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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Jul 23. 2023

비와 연


당 나라 시인 시견오(施肩吾)의 <여름비 내린 뒤 푸른 연이 있는 절(夏雨後題靑荷蘭若​)>이란 시다.


僧舍清涼竹樹新

初經一雨洗諸塵 ​

微風忽起吹蓮葉 ​

靑玉盤中瀉水銀


한바탕 여름 비가 내려 쌓인 먼지를 씻어내니 절집은 말끔하고 대숲도 산뜻해졌다. 갑자기 산들바람 불어와 연잎을 흔들자 푸른 옥쟁반에 수은방울이 쏟아진다.


산문식으로 풀어보았다. 비 개어 청신한 절집 마당, 그 한켠에 심어놓은 연잎을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하자, 미당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가 떠오른다. 멋진 노래도 함께...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지는 말고

조금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https://youtu.be/-KXRaPwgwr0

(박혜상)


https://youtu.be/Ivr-UiFYW9o

(임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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