말로 가슴속에서 교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공부를 할 것인가, 진짜 공부를 할 것인가의 전쟁)


시방 내 가슴 속에서도 싫고 나쁜 상념과 선한 감정들이 들끓고 마구 뒤섞여 어지러이 전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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