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달래며[遣興]
홍세태(洪世泰, 1653~1725)
세상에 태어나 몸 이제 늙어 / 落地身今老
하늘 찌를 기상도 시들었구나 / 凌雲氣亦衰
부끄럽게도 호걸 선비 되지 못해 / 愧非豪傑士
헛되이 이 세상 보내고 말았네 / 虛此聖明時
천리마 품은 뜻 아직 천리를 달리는데 / 驥志猶千里
뱁새는 나뭇가지 하나에 깃들었구나 / 鷦棲且一枝
가을벌레 우는 건 / 秋虫自吟嘯
깊은 슬픔 있어서는 아니지 / 不必有深悲
“마음을 달래며[遣興]”는 두보 이래 대단히 유행한 시제(詩題)다. 글 아는 선비는 그렇게 세상과 불화하였던 것이다. 그것이 지식인의 존재다. 그렇다고 그는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담대하다. 천리마와 뱁새의 대조가 진부하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